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이슈 : 시론
2008080300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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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前 총장·경영학
공공요금 인상은 기초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을 증가시켜 서민들에게 고통을 집중시킨다. 또 일반물가를 상승시키는 원가요인으로 작용해 투자, 생산, 소비 등 모든 경제활동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더 나아가 물가불안 기대심리를 자극해 임금인상 요구를 유발함으로써 산업현장을 노사불안에 휩싸이게 한다. 경제의 숨을 막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에도 국제유가 급등이란 나름의 이유가 없지 않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올 상반기 원자재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그러나 이는 자기 잘못을 감추고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처사다. 우선 정부는 환율정책을 잘못 펴 물가상승을 부채질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6월 말 현재 수입가격 상승률은 49%이나 이를 달러화로 표시하면 34%로 줄게 된다. 환율이 15%포인트나 수입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린 것이다.
더구나 공기업들은 방만한 경영을 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최근 국회 질의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발전부분을 분리해 방만한 경영구조를 만든 결과 10명이 할 일을 60명이 하도록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기업 직원의 연봉은 민간업체에 비해 턱없이 높다. 여기에 인건비와 퇴직급여 충당금을 과다 지급하는 비리도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경영실적을 조작해 900억원에 가까운 돈으로 상여금 잔치를 벌이는 낯뜨거운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공기업은 지난 몇 년간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이 최고조에 달한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의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공공요금을 과다하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면서 흥청망청 쓰고 원자재값 상승을 빌미로 공공요금 인상을 또 요구하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이런 공기업들에 공공요금을 올려 주고 동시에 예산 지원까지 해주는 것이다. 국회 예산처가 정부 추경예산을 분석한 결과 한전과 가스공사에 공공요금 안정지원사업 명목으로 1조255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활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비리와 방만한 경영을 일삼는 공기업에 공공요금 인상이란 선물까지 얹어주는 셈이다.
정말 국민 앞에 책임지는 정부와 공기업이라면 무슨 낯으로 공공요금을 올리는가. 공공요금 인상을 논하기에 앞서 정부는 정책 실패부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관련 세금을 내리는 등 공공요금의 원가 요인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런 연후에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비리에 대해 실상을 밝히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가를 줄여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를 흡수하면서 개과천선의 뜻으로 오히려 공공요금을 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충북 제천시는 물가가 6.5%까지 오르자 수도요금을 1.4% 내려 물가 잡기에 나섰다. 좋은 본보기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는 낙하산 인사와 혈세 투입 등 부당한 공기업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 청사진을 다시 만들어 실천에 옮기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하여 물가도 잡고 개혁도 하는 1석2조의 정책을 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前 총장·경영학
- 기사입력 2008.08.03 (일) 20:26, 최종수정 2008.08.03 (일)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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