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자

영어학습의 원칙에 대한 오해 (7): 틀린 표현은 정정받아야 한다?

이경희330 2007. 9. 6. 01:49
이것 역시 한국에서는 불문율처럼 신봉되고 있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쓴 글을 선생님께서 시뻘겋게 교정을 했을 때 기분이 어떻던가요? 다시 쓸 맛이 나던가요? 혹시 “난 영어를 왜 이렇게 못하지? 나도 참 한심하다” 등의 자기비하적인 한탄을 한 적은 없나요? 영어학습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동기유발이 중요한데 타인으로부터의 이런 노골적인 정정(correction)은 아예 학습의욕을 싹 가시게 하는 독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오류를 고쳐주면 당시에는 ‘아, 이런 것이 틀렸구나!’ 하고 깨닫지만, 나중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던가요? 사실, 한 번 정정을 받았다고 해서 이 다음에 똑같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는 똑같은 오류를 반복합니다. Michael Lewis라는 학자는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It is not self-evident that correction helps. Indeed, I know of no evidence which suggests that it does. on the other hand, it is self-evidently time-consuming, and often inhibits students.
(오류의 정정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다. 사실, 나는 오류의 정정이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제시한 어떤 연구자료도 알지 못한다. 반면, 그것은 명백하게 시간낭비이며, 종종 학습자의 학습을 억제한다)

Just because learners get something right, it does not always follow that they have fully internalized it.
(단지 학습자가 어떤 표현을 바르게 사용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이 완전히 내재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마 여러분 중에는 어학연수를 가도 오류를 다 고쳐주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Michael Lewis의 다음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Curiously, teachers often correct because they and their students see it as the teacher's role, and they wish to give students value for money. In fact, correction is rarely a cost effective use of class time. Correction plays only a marginal role in aiding acquisition.
(이상하게도, 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종종 오류의 정정을 하는데, 그들 자신과 학생들이 오류의 정정을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수업료에 대한 대가를 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류의 정정은 수업시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오류의 정정은 습득을 돕는 데 주변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오류의 정정은 정확성을 중요시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언어의 사용목적은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에 있고 의사소통에서는 정확성보다 유창성이 더 중요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유창성보다 정확성 위주의 교육을 강조해 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학습자들은 정확하지 않은 문장은 아예 말하려고도 하지 않는 잘못된 학습문화에 젖어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이 10년을 넘게 영어 공부를 하고도 입도 뻥끗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오류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자전거를 탈 수 있기 위해서는 넘어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게다가 정확성은 비교적 나중에 습득된다는 연구 결과를 곱씹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작문을 지도할 때는 처음엔 정확히 쓸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많이 쓰기를 권장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많이 쓰다보면 차츰 정확성이 길러지는 것이 언어습득의 원리이니까요.

As in first language learning, accuracy seems to be relatively late-acquired. Delaying communication until accuracy is achieved may be counterproductive. - S. Thornbury
(모국어 습득의 경우처럼 정확성은 비교적 늦게 갖추어지는 것 같다. 정확성이 갖추어질 때까지 의사소통활동을 늦추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