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끝나자 경제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경제가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불안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먼저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기조에 대한 변화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성장을 해야 분배가 가능하다는 논리하에 성장 우선 정책을 강력하게 폈다. 규제 완화와 기업 환경 개선은 물론 갖가지 건설 사업을 벌여 성장률 제고에 안간힘을 기울였다. 특히 정부는 감세정책을 추진하여 기업 투자와 소비수요를 확대하여 시장 기능에 의한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회복하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소홀히 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성장정책을 폈다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정부의 성장정책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편향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자 결국 정부의 성장 일변도 정책은 국민의 지지가 부족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부로서는 향후 총선과 대선 등을 감안할 때 복지정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흔들리는 MB 경제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정비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세종시 수정안은 대전과 충남은 물론 충북에서도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여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조건 없는 국회의 표결처리를 요구했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한편 대통령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의견 수렴과 보완 방침을 밝혔다.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반대 여론에 부딪히자 대안으로 내놓은 사업이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의 대안이라기보다는 홍수 방지와 수질 개선 등 사업 자체의 필요성이 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서두르고 있는 사업이다. 이미 정부가 공사를 착수하여 올해 안에 공사의 60%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은 대운하의 위장 건설, 환경과 생명의 파괴 등의 비판을 받으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의견 수렴 방침이 나오자 정책의 추진이 난관을 맞고 있다. 특히 야권의 지방정부 당선자들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혼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패배로 인하여 어려움에 부딪힌 것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뿐이 아니다.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출구전략, 서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요금 인상, 이해 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공기업 개혁 등 갖가지 정책과제들이 선거 결과의 영향권에 있다.
우선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지난해에 비해 8.1%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사상 최저 수준인 2%에 16개월이나 묶여있는 기준금리를 올려 경제 운영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많았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물가와 투기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물론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게 되어 경제가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이미 가계부채가 700조원, 기업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 한계 상황에 처한 가계와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가계와 기업 부문의 연간 이자 부담이 각각 7조원, 15조원이나 증가한다. 특히 서민들은 생계형 부채가 많아 금리가 오를 경우 파산상태에 빠질 가구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은 힘겹게 회복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되어 성장세가 멈출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출구전략을 지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공공요금도 지방선거의 패배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 사실 정부는 가스요금이나 전기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에 대해 원가 상승 요인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했으나 이번 선거 때문에 미루어왔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서민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공공요금 인상을 다시 꺼내기는 정치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전 직원을 상대로 연봉의 차등 폭을 20~30%까지 높이겠다던 공기업 보수체계 개선 등 공공 부문의 개혁도 노조 등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여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겸허히, 신속하고 의연하게 대응해야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이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추진이 어렵다. 더욱이 반대 여론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피해가 늘어난다. 그뿐만 아니라 문제가 누적될 경우 경제가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응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가 추진한 정책과 사업들이 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는가에 대한 겸허한 반성과 원인 분석이 있어야 한다. 둘째,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고 필요한 정책이나 사업이라면 여론의 지지가 없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된다. 이는 또 다른 인기영합주의다. 셋째,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여론에 대해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신속한 개선책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것이 경제 회생에 걸림돌을 제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길이다.
이러한 대응 원칙으로 볼 때, 우선 성장과 감세 등 경제기본 정책기조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다시 정리하여 천명하고 복지정책의 보완을 서둘러 더 이상의 갈등과 혼란을 막아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은 표 대결로 인해 불필요한 정치권 분열을 초래하기보다는 철회나 폐기로 신속히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4대강 사업도 백지상태에서 논의한다는 자세로 여론을 수렴하여 내용수정과 속도조절을 서둘러야 한다. 출구전략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순수 경제논리에 따라 단계적인 추진안을 내놔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은 비용 절감 등 자구 노력부터 하게하고 합리적인 조정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기업 구조조정 등 개혁정책은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강력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경제정책에 대한 기존의 입장이나 사업들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미래 산업 발전과 신성장 동력 창출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에 근거하여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대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회복의 단계를 넘어 도약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을 갖게 해야 한다.
나로호가 추진체의 이상으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정부정책이 지방선거로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경우 경제는 회복세를 멈추고 다시 추락할 수 있다. 한시 바삐 정부와 여당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지혜로운 대응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경제가 도약의 궤도로 항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필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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