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경제정책 줄줄이 보류.연기
(서울=연합뉴스) 정책팀 =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국정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5일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MB노믹스'의 간판격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보류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고 공기업 개혁도 쇠고기에 밀려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기업환경개선 추진 계획, 건설부문 투자 지원 방안, 금산분리 완화방안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대책도 애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고 고유가 해결을 위해 시급한 원자력 정책도 미뤄질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17대 국회 통과를 위해 한.미 쇠고기 협상을 서둘렀지만 오히려 쇠고기 협상 때문에 한.미 FTA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정부 주변에서는 쇠고기 논란으로 민심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성급하게 경제정책을 발표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아 추진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어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공기업 개혁안 발표 시기 놓쳐
공공기관 통폐합 및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기업 개혁방안은 쇠고기 파동으로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초안은 이미 그려졌지만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강행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지난달 중순이나 말께 발표한다고 했지만 이달 초로 한번 미뤘다가 다시 이달 말 이후로 연기했다.
여당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기업 민영화 발표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 7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대규모 통폐합 및 민영화 등 내용을 담고 있어 해당 공기업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쇠고기 등 문제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할 경우 타개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업 구조조정처럼 논란 가능성이 크고 이해집단의 저항이 심한 정책은 정권 초기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타이밍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운하 보류에 무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 대운하 논의를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거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는 엇갈린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보류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실적으로도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쇠고기 못지 않게 반대 여론이 거센 대운하를 강행하기엔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쇠고기 파동이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에야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 기업 경쟁력 대책 줄줄이 연기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 건설부문 투자지원 방안,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대책도 쇠고기 논란과 서민대책에 밀려 연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애초 5월 말까지 기업환경개선 1차 대책을 마련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수도권 및 대기업 규제 등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1차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을 상정해 최종 심의.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로 논의한 뒤 발표 시기는 서민대책 이후인 다음 주로 연기했다.
건설부문 투자지원 방안도 이번 주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다음 주로 미뤄졌다. 쇠고기.고유가 등으로 민심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서민대책에 앞서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먼저 발표할 경우 '기업만 챙긴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산업 관련 정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6월 말까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9월 말까지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나 예정대로 발표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보험.증권 등 비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방안은 6월 말까지 발표하기로 돼 있지만 차질이 예상된다.
◇ 원자력 정책 늦춰질 듯..한미 FTA.농정 표류
고유가 시대에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정책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유가의 현실적인 대안인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이달 26일 3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적정한 원전비중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회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반대의견이 분명하게 있는 만큼 신중하고 꼼꼼한 정책 준비가 필요해 3차 국가에너지위원회 일정 등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도 쇠고기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쇠고기 협상 결과로 인해 한.미 FTA의 17대 국회 처리는 무산됐고 18대 국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아 국내 비준동의를 위한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쇠고기 이외의 농업정책은 사실상 사라졌다. 농업정책 주무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에 주력하느라 정운천 장관이 취임하면서 추진키로 했던 시.군 단위 유통회사, 농촌지역 뉴타운 조성 등의 정책을 챙길 여유가 없다. 더구나 정 장관의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어 내부 분위기까지 뒤숭숭하다.
◇ 전문가 "국민 신뢰 회복.소통이 최우선"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쇠고기 문제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뒤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하면서 정도를 가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경제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책이라는 것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상무는 "공기업 민영화, 에너지대책, 경쟁촉진, 개방 등의 개혁정책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어떤 이익집단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이번 쇠고기 파동으로 신뢰를 잃으면서 현 정부는 어떠한 정책도 효과적으로 쓸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쇠고기 문제를 풀고 인적쇄신을 단행해 정부가 새로 태어나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급등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반성하고 국민에게 정직하게 알리면서 정도를 갈 수 밖에 없다"면서 "고환율, 추경을 통한 내수 활성화, 금리 인하 등 인위적 부양책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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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책팀 =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국정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정부의 경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5일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MB노믹스'의 간판격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해 보류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고 공기업 개혁도 쇠고기에 밀려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기업환경개선 추진 계획, 건설부문 투자 지원 방안, 금산분리 완화방안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대책도 애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고 고유가 해결을 위해 시급한 원자력 정책도 미뤄질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17대 국회 통과를 위해 한.미 쇠고기 협상을 서둘렀지만 오히려 쇠고기 협상 때문에 한.미 FTA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정부 주변에서는 쇠고기 논란으로 민심이 비우호적인 가운데 성급하게 경제정책을 발표할 경우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아 추진 자체가 무산될 우려가 있어 발표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공기업 개혁안 발표 시기 놓쳐
공공기관 통폐합 및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기업 개혁방안은 쇠고기 파동으로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초안은 이미 그려졌지만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강행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지난달 중순이나 말께 발표한다고 했지만 이달 초로 한번 미뤘다가 다시 이달 말 이후로 연기했다.
여당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공기업 민영화 발표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해 7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대규모 통폐합 및 민영화 등 내용을 담고 있어 해당 공기업 노동조합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며 "쇠고기 등 문제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할 경우 타개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업 구조조정처럼 논란 가능성이 크고 이해집단의 저항이 심한 정책은 정권 초기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타이밍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대운하 보류에 무게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일단 보류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 대운하 논의를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거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적이 없다는 엇갈린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보류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실적으로도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쇠고기 못지 않게 반대 여론이 거센 대운하를 강행하기엔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쇠고기 파동이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에야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 기업 경쟁력 대책 줄줄이 연기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 건설부문 투자지원 방안,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등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대책도 쇠고기 논란과 서민대책에 밀려 연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애초 5월 말까지 기업환경개선 1차 대책을 마련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수도권 및 대기업 규제 등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1차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을 상정해 최종 심의.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비공개로 논의한 뒤 발표 시기는 서민대책 이후인 다음 주로 연기했다.
건설부문 투자지원 방안도 이번 주에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다음 주로 미뤄졌다. 쇠고기.고유가 등으로 민심 이탈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서민대책에 앞서 기업환경 개선대책을 먼저 발표할 경우 '기업만 챙긴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산업 관련 정책도 사정은 비슷하다. 금융위원회는 6월 말까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9월 말까지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나 예정대로 발표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보험.증권 등 비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방안은 6월 말까지 발표하기로 돼 있지만 차질이 예상된다.
◇ 원자력 정책 늦춰질 듯..한미 FTA.농정 표류
고유가 시대에 다시 재조명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 정책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고유가의 현실적인 대안인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이달 26일 3차 국가에너지위원회를 열어 적정한 원전비중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회의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는 올해부터 사용 후 핵연료 처리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반대의견이 분명하게 있는 만큼 신중하고 꼼꼼한 정책 준비가 필요해 3차 국가에너지위원회 일정 등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도 쇠고기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쇠고기 협상 결과로 인해 한.미 FTA의 17대 국회 처리는 무산됐고 18대 국회는 아직 구성되지 않아 국내 비준동의를 위한 절차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쇠고기 이외의 농업정책은 사실상 사라졌다. 농업정책 주무 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쇠고기에 주력하느라 정운천 장관이 취임하면서 추진키로 했던 시.군 단위 유통회사, 농촌지역 뉴타운 조성 등의 정책을 챙길 여유가 없다. 더구나 정 장관의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어 내부 분위기까지 뒤숭숭하다.
◇ 전문가 "국민 신뢰 회복.소통이 최우선"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쇠고기 문제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뒤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하면서 정도를 가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진단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최근 여러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경제정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책이라는 것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고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상무는 "공기업 민영화, 에너지대책, 경쟁촉진, 개방 등의 개혁정책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어떤 이익집단에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이번 쇠고기 파동으로 신뢰를 잃으면서 현 정부는 어떠한 정책도 효과적으로 쓸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 "쇠고기 문제를 풀고 인적쇄신을 단행해 정부가 새로 태어나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고유가로 인한 물가 급등으로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반성하고 국민에게 정직하게 알리면서 정도를 갈 수 밖에 없다"면서 "고환율, 추경을 통한 내수 활성화, 금리 인하 등 인위적 부양책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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