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임명한 공공 기관장들의 퇴진을 요구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민주노동당으로부터 피소 당했다.
민노당은 21일 유인촌 장관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민노당은 고발장에서 "유인촌 장관의 발언은 공공 기관장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공직자가 지켜야 할 준법 의무에도 위반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민노당은 "공공기관장은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권력의 이동이 있을 때마다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거론되거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인사가 좌우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정부 들어 현직 장관이 고발되기는 처음일 것"이라며 "유 장관이 어제 `근래 뉴스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아 죄송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이명박 정부 코드 인사의 첨병으로 나섰다는 비난 여론을 피해보자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라"며 "유 장관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12일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린 광화문 문화포럼에 참석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해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단체장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 문광부 공무원 노조, “장관이 돼서 하라는 일은 안하고...”
한편, 유인촌 장관에 대한 비판은 문화체육관광부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문광부 공무원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유인촌 장관이 취임 한 달이 다 되도록 인사 발령을 내지 않아 행정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임 이후 연일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압박하느라 정작 문광부 업무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문관부 노조는 이날 내부 게시판에 올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바란다` 제하의 성명을 통해 "유 장관 취임식이 있은 날로부터 벌써 1개월이 다 돼 가는데 문광부에는 공식적으로 장·차관 및 홍보지원국 직원만 있다"며 "지난 1개월을 행정 공백으로 고스란히 날려버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지금은 문광부의 미래와 비전을 그려야 할 때임에도 정쟁에 휩쓸려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어 문화부 구성원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며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다. 한발 물러서 겸손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문광부 공무원들은 인사 발령 보류 상태에서 컴퓨터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문광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컴퓨터를 못 썼다고 하던데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인사 발령이 나지 않아 전자 결재 시스템을 쓰지 못하고 일단 종이 문서로 결재하고 이 문서를 스캔해 보관하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