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3가지 행사(?)의 취재를 다녀왔다. 기자에게 "너무 오랜만에 보인다"며, "그동안 무얼하며 지냈냐?"고 묻던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300일 결의대회 및 문화제', 지구온난화와 대운하, 그리고 채식만이 '이기적 인간'이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열린 '지구의 날' 행사, 마지막으로 5년째 '신념 반 의무감 반'으로 취재를 간 '420 장애인 차별 철페의 날' 집회 취재가 그것이다. 그야말로 오랜만의 취재에 만나는 이들마다 연신 반가움과 서운함을 동시에 표하는 난처함 속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희망과 여전히 난공불략인 우리사회의 권력의 공고함을 확인하는 ‘만감’을 경험해야 했다.
300일 넘는 투쟁을 벌여오고 있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은 여전히 자본의 편임을 다시 한번 공고히 확인시켜 주었고, 차별금지를 법으로 재정해놓고도 그건 ‘노무현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기에 장애인들을 또다시 악랄한 ‘차별의 굴레’로 몰아넣어버리는 이 사회가 너무나도 팍팍함을 재확인하는 순간일 뿐이다. 환경을 이야기하며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몇 억짜리 서울시 행사장에서 한달 넘도록 ‘탈시설’을 요구하며 노숙을 벌이던 장애인들의 농성장이 그 천막에 막혀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에서, 태양열로 30분 넘도록 익힌 계란을 까먹는 사람들을 난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 건가?
그곳에서조차 ‘태안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책임을 묻는 천막이 가장 ‘마이너’로 취급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친환경적 시민참여 사업이 더러운 장애인들의 ’깽판’에 훼손될 것을 노심초사해 그들의 행진을 한 시간동안이나 지연시킨 경찰들의 눈물겨운 배려에까지 시선이 간 후에는 내 존재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든다면 너무한 표현인가? 그럼에도 여전히 그 속에서 ‘희망’을 본다. 여전히 어리석은 세상에 대해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500만 장애인들은, 그리고 우리가 발 붙이고 살고 있는 이 지구는 “너희가 잘못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발언’하기에 난 또다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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