"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권력 분점 차원에서 나뉘어 있어 위기가 닥쳤을 때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이필상 고려대 교수)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재정부 장관이든 누가 나서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김대식 한양대 교수)
대형 투자은행(IB)이 잇따라 쓰러지는 월가 쇼크는 `강 건너 불`이 아니었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발 금융 불안에 극도로 민감한 움직임을 보였고 유례없는 달러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9월 위기설` `고환율과 키코(KIKO)` `외화차입난` 등 각종 금융 이슈에 우리 정부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사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국내 경제부처마다 권력을 분점하면서 자기들 나름대로 상황을 해석하다 보니 조율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MB노믹스에 대한 압박감으로 경제 살리기에 치중하고 금융위와 금감원, 한은은 자기 울타리 안에서 금융 현안에 접근하니까 해결책의 효과가 미흡했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정책 전반은 금융위가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국제 금융은 재정부, 시장 감독은 금감원, 통화정책은 한은 등으로 기계적인 기능 분리가 이뤄져 있는 반면 유기적인 통합 기능을 어디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위기관리대책회의는 지금까지 열한 번 열렸지만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경제부총리 직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폐기됐고 금융정책 조정 기능은 금융위원회로 넘어가 재정부 장관 역할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청와대 경제수석,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한은 총재 등이 정례적으로 청와대 서별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갖고 재정부, 금융위, 한은 차관급들이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있지만 누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지 헷갈린다.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그 형태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재정부ㆍ금융위ㆍ한은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걸 줄이고 각 부처를 아우르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처럼 경제 리더십이 흔들릴 때는 경제부총리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요구될 수 있지만 직제 자체보다는 누가 맡느냐 하는 사람의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황인혁 기자 / 임성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