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문화일보의 `신정아 올누드 사진`에 이어 14일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마사지걸 초이스 발언`이 인터넷을 황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 달 28일 서울시내 한 식당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 10여 명과 저녁식사 도중 "인생의 지혜"라며 `마사지걸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 후보는 폭탄주를 두세 잔 마신 상태였고 여성인 나경원 대변인을 비롯해 박형준 대변인, 주호영 의원, 이동관·배용수 공보특보 등도 배석했다.
● 이명박 "얼굴이 덜 예쁜 마사지걸이 서비스도 좋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익명의 편집국장에 따르면 이 후보가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며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라고 말했다.
이 국장은 "2주 전의 일이라 내가 옮긴 말이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후보가 군대에 안 가게 된 이야기, 현대에서의 회사 생활 이야기 등을 하면서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언론사의 편집국장 역시 "자세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범여권 李 맹비난, 女 대선후보 특히 `발끈`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김하범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차마 그대로 옮기기도 민망하다"면서 "이토록 천박한 여성관을 가진 대통령 후보가 만약 지도자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자라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어차피 우리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우리 아이들을 자칫 `합법적 매춘`으로 몰아갈 수 있는 후보라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후보 측의 우상호 대변인 역시 브리핑에서 "보도내용만 봐서는 과일이나 생선을 고르는 법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면서 "여성 대변인을 대동한 자리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성매매 기술을 강의한 것은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명숙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후보 등 여성 대선주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한명숙 후보 측은 "이른바 `관기`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이명박 후보가 여성에 대한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다시 드러냈다"면서 "이는 공인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이다. 놀라울 뿐"이라고 비난했다.
심상정 후보 측도 "이 같은 발언이 그의 `인생의 지혜`에 대한 사례로 언급됐다는 점에서 과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인물인지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인생의 지혜로 삼고 있는 인물에게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심 후보 측은 "이 후보의 발언이 폭탄주를 마신 뒤 취중에 한 것이거나 농담 삼아 한 것이라면 더욱 큰 문제"라면서 "유권자의 절반인 여성들은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오른쪽)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후보
● 한나라당 "전혀 없었다" "농담으로 한 얘기" 오락가락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은 서둘러 "사실 확인도 정확히 하지 않은 편파 왜곡 보도"라 주장하며 이를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14일 현안 브리핑을 통해 "비공식적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를 왜곡 보도한 일부 언론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면서 "당시 식사 자리에서 여성 비하와 성적인 은유는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 후보의 발언을 비판한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이 이 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대해 “범여권이 이 문제를 쟁점화하려는 것은 경선흥행 실패와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위기를 `물타기`하기 위한 수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박 대변인은 "왜곡된 보도를 바탕으로 2·3차 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당부한다"면서 "다시 한 번 일부 언론의 `카더라`식 왜곡 편파 보도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를 위시한 일부 진보언론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 비하 발언이 전혀 없었다`는 박 대변인의 주장과는 달리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나경원 대변인과 배용수 공보특보는 이 후보의 발언 여부에 대해선 시인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 대변인은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밥 먹으면서 (농담으로) 한 얘기였다"고 말했고, 배용수 공보특보도 "자기 애기를 한 게 아니라 선배 애기를 한 것"이라면서 발언 사실은 인정했다.
특히 나 대변인은 당사에서 기자들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냐? 당시 이명박 후보의 말을 듣고 기분이 어떠했느냐`고 붇는 기자의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
● 관기.. 낙태.. 부적절한 발언 잇따라 구설수
이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후보는 지난달 초 이른바 `관기` 발언으로 곤욕을 치뤘다. 지난달 3일 이 후보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유세차 지난 3일 오후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을 영접한 정우택 충북지사와 대화를 나눴다.
정 지사는 귀빈실로 들어온 이 전 시장에게 "어제 밤 긴긴 밤 잘 보내셨냐"고 인사한 뒤 이어 "(이 후보가) 예전 관찰사였다면 관기(官妓, 관청에 딸린 기생)라도 하나 넣어 드렸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거 아니었냐?"라고 받아 쳤다.
이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은 여성 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이 후보는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해 장애인을 비하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역사인식도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을 각각 군사독재정권이 만들어낸 용어인 "광주사태"와 "부마사태"로 표현했고, 군사독재 시절 학생운동과 관련해서는 "나도 옛날 학생운동을 할 때는 무조건 반대를 했고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반대였는데 사회에 나와서 내가 낀 안경을 벗고 나니 대단히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 장애인 역사 등 다방면에 두루 걸쳐 쏟아지는 이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이 단순히 말실수가 아닌 `평소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유력 대선주자로 우뚝 선 이 후보가 `과연 대통령 후보로서 적절한가`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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