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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대표선수, 당밖에서 이미 교체되었다

이경희330 2007. 9. 15. 11:13
심상정 돌풍은 전체 대선판 흔드는 '태풍의 눈'이다
 
웅얼거림
 
1. 축구경기와 토론회의 같은 점
 
축구중계는 TV의 인기 편성 중 하나이다. 그러나 축구경기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경기의 룰이나 기술적 내용을 자~세 하게 알고 즐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이 축구중계를 즐기는 것에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축구팬의 첫 번째 관심사는 승부 자체, 필드를 주도하는 게 어느 팀이요, 누가 골을 터뜨리는지 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를 맞아 심상정, 권영길 두 후보가 맞장토론을 펼쳤다.
 
권 후보는 인지도가 더 높고 안정감을 주는 후보라는 점을, 심 후보는 경제에 강한 후보, 당의 변화를 알릴 후보라는 점을 내세웠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토론의 승부가 확실히 갈라진 것은 토론 막판, 심상정 후보가 1차 경선당시 권후보 지지자들의 노회찬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이야기를 꺼냈을 때로 기억될 것이다.
 
아무리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골을 넣는 쪽이 이기는 것이라거나, 공을 오래 잡고 있는 팀이 우세하다는 것은 안다. 마찬가지로, 토론에서도 왔다 갔다 하는 내용 이전에, 두 가지 사항이 “아하, 누가 이겼구나”, 혹은 “누가 우세하구나”하는 판단 축을 구성한다. 

▲심상정-권영길 후보의 13일 맞장 토론 모습.     ©진보정치 제공
 
하나는 기세대결이고, 하나는 평정심이다.
 
‘토론회 교전수칙’의 기본인 이 사항을 이해한다면, 토론 막판, 1차 경선 당시 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이야기에서 권 후보가 언성을 높이는 순간에 ‘심선수 승리’라고 판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이해할 수 있다.
 
사실은 나도 깜짝 놀랄 부분인데, 당연히 권영길 후보 원래의 미덕을 살리며 여유 있고 느긋하게 받아넘길 줄 알았다. 또 그래야 했다. 다소 첨예한 논점이었고 문제의 발단이 일부 권후보 지지자들(솔직히 하는 행동으로는 지지자인게 정말로 맞는지도 모르겠지만)이었기 때문이니까.
 
솔직히 권영길 후보가 원래 권영길 모드로 대응하며 넘어갔다면, 아무리 그래도 당내토론인데 심상정 후보가 더 파고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딴판으로 번졌다. 권 후보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고, 그 와중에도 심상정 후보는 ‘캠프’라는 말을 ‘권영길 후보 지지자로 예측되는’으로 발언을 정정하고 에서‘네거티브에 대한 권 후보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거다’고 말하며 상황을 수습하고 다음 질문으로 이어가는 여유를 보인 것.
 
[*물론, 그동안 FTA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다루는 TV토론에서 심상정을 보아왔던 당원들에게는 사실 이날의 “맞짱토론”도 어쩌면 제목에 비해서는 살짝 미적지근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에~ 뭐야 너무 좋게 좋게 나가는 거 아니야?’ 그러나, 어쩌겠는가 당원 여러분, 아무리 그래도 당내토론이다. 아무리 대선후보라는 중대사안을 놓고 논쟁을 한다고 해도 FTA토론처럼 닭 잡듯 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
 
2. ‘덕담’으로는 할 수 없는 것
 
그러나 조금 축구를 즐겨보는 축구팬들에게는 골이 터지는 장면 만큼이나, 경기 진행과정의 다른 부분도 재미거리이다. 어제의 ‘맞장토론’에서도 ‘골이 터지는 장면’의 첨예함에 가려 살짝 묻힌 부분들도 다시 되짚어 볼 만 하다.

당연히 어제 토론의 핵심 쟁점은 ‘누가 이명박의 맞선 민주노동당 선수가 되어야 하는가’ 라는 부분이었다. 대선을 둘러싼 정치지형은 한마디로 ‘경제언어로 정치투쟁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미 작년부터 겪어 온 바, 이를테면 북한 핵 문제가 뉴스가 될 때‘핵폭탄만 무섭고 부동산 폭탄은 안 무섭냐’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였다.
 
권 후보는 “경제에 강하다”는 심 후보의 이미지를 의식했는지, 이 문제에 선제공격을 가하며 “교과서적인 경제정책으로 맞서고 있지만 시장이나 거리에 나가서 정책을 얘기할 때 10초 만에 뭔가 그렇구나 하는 게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국민들에게 표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총론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는 비전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설적인 것은 실제로 그동안 체계화된 ‘경제비전’의 문제에서도 많은 평자들은 “세박자 경제론”을 내세운 심상정 후보의 우위를 말해왔다는 점이다.
 
게다가 권영길 후보가 내세우는 ‘사람경제’라는 슬로건조차도, 문국현의 대선 가세로 인해 차별화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권영길 후보가 제시한 ‘10초’기준에 따른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특히 선거에서의 정치투쟁의 적잖은 부분이 ‘언어투쟁’인데 ‘성장’이라는 언어를 차용하는 것의 문제는 만만치 않다고 본다. 심 후보는 이미 최소한 ‘발전’이라는 덜 오염된 언어를 사용해야 할 필요를 지적했던 바 있다.

(* 사람경제-노동중심 성장론의 문제는 심상정 후보가 문국현을 비판한 바와 거의 동일하게 ‘노동이 생산요소인 프레임’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
 
나아가 ‘이명박을 보면 뭔가 해줄 것 같아 보여 사람들이 지지한다’는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정책이 아니라 철학과 비전’을 말하는 것은 ‘지피지기’라는 기본적인 병법의 문제에서 실패하는 것이다. ‘지피지기’를 말하는 심후보에게 ‘이명박이 누군지 아직 모르냐’고 말하는 권 후보의 답변은 ‘전술적 감각의 결여’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다. (이런 토론상황에서 사실 상대에게 받아치고 싶다면 이명박 신드롬의 실체에 대한 정확한 분석력을 보여주는 것 이상이 없다. )
 
상대는 누구인가? 상대의 프레임은 어떻게 구축되는가? 상대는 한국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재벌사장이다. 상대의 프레임은 대한민국의 유구한 성장주의, 개발주의와 날뛰는 신자유주의가 보강해주고 정당화 해 준다. 이제 원내정당 3년을 넘긴 ‘노동당’이 어떻게 ‘사장님 경제비전’을 격파할까? 철학과 비전의 덕담으로? 이명박 만큼이나 신뢰감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로?
 
얼핏 생각해도 견적이 안나온다. 이유가 있다. 이명박의 ‘무엇인가 해 줄 듯한’이미지의 기저는 그가 ‘재벌사장’이라는 것에서 기인하는 이데올로기적 후광이다.
 
그걸 쳐부술 방법은, 세세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 근거를 들이대며 상대의 ‘비전’이 어떻게 헛소리인지를 논파해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 치밀하고 촘촘한 전투의 성과가 있어야 ‘노동당’후보가 제시하는 ‘철학과 비전’은 경청할 가치가 있는 무엇이 된다.
 
상대는 ‘나는 사장, 내가 돈 벌어주마, 방법? 내가 재벌경영자라니까’라고 나올 때, 그 옆에서 우리 또한‘철학과 비전’의 덕담을 하면‘빈지갑’을 든 서민들이 ‘노동당’을 찍을 가능성은 3%로 육박하게 된다. 게다가 ‘철학과 비전’만 말하고 끝나는 것, 지지층에게 조차 '착하고 깨끗하지만 실력은 글쎄'인 정당의 모습, 그것은 대중에게 아주 익숙한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의 모습이요, 침체와 정체의 모습이다.
 
"국민들은 철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촘촘한 프로그램을 요구하는데 철학으로 대답하는 것이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의 한계"라는 심상정 후보의 지적은 당의 현 상태에 대해 매우 아픈 지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 ‘민주노동당은 서민경제 항상 말해왔다’는 발언을 반복하는 권 후보의 모습은 안스러울 정도로 안이했다. 그래서 우리가 그동안 ‘서민경제’를 말했는데 그에 대해 서민대중에게 신뢰를 받거나 실력을 인정받은 일이 많던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당의 변화 혁신에 대해 토론해 보자는 제안이 나왔는지 내게는 미스테리일 뿐이다. 혹시 ‘변화나 혁신 필요 없다, 이대로도 좋다’라고 주장할 계획이었을까?
 
(사족이지만,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서라도, 정책평가에서 좋은 평판 정도는 얻어 놔야 말발이 사는 법이다. 세 후보중 정책능력에서 가장 낮다는 평점을 받은 후보가 정책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면 당연히 ‘변명’으로 들린다.)
 
심상정 후보에 대해 ‘교과서적 정책’이라 말하는데, 맞다 심상정 후보의 이명박 조리법은 ‘교과서적’이다. 즉 그것이 기본이라는 것이다. 심상정은 본선대결을 하기에 앞서 짬나는 대로 틈나는 대로 이명박의 주요공약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 공격은 일정한 성과도 내고 있다. (대운하 공약을 메워버린 사람들 명단에는 반드시 심상정이 들어간다. 우리 평가가 아니라 한나라당 내부 기준이다.)
 
그렇게 심상정은 본격적인 대결도 시작하기 전에 이명박을 ‘뻥약제조기’로 만들고 있다.

당연히 정치인은 자기 공약에 대해 방어적인데, 이명박이 기존 공약을 지속하면 본선에서 맞붙으면 확인사살을 하면 되고, 공약이 바뀌었으면 바로 3개월이면 뒤집을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만들면 된다. 이 얼마나 교과서적으로 현명한 조리법인가?
 
3. 나이만 ‘단지 숫자’인 것이 아니다.
 
권영길 후보는 토론 내내 자신의 인지도가 높고, 여론지지도가 10%에 달한다는 숫자를 이야기 한다. (경제대선을 어찌 돌파 할 것인가에 대해 심상정 후보가 ‘숫자에 좀 약하신 거 아닌가’를 물어보니 지지율 수치로 대답하는 모습역시 좀 그랬다.)
 
그런데 이 논리와 그 결과 어디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아, 그렇다 바로 당내경선 1차전 때 본 것이다. 주창자는? 바로 노회찬 후보이다. 노회찬 후보의 전술적 오류 중 하나는 여론지지도와 실제 선거환경에서의 득표력을 등치 시키는 것을 선거운동 컨셉으로 택한 것이다. 초반에 일정한 성과는 있었지만, 그 외의 보강이 없었던 것이, 여론조사와 선거의 차이가 드러나는 시점에서 적잖은 타격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집에서 전화 받고 ‘누가 좋으냐’를 답하는 여론응답과 나가서 ‘누굴 앉힐까’를 뽑는 선거는 다른 환경, 다른 행동이다. 인터넷으로 편하게 선거하는 당내 선거, 셋중 누구라도 잘하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열린 당내 선거에서도 이럴 진데, 심지어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는 어떻겠는가?
 
민주노동당의 대선은 게다가 어쩔 수 없는 ‘역 핸디캡 스타트’ 이다. 즉 당선가능선 에서 한발 뒤로 물러선 채 시작해야 한다. 정당, 후보에 대한 기본 선호도조차 실제 표로 이끌어 내는 데는 애로가 있다. 감히 주장하지만, 고여 있는 10%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본선에서 반토막이 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2002년 7% 였는데 정몽준 파동 후 비지론 광풍으로 빼앗겼다는 푸념은 사실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변명일 뿐이다. 아니 선거에서 돌발 상황은 원래 ‘상수’이다. 그걸 뚫어낼 수 있어야 자기 몫이라도 챙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열우당이 파산했어도 우리의 지지율은 늘지 않았다. 열우당이 망했어도 우리가 그것을 챙길 깜냥이 못되었을 때 그것은 차라리 한나라당의 표가 되었다.
 
자 이걸 어떻게 돌파할까? 정확히 철학의 문제, 가치의 문제가 등장할 지점은 ‘경제논쟁’이 아니라 여기이다. 민주노동당과 그 후보자가 당락을 떠나 찍어놓을 가치와 필요가 있는 존재, 당락에 앞서 선거의 지형을 바꾸는 존재로 인지되어야 한다.
 
당락에 앞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그 자체로 뭔가 의미와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그 자체가 한국 정치, 한국 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부를 것 같다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10%니 얼마이니 하는 고정지지표를 제대로 찾아 먹고,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려면? 그렇다, 뭔가 긍정적인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까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꺼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권영길 후보가 나의 여론지지율이 10%를 말하고 있지만, 올해 대선정국에서 권 후보에게 쏠린 관심도는? 별로 높지않다. 게다가 그 내용조차 권영길이 무엇을 해낼까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간판주자 권영길이 교체될까’에 맞추어져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이 뭔가 바뀌는 것 같다’는 주목의 시선을 당 경선으로 이끌고 온 돌풍의 주역 심상정에 대해 말해지는 방식은 어떨까?
 
3일 이상, 포털 ‘다음’의 대선뉴스 메인에 떠 있던 경향신문 기사의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대선 달구는 이명박·문국현·심상정 ‘3色 경제론’”(경향신문, 9월 13일)
 
심상정, 그리고 ‘돌풍의 심상정’이 대표하는 ‘혁신된 민주노동당’은 이번 대선의 판을 만드는 변수로 당당히 등극해 있다. 그것은 ‘여전히 권영길’로 대표되는 ‘그때 그 민노당’으로는 대체될 수 없는 위치이다.
 
민주노동당 대표선수는 당의 바깥에서는 이미 교체되어있다.
 
살벌한 경제대선, 사이비 개혁세력이 몰락하고 유일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기존의 한계와 관성을 깨고 무엇인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사회적 기대, 시대의 요구가 투영된 것이 바로 아직 결선만 치렀는데 당 밖에서 불어오는 심바람의 정체이다.
 
2007년, 민주노동당은 기로에 서 있다.
 
진보정당 답지 않게 정체 속에서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퇴락할 것인가, 민주노동당이 변화하고 발전함을 대표주자의 교체로부터 확실하게 대중에게 각인시키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열 것인가.
 
유일한 대안은 벌써 당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혁신의 심바람이다.

‘경제에 강한 여성대통령’ 심상정과 함께 민주노동당 대선승리의 태풍을 만들자.

* 본문은 독자 개인의 주장일 뿐 <대자보>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본문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토론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