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곤혹스러운 상태에 놓여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9일로 예정했던 ‘국민과의 대화’도 연기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를 통해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고 밝힌 것처럼 몸을 낮추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임기 초 ‘부동산 내각’ 문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르며 출발한 이명박 정부는 이어지는 악재에 대해 뚜렷한 대책 을 내놓지 못한 채 점점 민심과는 멀어지는 모습이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 어떤 심리상태에 놓여 있을까.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자기 확신이 너무 커서 국민의 마음을 알기까지엔 시간이 매우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으며, 결국 자신의 결정이 가장 옳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본인이 옳게 가고 있는데 정치적인 논리 때문에 반대의견이 커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본인은 도중에 아마 화가 치밀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책을 통해 당시 대선주자 8인의 이미지 분석을 내놓았던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는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특징을 ‘욕심’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주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성취감을 느끼는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 개인적 성취감을 만족시키기에는 좋지만 개인적 욕심이 강조되다보니 주변 사람들 또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이들 전문가들의 분석은 현재의 상황과 견주어 보았을 때 국민 입장에서 공감이 가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진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에 관련해 정부는 ‘과학적 논리’를 주장하지만 국민들의 불안을 달래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김 박사는 “정부는 ‘과학’을 얘기하고 국민은 ‘불안’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람의 정서를 지배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불안’이다. 또 과학은 불변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똑똑한 소수의 주장보다 대다수의 정서의 총합을 우선시한다. 똑똑한 소수가 펴는 주장의 맹점은 잘못된 부분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아무리 ‘똑똑한’ 대통령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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