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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누나들 마음은 잘 모르겠어요"

이경희330 2007. 9. 18. 09:13

[노컷인터뷰] '왕과 나' '태왕사신기'로 성장을 알린 유승호

 




"이런 아이가 어디 있었을까, 깜짝 놀랐다. 굉장히 발전할 연기자다."

300여 편의 사극을 연출한 거장 김재형 감독은 칭찬을 멈추지 않았다.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얼굴도 잘생겨 성인극의 주연급으로 활약할 것"이라고도 평했다.

김 감독이 침이 마르도록 호평한 주인공은 바로 아역 연기자 유승호(14)다. SBS 월화 사극 '왕과 나(극본 유동윤)'에서 어린 성종을 연기한 유승호는 탁월한 흡입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누나 팬'들의 지지가 크다. 곳곳에서는 '국민 남동생'이란 말까지 들린다.

주위는 뜨거운데도 정작 내성적인 성격의 중학교 2학년 소년 유승호는 쑥스러울 따름이다. 극 중 호흡을 맞춘 박보영(윤소화 역)이 "학교에서 유승호의 인기가 대단해요"라고 옆에서 거들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보영이 누나가 더 인기"라며 머쓱해했다.
영화 '집으로', '마음이' 주연은 물론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와 '불멸의 이순신'까지 흥행작에 골고루 출연하며 연기력을 뽐냈지만 유승호는 카메라 밖에서는 또래보다 좀 더 수줍음을 타는 중학생이다.

인터넷 팬카페도 '무서워' 들어가지 않는다. "팬도 있지만 안티팬도 있는데 나쁜 글을 보면 상처를 받잖아요"라는 이유에서다.

"매니저 형이 팬카페에서 글을 읽어보고 좋은 말을 가려서 얘기해줘요. '왕과 나'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는데 저는 잘 몰라요. 누나들의 마음도 잘 모르겠어요. 또래 친구들은 장난을 치니까 분위기를 알 것도 같죠. 그런데 친구들이나 형들이 하는 말 때문에 상처받을 때가 있어요."




어린 나이에 연기자로 나선 유승호는 평범한 생활은 하지 못한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인천에 있는 학교에서 조퇴하고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커서도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우지만 당장 생활은 쉽지 않다.

"혼날 때는 외롭기도 해요. 촬영장보다 평소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연기)하기 싫을 때가 있죠. 학교 다니면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나요. 제가 연기자가 아니었으면 그런 소리를 듣지 않고 평범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뭐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예술고등학교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할 만큼 유승호는 다부진 면도 지녔다. 매니저는 "승호나 부모님 모두 일반 고등학교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낯선 듯 유승호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잘 모르겠어요"라면서 웃거나 조심스럽게 생각하면서 말을 이었다. '왕과 나' 속 당찬 어린 성종의 모습이나 '태왕사신기'에서 선보인 어린 왕자의 연민은 엿볼 수 없었다.

"멀리 생각하는 연기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현실의 유승호는 평범하다. 또래 친구들이 선호하는 인기 브랜드 옷을 찾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저렴한 옷을 즐겨 입는다. 인터뷰에 나선 이날 신은 은빛 운동화도 1만 원짜리였다.

카메라 앞으로 돌아온 유승호는 평범하지 않다. 이 소년에게 '어떤 연기자가 되고 싶으냐'라고 묻자, 고민 없이 대답을 풀어냈다.

"멀리 생각하는 연기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내일 촬영이 있으면 그만큼만 열심히 노력해서 촬영을 마치고 싶어요.그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연기자가 될 거예요."

굵직한 2편의 사극으로 의미 있는 성장을 알린 유승호의 차기작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서 '집으로'가 개봉해 인기를 얻어 현지 관계사로부터 여러 차례 팬미팅 요청을 받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는 조용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생각이란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