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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직불금으로 봉화 한테 뒷통수 맞은 이명박 화풀이를 노무현의 봉하마을 사저가 국감에서 노방궁?

이경희330 2008. 10. 22. 00:28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하고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둘러싼 정치 공방전이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국감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나라당이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를 일컬어 ‘노방궁’(노무현+아방궁)으로 비유하면서 전 방위적 공세를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노방궁’에 1000억 원 정도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봉하마을에 대한 방문조사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당 일각에서는 ‘봉하마을 철로변경 특혜 의혹’도 제기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감정국 최대 화약고로 부상한 ‘쌀 직불금’ 사건에 맞불을 지피기 위한 ‘치졸한 정치공세’라며 발끈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 논란이 국감정국 주도권 싸움과 맞물리면서 피 말리는 ‘봉하대첩’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정가를 달구는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한 ‘노무현 타운’을 둘러싼 진실 공방전 속으로 들어가 봤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인 이른바 ‘노무현 타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것은 비단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9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봉하마을에 사저를 새롭게 마련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특혜 논란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과 보수·진보 언론은 노무현 타운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초호화판 사저 시비와 수백억 원대 혈세 지원 논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일부 언론들은 호화 사저 시비와 함께 △친인척과 측근들의 사저 주변 땅 9000여 평 매입 △청와대 경호실 토지 구입 △495억 원 예산 투입 등 갖가지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월 19일 봉하마을과 관련한 참고자료를 통해 일부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봉하마을 사저 주변의 땅을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꾸준히 매입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소유자들이 각기 다른 동기와 목적에 따라 취득한 것을 ‘노무현 타운’ 운운하는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 자세를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25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진영시민문화센터 등 봉하마을 일대에 총 495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도 “액수를 최대한 부풀리기 위해 퇴임 대통령의 경호시설까지 합산한 것은 물론, 지역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자체의 순수한 뜻까지 훼손시킨 중앙정치 중심의 정략적 보도”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경호실이 봉하마을 토지를 매입한 것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문제로 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구입했다는 게 당시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당시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1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전직 대통령은 7년간 국가에서 경호를 하도록 법률로 정해져 있다”며 “봉하마을 토지 매입은 법률 규정에 따라 경호원들의 숙소와 경호 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적법한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노무현 타운’ 논란은 총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번 국감을 통해 또다시 정쟁의 한 축으로 재부상하고 있다. ‘노무현 타운’이 ‘노방궁’이라는 표현으로 비화됐을 뿐 논란의 쟁점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월 14일 국감대책회의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앞에는 주차할 공간도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 사는 전직 대통령은 없다”며 ‘노방궁’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홍 대표의 발언을 신호탄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관련 부처 국감장에서 ‘노방궁’ 의혹에 집중 포화를 날렸다. “봉하마을에 지원된 예산이 1000억 원 가까이 된다” “웰빙숲으로 지정된 봉화산 깊숙이 가면 골프연습장까지 있다” “사저 지하에는 아방궁이 만들어져 있다” 등 초호화판 사저에 혈세가 낭비됐다며 특혜 시비를 재연했다.

황영철 한나라당 원내공보부대표는 15일 브리핑을 통해 “‘부산 신항만 배후 철도’가 본래는 진영역을 지나지 않도록 설계됐지만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청원을 올려 진영역을 통과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 이로 인해 시공비가 105억 원이 늘어났다”며 ‘철도 노선 특혜 변경’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진영읍은 봉하마을이 소재한 곳이다.

한나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과 친노 그룹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최재성 대변인은 15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가 ‘타워팰리스’라면 봉하마을은 ‘임대주택’에 불과하다”며 “감정평가사를 공동으로 임명해 전·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해 ‘교차 감정’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친노 그룹의 백원우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노 전 대통령 사저의 땅 값은 1억 9000만 원이고 건축비로 10억 원 정도가 들었다. 정부 예산은 경호원들의 경호시설과 마을에 진입로 정도를 포장하는 데 들어간 정도”라고 반박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봉하마을을 겨냥한 한나라당의 총공세 배경에는 국감정국 최대 화약고로 부상한 ‘쌀 직불금’ 사태를 돌파하려는 정치적 술수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경남 김해가 지역구인 최철국 의원은 10월 16일 열린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노방궁’ 주장은 국감의 초점을 흐리는 전략”이라고 꼬집었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의 ‘쌀 직불금’ 사건에 맞불을 지피기 위한 것이라면 아주 치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과거 전직 대통령들의 ‘호화 사저’ 논란 사례에 비춰볼 때 ‘노방궁’ 문제 또한 국감 및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기 싸움 수준에서 마무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쌀 직불금’ 사태로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과 여권이 위기 돌파를 위해 봉하마을과 관련한 새로운 불법·편법 사실을 계속 들춰낼 경우 ‘노방궁’ 논란은 새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안위와 농림수산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조만간 봉하마을을 직접 방문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노방궁’ 불씨를 활용해 정국 반전을 꾀하고자 하는 한나라당의 국감 전략이 투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일요신문> 8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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