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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 조현준 ㈜효성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만큼이나 재계의 주목을 받는 재벌 2세다. 코스닥 투자 대박을 터뜨려 증권가에서 ‘미다스의 손’이란 별칭을 얻은 데다 대통령 사돈기업의 장자라는 특수를 타고 효성ITX 상장 대박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런 조 사장이 최근엔 그칠 줄 모르는 ‘식욕’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들이 최근 연이은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한창인 까닭에서다. 그룹 주력인 섬유·무역·중공업 분야를 넘어 IT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조 사장의 경영자적 수완과 더불어 잇단 M&A 작업이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있을 거란 관점에 적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효성 계열인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골프연습장과 골프용품 전자상거래를 주력으로 하는 제이슨골프 지분 7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주식 7000주를 사들이는 데 쓰인 금액은 단 5억 원이었다. 모바일 마케팅·서비스업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는 조현준 사장이 지분 42.23%를 보유한 회사다. 조 사장 사기업으로도 볼 수 있는 이 회사는 제이슨골프에 앞서 지난 7월 벤처투자업체인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를 합병하면서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의 2대 주주는 효성ITX로 지분 9.38%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ITX는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서비스 업체로 조 사장이 지분 37.64%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회사다. 조 사장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의 사업영역 확대는 곧 조 사장이 최대주주인 효성ITX의 이윤창출로도 연결될 수 있는 셈이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또 다른 회사도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온라인게임업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지난 8월 전광판 의료기기 제조업체 럭스맥스와 반도체광원 제조업체 럭스맥스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두 회사 인수에 들인 금액은 42억 원.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조 사장이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는 지난 7월 효성ITX와 함께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 업체 바로비젼을 인수하기도 했다.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의 전신은 효성CTX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9월 게임 사업을 분리 경영함으로써 경영효율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목적으로 효성ITX로부터 인적 분할된 회사다. 조 사장 소유 회사가 둘로 나뉘어 각각 활발한 M&A를 통해 몸을 불려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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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사장 소유 회사들의 잇단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효성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3월 조석래 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 이후 조 사장은 섬유·무역,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 분야, 그리고 조현상 전무는 전략본부 임원을 맡아 경영일선을 누비고 있다. 현재 그룹 지주사 격인 ㈜효성의 최대주주는 조석래 회장(10.20%)이고 그 뒤를 조현준(6.94%) 조현문(6.56%) 조현상(6.55%) 3형제가 따르고 있다. 장남인 조 사장 지분율이 형제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효성가 장남인 조 사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단언할 수 없다’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조 사장이 맏이로서 그룹 대통을 이을 재목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조 사장은 지난해 상장시킨 효성ITX를 통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지난해 10월 말 증시에 진입한 효성ITX 주가는 상장 초기 ‘MB테마주’ 바람을 타고 1만 4000~1만 5000원 대를 오가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새 정권 출범 전후로 테마주 거품이 빠지고 미국발 금융악재 등 여파가 겹치면서 9월 24일 현재 4130원까지 곤두박질친 상태다.
조현준 사장의 회사들이 인수한 럭스맥스네트웍스나 바로비젼은 이익이 미약해 경영난을 겪던 기업들이다. 높지 않은 가격에 조 사장 소유 회사와 합쳐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업체들을 인수한 뒤 효성 계열사들의 물량지원으로 회사를 키워낼 수 있다는 판단이 경영권 인수로 이어진 듯하다. 조 사장이 인수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그룹 내 IT 소왕국을 꾸려 그룹 주력인 섬유·무역업을 떠받치게 될 경우 조 사장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 회사들의 몸불리기는 ㈜효성 실탄 수급용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조석래 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 10.20% (358만 478주)를 9월 24일 주가(6만 7100원)로 환산하면 2400억 원 가량이 된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 따라 증여세 부담이 조금 가벼워졌다지만 3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할 경우 증여세로 해당금액의 33%가량이 부과되는 부담이 따른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조 사장 계열 회사들의 상장 가능성이 주목을 받는다.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같은 비상장 업체들의 덩치를 공격적 M&A를 통해 키워놓은 뒤 상장시켜 주식대박을 터뜨릴 경우 조 사장의 ㈜효성 지분 확보가 한층 수월해지는 까닭에서다. 재계 인사들이 ‘총수일가의 비상장 계열사 지분 확보에 이은 상장 대박으로 지주사 지분 확보’라는 재벌가 관행의 잣대를 조 사장에게 들이대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05년 유기화합물 제조업체인 카프로에 투자해서 대박을 터뜨리고 지난해 효성ITX 상장으로 증시 대박 신화를 이어갔던 조 사장이 M&A를 통한 또 한번의 대박을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