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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연 자살 우울증만은 아니다!

이경희330 2009. 5. 7. 00:27

‘하늘’보다 더 먼 ‘왕별’까지의 거리
지난달 30일 신인 배우 우승연의 영결식이 유족들의 눈물 속에서 이뤄졌다. 우태윤 기자wdosa@ilyo.co.kr

연예계가 지독한 악재를 겪고 있다. 지난 8개월간 총 9명의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인배우 우승연 역시 지난달 27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택했다. 자택에서 스카프로 목을 매 숨진 그에게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은 진로 비관 등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많은 얘기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우승연 주위를 맴돌고 있다.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린 꽃, 우승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그를 둘러싼 소문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의 지인들을 통해 들어봤다.

중앙대 불어불문학과 학생이자 배우의 신분을 지닌 우승연은 인터넷 카페의 5대 얼짱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패션지 등 잡지와 CF 촬영을 하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공식적인 데뷔는 2003년으로 이미 5~6년 정도 연예계에 몸담아 왔지만 존재감이 미미하다 최근에서야 활동이 활발했다. 영화 <허브>와 <그림자 살인>, 시트콤 <얍>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배우로서의 경력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째서 죽음을 선택했을까.

우승연의 자살을 두고 가장 처음 불거져 나온 이유는 ‘우울증’이었다. 언론에 우승연의 죽음을 처음으로 전한 측근이 “고인이 최근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경찰 역시 “최근 잇따른 오디션 탈락과 오랫동안 교제해오던 남자친구와의 결별이 우울증을 불러온 것 같다”고 전해 힘을 더했다.

하지만 우승연 지인들의 말은 다르다. 빈소에서 만난 우승연의 일본어 과외 선생님은 “최근까지 일본어를 가르쳤는데 늘 밝고 웃는 모습이었다”며 “공부에도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고 우울증을 부인했다. 우승연의 친구들 역시 “절대로 우울증은 아니다”며 “빈소에서 만난 유족들도 우울증은 아니라는 얘기를 자꾸 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승연의 빈소에 소속사 지인들뿐 아니라 일반인 친구들이 많이 방문하는 등 생전 인간관계가 좋았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유독 감성이 예민하긴 했다는 것이 측근의 전언. 우승연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 잘 웃고 얘기도 잘하는 밝은 성격이긴 했지만 얘기를 하다보면 언뜻언뜻 ‘감성이 예민한 친구구나’라는 걸 느꼈었다”고 전해왔다. 우승연의 동창 중 한 명도 “작은 부분도 꼼꼼히 신경을 쓸 정도로 세심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잇따른 오디션 탈락으로 인한 진로 비관에 관해서는 매니저가 나서 “최근 광고 미팅을 비롯해 드라마 영화 오디션이 굉장히 많았다”며 “물론 탈락한 것들도 있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건이 더 많았고, 소속사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준비 중인 오디션도 많은 상태였다”고 오디션 탈락이 주된 이유는 아님을 밝혔다. 하지만 ‘진로 비관’ 사유를 100%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승연의 한 측근이 “대형기획사인 예당엔터테인먼트에서 확실하게 빛을 보지 못한 뒤 오라클엔터테인먼트로 옮겨와 활발한 활동을 기대했지만 뚜렷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아 힘들어했다”고 말한 데다 오디션을 보는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어 그의 매니저도 우승연이 자살하기 일주일 전에 만난 게 마지막이었기 때문. 이런 까닭에 고인은 올 가을 복학을 고려하는 등 일반인으로서의 생활을 준비하면서도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버거워했을 수 있다는 것이 지인들의 전언이다.

우승연이 데뷔 전부터 만나왔던 전 남자친구인 가수 K 씨와의 결별도 죽음의 요인으로 떠올랐다. 8년 정도 사귀었다는 이들은 1년 전 결별했지만 그 후에도 가까운 관계로 지내왔다. 이런 까닭에 항간에는 최근 남자친구에게 다른 인연이 생기면서 고인이 힘들어했다는 말까지 불거져 나왔다. 하지만 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고인 측근들의 증언이다. 고인의 지인들은 “이미 깨끗이 정리된 관계다”며 “단지 친구로만 연락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K 씨는 우승연의 빈소를 찾은 데 이어 지난달 30일 있었던 발인식에도 참석했다. 밤을 샌 듯한 K 씨의 표정은 굉장히 피곤해보였으며 운구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측근의 부축을 받으며 발인을 지켜봤다.

고인의 빈소는 일반인 친구들과 친지들로 북적인 반면 연예인들의 발길은 많지 않았다. 고인과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황정민과 생전 친분이 있었던 가수 윤하, 그리고 전 남자친구인 가수 K 씨 등 소수의 연예인만이 빈소를 찾았다. 또한 소수의 연예기획사 및 우승연이 생전 이용하던 미용실, 그리고 가수 윤하와 별이 근조화환을 보내 슬픔을 전했다.

우울증이라기보다 고인을 둘러싼 여러 일들이 그를 힘들게 했다는 우승연의 측근들. 평범하게 살아오다 우연한 기회에 연예인이 되면서 많은 아픔과 좌절을 겪어야 했던 우승연의 짧은 인생이 안타깝기만 하다.

문다영 객원기자 dy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