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이 출범하기도 전 경제가 물가 불안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원유, 원자재, 농산물의 국제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존의 가격 구조가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제품마다 경쟁적으로 값이 오르는 국면이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라면 등 서민들의 생활필수품 가격이 주도하고 그 타격이 실로 크다. 지난 1월 수입물가가 무려 21%나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 물가가 1년 전에 비해 3.9%나 올랐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서민 경제는 극도로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경제는 실업과 빚의 이중고로 이미 빈사상태이다. 여기에 물가가 갑자기 오르자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친 생활고통지수가 7.5를 넘는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민들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다. 그러나 지난 2달여 동안 각종 착오로 인해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현 상태에서 경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회생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심리적 공황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치가 불안해지고 나라는 혼란의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을 경우 어떤 경제 정책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규제완화와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골격이다. 그러나 이 때 물가불안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은 생산원가가 높아 수지를 맞추기 힘들다. 또 소비자들은 물건이 비싸 사기 어렵다. 그러면 기업투자활성화는 무력화된다. 이런 견지에서 새 정부는 물가부터 안정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값싼 국제 원자재의 확보는 물론 유류세 인하, 공공요금인상억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다음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경제 살리기 정책을 착오 없이 실행에 옮기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스테그플레이션이라 한다. 이 경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면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물가만 올라 경제 불안이 심화된다. 바람직한 방법은 기업투자를 늘려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옳다. 그러나 규제 숫자나 줄이고 세율만 낮춘다고 해서 기업 투자가 당장 느는 것은 아니다. 신 신업발굴, 인재양성, 기업환경개선등 근본적인 대책들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새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앞서 물가상승의 복병을 만났다. 자칫하면 경제를 살리기도 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무서운 복병이다. 새 정부는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다음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에 나서 곳곳에서 일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게 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
'이필상 교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필상 교수는...경기부양 앞서 물가부터 잡자 (0) | 2008.03.10 |
---|---|
이필상의 경제를 바라보는 눈..스태그플레이션과 이명박 경제경책 (0) | 2008.03.09 |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이필상 고려대 경영학 교수·전 총장 (0) | 2008.02.20 |
이필상 교수는 ...미국발 경제불안 (0) | 2008.02.05 |
이필상 교수의...경제동력의 회복방안 (0) | 2008.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