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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은 여권, ‘연말 대개편’ 청와대·내각 대폭 물갈이설…자리 겨냥한 물밑 경쟁도 ‘후끈’

이경희330 2008. 10. 15. 23:38

[991호] 소종섭 kumkang@sisapress.com

     

           
     ▲ 이명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국정감사로 부산하다. 연일 각 부처에서는 질타하는 국회의원들과 해명하는 관료들 간에 지루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야당은 ‘이명박 국감’을, 여당은 ‘노무현 국감’을 벼른다. 언론들은 국감에서 터져나오는 사항들을 보도하느라 바쁘다. 이름하여 ‘국감 정국’이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이미 ‘다음’을 향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각 부처 장관 등에 대한 평가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다. ‘개각’ 작업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징후라고 보여진다. 현재까지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가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다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9월 초에 한마디 했다. “연말에는 내각을 비롯해 여권 진용을 재배치해야 한다. 나머지 4년을, 그야말로 대통령이 공약을 지킬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을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홍원내대표의 발언은 “뜬금없다”라는 평을 들었다. 흐름과 어긋났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발언이 새삼 주목되고 있다. 물밑에서 ‘여권 대개편’이 점점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연말에 청와대 진용을 포함해 내각이 대폭 바뀐다. 이미 어느 정도 방침이 섰다. 흠집 난 사람들을 갈고 제대로 일하는 체제로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경우 최근 들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청와대 수석들을 아우르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들어 비중 있는 인물들이 입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청와대는 ‘○○○ 사람’이라고 소문났고, 업무에 있어서 문제가 지적된 행정관들도 교체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또, 그동안 인사에 대해 수도 없이 문제 제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해 담당자와 체계를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

   
▲ 어청수 경찰청장.
ⓒ시사저널 유장훈

내각은 여덟 곳 정도가 바뀔 것이라는 얘기가 유력하다. 경제팀 일부와 통일부, 국토해양부 등이 우선 주목되고 있다.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강만수 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의 개편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고 “뚜렷한 업적이 없다”라고 평가되는 다른 몇몇 부처 수장들의 자리도 앞날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국가정보원, 경찰, 검찰, 국세청 등 정보·사정 기관장들의 운명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두 명 정도는 바뀔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특히 전 정권에서 임명된 경찰청장, 국세청장, 검찰총장의 앞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진작부터 어청수 경찰청장은 시민·사회단체와 불교계의 사퇴 요구에 시달려왔다. 한상률 국세청장과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 각종 루머에 단골로 등장했다. 당사자들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 이들을 계속 흔들었다. 정치권에서는 당사자들 문제보다도 ‘현 정권이 임명하지 않은 사정 기관의 장’이라는 배경에 더 주목한다.

   
▲ 한상률 국세청장.
ⓒ시사저널 이종현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임기제이다.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물러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검찰이 사정 분위기를 강화하는 것도 여권 일각에서 총장을 흔드는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임총장이 이를 불식시키려는 듯 수사 성과를 내라고 내부를 독려하는 흐름이 엿보인다”라고 전했다. 국정원의 경우 김성호 원장보다는 김주성 기조실장의 거취가 관심사이다. 언론에도 보도되었듯 두 사람의 갈등설이 심심찮게 불거지는 데다가 최근 정가에 “요직에서 물러난 한 핵심 실세가 자신이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간다고 말하고 다닌다”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 대개편’ 흐름은 내년 상황을 고려해보면 더 설득력이 크다. 내년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다. 2~3월쯤이면 이미 레이스가 펼쳐진다. 그 이후 판은 선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내년 지자체장 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띨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여야가 총력을 경주하면서 한판 승부를 벌일 것이다. 내년 2월25일 취임 1주년을 기해 내각을 개편하자는 주장도 있으나 그렇게 되면 시기적으로 늦다. 선거 분위기에 휩쓸려 효과도 적을뿐더러 야당 공세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차분하게 국정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러저러한 측면을 살펴보면 국정감사와 정기 국회 이후 판을 한 번 갈고 연말·연초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 체제를 다시 갖추면 ‘집권 2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공기업 인사도 11월이면 대략 끝난다. 올 한 해 동안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현 정권 입장에서는 시간이 별로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바로 레임덕에 들어갈 것이 뻔하다. 국정감사와 정기 국회를 거치며 두들겨 맞을 것 다 맞은 뒤 새로 진용을 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 힘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감사 끝나면 좀 시끄러워질 것”

   
▲ 김성호 국정원장.
ⓒ시사저널 유장훈

정치권에서는 ‘여권 대개편’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하면 여권 내에서 ‘어떤 사람이 들어갈 것인가’를 둘러싸고 한판 힘겨루기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여권의 힘의 중심은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로 상징되는 ‘원로 그룹’이었다. 또다시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이들과 이번에는 안 된다는 이재오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들의 공세가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친이명박계인 서울 지역 한 소장파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는 조용하겠지만 그 이후는 좀 시끄러워질 것이다”라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런 이유로 ‘엉터리 인사’의 진원지로 지목되어온 청와대 인사 체계를 바로잡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과 공기업 인사를 거치며 “기준이 없다” “특정인에게 좌우된 측면이 있다”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는 상대방을 향한 투서와 음해가 엄청났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인사 전쟁’은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 최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KT와 관련해서도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KT 사장 자리를 노리는 사람만 아홉 명이다”라고 말했다. 한 지방 공기업의 경우 실세들 간 힘겨루기 때문에 몇 달째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
      
ⓒ시사저널 이종현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요구도 많고 논란도 많았기 때문에 청와대와 내각의 연말 대개편은 불가피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인사에서의 탕평이다. 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여야를 넘어 거국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내각을 꾸린다는 생각으로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특정인과의 친소 관계에 집착하거나 좁은 울타리에서만 사람을 등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말 대개편의 결과는 이명박 정부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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