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건, 워크샵을 진행을 하건,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건, 단기 목표를 세우라고 하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공부입니다. 그 분야도 다양하지요. 영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부터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주부까지 모두 영어를 잘하고 싶다고 합니다. 영어 때문에 기러기 아빠생활을 하고,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떠나 이국에서 홀로 생활을 합니다. 하긴 얼마 전까지 오락프로그램에서까지 영어를 가르쳤었죠. 영어는 온국민의 콤플렉스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왜 영어공부를 해야 하냐고 물으면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식입니다. 왜 길에 껌을 뱉으면 안 되고, 새치기를 하면 안 되는지는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래야 하는 것처럼, 영어공부도 어떻게 보면 대한국민이라면 지녀야 하는 기본이 된 듯 싶을 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처럼 다른 것을 했다면, 우리나라가 진작에 선진국이 되었을 거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럼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문제인가요?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전 영어가 커리어에 엄청난 어드밴티지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영어공부하라고 종용하기도 합니다. 영어를 잘하면 할 수 있는 일, 갈 수 있는 직장이 딱 2배가 된다지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도 영어를 굳이 쓰지 않는 업종이라도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보다 훨씬 넓은 시각과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저는 전업주부 시절에도 영어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대부분 수입품인 유아 용품을 인터넷을 통해 다 원산지에서 반값에 구입을 했고, 아이 옷은 미국 옥션인 ebay를 통해서 싼 가격에 사 입혔습니다.
영어를 하면 좋습니다. 그것은 여러 면에서 그렇습니다. 개인에게도 유리하고,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지요. 영어라는 언어가 마음만 먹는다고 그렇게 쉽게 습득이 되느냐? 언어습득이 잘되는 10대, 20대에도 제대로 안된 영어가 30대 넘어서 학원다닌다고 나아질 리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미국에서 몇 년을 미국인 교수에게 수업듣고, 미국물만 먹으면서 박사공부를 해도 5년 후에 미국인들 웃을 때 웃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선 어렸을 때, 습득한 정도가 낮다면 영어공부를 할 때, 완벽하게 영어를 할 수있다는 환상을 버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3년간 열심히 투자해서 미국 중학생들 수준을 영어를 하겠다고 하더군요.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 말은 다 알아듣겠냐고. 우리는 그 나라에서 태어나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성장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하듯이 습득을 하는 것이 아니죠.
중학생은 언어가 성인의 것과 다릅니다. 그들의 지적수준이 있기 때문이죠. 교생실습 도중 중학생들이 제 말을 못 알아 듣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즉, 미국 중학생수준의 영어는 성인 미국인들이 쓰는 언어와 여러 면에서 다르며, 우리가 배우는 영어는 미국인들의 언어 성장과정처럼 발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야아 합니다. 우리는 성인의 영어를 배워야지, 어린애 수준이나 청소년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는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영어를 할 때, 모든 것 -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 -이 조금씩 진화하기를 바래서는 안 됩니다. 20대 중반이 넘었다면 불가능합니다. 대신 필요한 것을 하나씩 공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외국인 상사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혹은 미래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 당연히 말하기와 듣기에 치중을 해야겠지요. 한국말에서 문어체와 구어체가 다른 것처럼 미국말도 그렇습니다. 구어체를 익혀야 하죠.
그리고 우리는 유아어부터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인의 언어를 익혀야 합니다. 우리가 잠옷을 ‘Pajama' 혹은 ’PJ‘라고 하는 것을 알면 되지, 미국 애기들은 'jami'라고 말하는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반면, 연구직이라서 외국 논문을 읽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면 읽기에 치중을 해야 합니다. 그런 경우 타임지나 관련 외국 잡지를 읽는 것으로 읽기를 단련하면 됩니다. 영어회화 학원 다닌다고 읽기 속도나 vocabulary 가 늘지는 않습니다.
저는 상담심리를 전공을 해서 상담 실습을 1년간 했어야 했는데, 영어를 거의 못하던 저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들 이었답니다. 그래도 몇백시간을 클라이언트와 방에 갇혀버리고, 무언가를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늘상 놓였답니다. 어떻게 말이 안늘겠습니까? 저는 아주 특별하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 듣기가 먼저되고 말하기가 나중에 되는데, 학위를 마칠 때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TV 뉴스는 잘 못 알아들었죠.
우선은 영어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어느 것인지 정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어 시험 성적을 올려서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하는지, 외국 회의 나갔을 때 외국 연구자들과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한지, 미국 인터넷 쇼핑을 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정하고, 그에 적중하는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혹은 영어 보다 더 중요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잘해야 하는 정도도 고려해 보아야 하겠죠. 언어천재가 아닌 한 나이 서른 넘어서 시작한 영어공부.. 한국에서 해서 native처럼 하게 될 확률 거의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혹은 개인적인 욕심에서 필요한 만큼을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 오는 외국인 손님과 인사할 정도면 되는지, 아니면 기술적인 회의에 참석해서 논쟁에서 밀려서 안될 정도로 해야 하는지 정해야 합니다.
미국에 있는 관련자에게 이메일 보낼 정도로 쓰기만 하면 되는지, 아니면 매우 formal한 정신 문건을 작성해야만 하는지. 사람마다 필요한 정도도 다 다릅니다. 물론 native처럼 되면 좋겠지만, 그러면서 잃게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즉, 투자대비 아웃풋이 어떻게 되냐는 것이죠. 다 버리고 영어권 국가에 한국사람 하나도 없는데 가서 10년 정도 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활발하게 생활하면 native처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한국말은 장담 못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이 채워지면 전반적으로 영어가 느는 것입니다. 읽기가 잘되면 말도 더 잘하게 되고, 잘 듣게 되면 말도 잘하게 됩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동기부여 역시 필요하지요. 필요하거나, 좋아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습득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따라서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자기 합리화가 필요하고, 그리고 기회도 중요합니다.
언어는 쓰는 만큼 늡니다. 한국말도 안 쓰면 안 늡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말을 잘하고, 다양한 단어를 구사하며, 전달력도 높지요. 언어를 쓸 데도 없이 그저 습득만 계속하면 그동안 사라져 가는 능력도 감안해야 합니다.
애기 키우다가 예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들을 만나러 나갔더니 말이 안나오더군요... 아주 심각할 정도로. 하루종일 별 말도 없이 계속 애보고, 집안 일하고, 애한테 “맘마줄까?” “우리애기 이쁘다” 이런 말만 하다가 나가서 비즈니스 적인 말을 하려니 단어도 생각이 안나고 긴 문장을 구사하는 것조차 어렵고. 자괴감이 들 정도더군요.
함께 유학을 준비했던 아나운서 언니가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서 한국에 돌아와서 상당기간 재활훈련(?)을 받고서 방송에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 최고의 수준으로 구사하던 모국어 역시 안 쓰면 능력이 떨어지는 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지금은 영어 거의 못하고, 옆집사는 미국 아저씨가 말 걸까봐 바깥에 나가기도 무섭습니다. 하지만, 책은 계속 봐오고, 인터넷은 계속 써와서 읽는 데에는 문제가 없는 편입니다. 영어는 자격증처럼 어느 순간 잘했다고 그 능력이 유지되지도 않는답니다.
즉, 영어는 쓸 일이 없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계속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루도 빼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구요.
영어선생도 아니면서 영어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했을까요? 영어가 우리 몸값을 올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데에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고, 이제 한 개인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기에 짚고 넘어가고 싶었답니다.
영어공부 해야 한다면, 이유를 가지고, 명백한 전략을 세우고, 그에 따라서 가장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죠? 세계에 나가서 일을 하려면 영어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입니다. 영어학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수단을 목적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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