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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교수는 “뇌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저축은행의 부실”현재 연체율이 16% 대에 이르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금융위기가 스스로 위기를 확대 재생산

이경희330 2008. 10. 2. 00:59

"좌파정권 책임"vs"현 정부 잘못"

[MTN개국 대토론-1]위기의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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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머니투데이방송 MTN의 서울 여의도 오픈스튜디오에서 개최된 MTN 개국 특집 대토론 제1부 <위기의 한국 경제, 길을 말하다> 녹화 장면.
왼쪽부터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앨런 팀블릭 서울 글로벌센터 관장 ⓒ임성균 기자

'9월 위기설'과 미국발 금융대란 쓰나미 등으로 한국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출렁대고 있다. 10월 1일 개국한 ‘머니투데이방송 MTN’은 개국 기념으로 위기의 한국경제를 긴급 점검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1부 <위기의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2부 <셀 코리아 희망은 있다> 3부 <대한민국 부동산 안전한가?>를 주제로 정계와 학계 및 시장 전문가를 초청, 한국경제의 오늘을 진단하고 내일을 조망했다. 1,2,3부 주요 토론 내용을 사흘에 걸쳐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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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임성균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이하 사회)=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9월에는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습니다. 초순에는 위기설이 유포되며 불안케 하다가 잠시 진정되는가 싶더니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쳤습니다. 과연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경제가 이 험한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주제로 오늘 MTN 개국특집 토론회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고 보시는지요? 최악의 상황은 지났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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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임성균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이하 이한구) = 실물 경제부분에서는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 진행되고 있으며 당분간 좀 더 진행될 것 같습니다. 금융시장은 ‘위기설’은 일단 넘겼지만, 아직도 외환시장과 일부 대출시장은 불안감이 남아 있습니다. 미국 상황 변동 여부에 따라 더 악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내수 부진이 문제였지만 좀 지나면 수출부진도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 ⓒ임성균

이필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이하 이필상) = 위기설은 끝인데 위기는 시작인 것 같습니다. 실물과 금융 부문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실물 부문에서는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스태그 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물가와 실업률이 한꺼번에 오르고 있습니다. 금융부문을 보면, 현재 가구 당 부채가 4천만원으로 5년 사이에 두 배가 늘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금융불안이 계속되면서 우리 증시도 내려 앉고 있습니다. 이러다 ‘한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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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임성균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이하 심상정) = 지금의 위기 국면은 미국발 위기입니다. 미국의 위기가 끝나지 않는 한 위기의 끝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부실채권 규모가 위기의 경로를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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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임성균

앨런 팀블릭 서울글로벌센터 관장(이하 팀블릭) =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위기에서 한국만이 보호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는 금융 부분의 조치들이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회 = 환율이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이필상 = 미국의 금융위기,한국의 무역적자, 정부의 환율정책 실패, 이 세 가지가 합쳐져 불안한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입니다. 정부는 출범하자 마자 수출 늘리겠다고 환율 올렸다가 물가 오르니까 다시 재정 투입해서 환율을 내리겠다고 나섰습니다. 정부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환율은 더욱 요동치고 있습니다.

팀블릭 = 지금처럼 불안한 시기에 환율이 요동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시장의 신호를 잘못판단하고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개입 보다는 기본적 경제 펀더멘털이 환율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한구 =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의 구조가 지난 10년간 좌파 정권 하에서 왜곡됐기 때문입니다.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 비중이 특별히 높았습니다.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파생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봅니다.

심상정 = 큰 틀에서 보면 두 가지 측면이 맞물려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투기화된 부분이 큽니다. 월가에서는 우리나라 시장이 투기세력의 앞마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외환시장 교란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가장 먼저 손댄 게 외환시장인데, 정부가 개입력을 강화하면서 외환시장에서 환투기 세력에 맞선 것 자체가 결론적으로 무모한 짓이었습니다.

사회 =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나 유동성 위기가 생길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시는지요?

팀블릭= 미국과 한국의 경제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은 금융권의 무책임한 운영이 문제인데, 한국의 금융권이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은행권과 부동산 거품 문제입니다. 부동산 거품 문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를 말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이필상= 뇌관이 될 우려가 큰 것은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입니다. 현재 연체율이 16% 대에 이르고 있어 불안감이 확산될 경우 금융위기가 스스로 위기를 확대 재생산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의 파산이 7월에 7만건이나 됩니다. 또 채권 부실이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깐 건설 업체들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심리적 불안의 확산이 문제입니다.

사회= 세제 개편,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 등 정부 대책은 적절합니까?

이한구= 금융위기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어 금융 불안을 재생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지방의 아파트 미분양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고, 세제 중복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 근본 대책은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입니다. 공공부문 개혁을 서두르고, 투자의욕을 높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심상정=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경기 부양 정책과 종부세 완화, 재건축-재개발 완화와 같은 대책으로는 미국의 위기를 바로 쫓아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대출 기한을 연장하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대출을 중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고환율로 고수익을 얻은 수출 대기업과, 고유가로 발생한 정유업계 이익은 초과 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책 등이 나와야 합니다.

사회= 4조 5000억대의 추경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민생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요?

이필상= 당장 물가와 금리가 많이 오르니까 생활이 말이 아니라서 지원을 하는 것은 좋습니다만, 서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일해서 집 사고 빚 갚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에 관한 큰 그림은 없는 상태에서 ‘추경 편성해서 어떻게 해주겠다’고 하면 안됩니다.

심상정= 추경을 편성하면 물가 상승의 위험에 직면합니다. 물가 상승 압력 때문에 돈 풀어봐야 혜택은 대기업이나 외국인에게 가지 실제로 서민들에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고 봅니다.

이한구= 추경 편성에 반대했습니다. 예산이 생산성 있게 쓰여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고유가에 서민들이 어려워하는 면이 있어서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이번 추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복지 지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본예산 심의 때 신경 많이 쓸 작정입니다.
사회= 한국 증시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과 자통법 시행 등 국내 금융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팀블릭= 선진 시장 등급을 획득한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시와 금융시장의 관계 및 한국 금융시장과 증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각입니다. 아직까지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따라서 규제 강화냐 완화냐에 지나치게 집중하기 보다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투자에 매력적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한구= 우리가 이대로 가면 도저히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위험에는 대처를 해가면서 개방이나 통합을 해나가야 합니다. 자통법도 금융 이용자들이 서비스를 잘 받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운영에 신경을 쓰고 위험에 잘 대처해 나가면 금융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필상= 미국 중심의 금융 헤게모니에 위기가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이 스스로의 발등을 찍으면서 전 세계의 발등을 찍은 격인데, 우리만 “가는 대로 가자, 규제를 풀자”고 접근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금융산업의 재편 현상이 나타날 텐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여기에 정부 정책의 신뢰 회복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의 위기상황은 10년 전과는 다르며, 괜찮다”고만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경제정책의 비전을 보여주고, 확신을 심어줘야 합니다.

사회= 좋은 말씀 주신 토론자분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정리=강효진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