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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현장의 경찰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용산 참사’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용산 참사’를 ‘이명박식 공안통치가 빚은 참극’으로 규정하고 지휘선상에 있었던 책임자 처벌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선 진상규명’을 강조하면서 정치쟁점화를 경계하고 있다. 청와대도 여론악화와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조기 수습에 전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용산 참사’가 2월로 예고된 ‘2차 입법전쟁’은 물론 4월 재·보선 정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용산 사건으로 사회적 갈등이 확산 일로로 치닫고 있는 만큼 여야 간 정쟁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을 또다시 극심한 정쟁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용산 참사’ 후폭풍 속으로 들어가 봤다.
리와 관계 장관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월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조한 발언이다. 정 대표는 이날 ‘용산 참사’와 관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모두 물어야 한다”며 책임자 경질론과 함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즉각 김석기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행안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기도 했다. ‘용산 참사’를 계기로 경찰청장과 국정원장에 내정된 인사들을 뒤흔들면서 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21일 당 5역 회의에서 “결과에 따라 책임소재와 책임범위를 엄밀하게 가려서 책임자에 대해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의 총공세에 직면한 한나라당은 한껏 몸을 낮추면서도 야당의 정치공세에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21일 긴급당직자회의를 통해 ‘선 진상규명 후 책임소재’라는 당 공식 입장을 확정하는 등 야권의 정치쟁점화 전략 차단에 나섰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먼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게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도 책임자에 대한 조속한 문책과 대국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홍준표 원내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진상조사 후 책임’이라는 것은 사법적 책임을 말하는 것이고 ‘정치적 책임’은 즉각 물어야 한다”며 “질질 끌면 2월 임시국회는 ‘김석기 국회’가 된다”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했었다. 당내 일부의 주장대로 김 청장이 사퇴하지 않고 2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경우 2차 입법 전쟁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줄 수 있음을 경계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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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최고위원(왼쪽부터)과 정세균 대표 등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 |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 소속의 김성태 의원도 “과잉진압으로 철거민이 사망한 상황에서 시위대의 잘못을 따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정부와 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에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해 당 공식 입장과 거리가 있는 주장을 폈다.
1월 21일 긴급 소집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용산 참사’에 대한 ‘진실 규명’보다 여야 간 논쟁이 심화되면서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불법, 과격 시위 문화에 대해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면 모든 국민이 직무유기라고 했을 것”이라며 ‘불법 시위’를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철거민이 테러리스트냐”고 반문하면서 “촛불집회 때도 이런 전쟁터는 아니었다. 피해가 큰 이유는 무리한 작전 때문이었다”며 ‘과잉 진압’에 방점을 찍었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경찰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문제도 확산되고 있다. 유 의원과 창조한국당에 따르면 유 의원은 1월 20일 오후 5시 50분께 참사 현장 부근에서 의원 배지를 보여주면서 길을 막은 경찰에게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찰 지휘관은 전경들에게 연행할 것을 지시했고 전경들은 유 의원을 에워싸고 10여 분간 집단 폭행했다는 것이다.
유 의원 소식을 접한 야권은 한목소리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은 “국민대표인 의원에 대한 폭력 일상화는 공안통치를 앞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 무시가 낳은 결과”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파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민주당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경찰의 행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것으로 국회 차원에서 엄정히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의원의 현장조사 활동을 집단폭행으로 짓밟은 것은 직권남용이자 입법부 유린”이라고 비난했다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 일자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뒤늦게 “방송 테이프 등을 확보해 내부 감찰 조사에 착수했으며 해당 부대원 조사 등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안민석 민주당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을 강제연행해 물의를 빚은 바 있던 경찰이 또다시 현역의원 집단 폭행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경찰 책임론’을 넘어 집권 여당을 옥죄는 ‘뇌관’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사건을 2월 임시국회는 물론 4월 재·보선 정국까지 끌고갈 방침이어서 ‘용산 참사’ 후폭풍은 설 연휴 이후 여의도 정치권을 달구는 핵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와 2차 입법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2월 임시국회가 또다시 파행을 거듭할 경우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쟁점 법안 처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집권 2기 국정운영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