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까지 치달았던 한나라당 내부 권력투쟁이 4.9 총선 후보 등록일을 기점으로 억지로 꿰매졌다. 갈등의 중심에 위치한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25일 잇따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 그러나 사과 없는 억지 봉합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잠적 중이었던 이재오 의원은 25일 서울 구산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이나 유감 표명은 일체 배제됐고 오로지 총선 출마의 의지만 피력한 허물 뿐인 기자회견이었다. 지금의 봉합이 총선 이후 더 큰 당내 갈등의 시발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의원은 이날 "지금까지 어려울 때마다 돌아가지 않았던 저의 철학대로 더욱 낮은 자세로 더욱 당당하게 이 혼란의 가운데를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모든 오해와 음해를 뚫고 정권교체의 참뜻을 실현하는 데 내 전부를 바치겠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버팀목이 되고자 한다"고 총선 출마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최근 당 공천자들이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한 것에 대해 "55명 총선 후보자들의 충정 어린 요구는 당의 미래와 이명박 정부의 희망을 보여 주었다"며 "어려울 때 일수록 자유롭고 솔직한 의견 개진을 통해 당을 더욱 활력 있게 변화시키려고 하는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며, 저는 그들의 당과 나라를 위한 그 충정이야말로 한국정치를 변화시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대 여론이 거센 한반도 대운하 정책과 관련 "한반도 대운하는 이미 대통령께서 수 차례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저 또한 운하의 반대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국민의 뜻을 직접 묻는 방법을 택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대운하 공세`를 염두해 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곧 문 대표를 향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기 전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것인데 최근 은평을에 느닷없이 강남 도곡동 수백 억대의 부자이며, 결혼도 안 한 딸들에게 수억의 금융자산을 용돈 주듯 하는 사람이 출마하는 것을 보고 황당함을 넘어 기가 막힌다"고 문 대표를 비난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은평구는 지역 발전과 무관한 개인의 정치적 야심을 채워주기 위해 아무나 국회의원을 시켜주는 그런 곳이 아니"라며 "저는 대선 승리 직후 저의 40여년간 투쟁의 역사를 끝내고, 섬김의 역사로 정치를 새로 시작하겠다고 저의 정치적 입장을 밝혔고, 어떤 이유로도 갈등과 분열의 중심에 서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 동안 정치적 어떤 음해에도 대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 지난해 9월 한반도 대운하 물길을 자전거로 탐사한 이재오 의원
한편, 25일부터 26일까지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됐으며 무소속 출마자를 합쳐 모두 1300여명이 출마해 경쟁률이 5대1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