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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의 디워 훌륭한 영화 입니다

이경희330 2007. 8. 3. 19:03
뭐.. 내용이라든지 영화를 통해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미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내용이니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몇 가지 추려서 말씀드려보렵니다.

일단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심 감독이 6년이라는 시간을 이 작품에 투자하면서 얼마나 절박하게 매달렸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D-war 같은 장르의 영화들은 세간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스토리에 그렇게 큰 공을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반지의 제왕과 같은 연작 스토리를 영화화할 게 아니라면 트랜스포머나 다이하드 4.0처럼 긴장감을 일으키는 볼거리를 연속적으로 계속 터뜨려서 그걸 이어가기만 하면 되거든요. 관객들의 시선만 지루하지 않게 계속 고정시킬 수 있으면 그거로도 충분히 "재미있다"라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트랜스포머의 경우에는 CG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다이하드 4.0 같은 경우는 이제는 한물갔다고 여겼던 50대의 배우를 전면에 부상시키고 CG가 아닌 실물을 폭파시키고 부숴버림으로써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합니다. 사실 두 작품 모두 스토리는 그렇게 별볼일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은 화려한 볼거리를 쉼 없이 투입해서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시켰기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D-War는 좀 달랐습니다. 볼거리들만으로 충분히 영화 상영시간을 꽉꽉 채울 역량이 되는데도 중간에 드라마를 끼워 넣는 시도를 하더군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영화 전체적인 흐름을 볼 때 강약 조절에 다소 부족함이 느껴졌던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오해 마셨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지루함이 느껴질 정도로 지겨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심 감독이 그걸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겁니다. 용가리 때부터 하도 많이 들었던 비판이었으니까요. 심 감독의 연출역량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잠깐 접어두고라도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시도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런 시도가 말해주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상영 시간 내내 액션을 채우기에는 현실적인 작업여건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제 무릎팍 도사 보셨나요? LA 시가전 촬영했던 게 고작 하루이틀 동안에 해낸 일이랍니다. 더 찍어보고 싶어도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했겠죠. 사실 자국영화도 아닌 외국영화에 이정도로 지원해준 것도 기적이라 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ㅡㅡ; M1A1 에이브러햄 전차를 LA 시내에 집어넣다니요. 그것도 대낮에. -_-;;)

조금 더 LA 시가전 촬영 분량을 더 찍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해서 액션 장면을 넣을 수 있는 여지가 좀 더 충분했다면 D-War는 충분히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었을 겁니다. 이게 바로 자본의 힘이죠. 상대적으로 자본의 힘을 끌어내기 어려운 우리 영화가 여기까지 해낸 것만 해도 정말 경이적인 일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심 감독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제가 잠깐 말씀드렸습니다만 심 감독의 이번 프로젝트는 기간만 6년에 최소 5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성공한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저는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적어도 본전은 건져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D-war와 같은 작품을 우리영화 로 다시 만나기는 정말 어려울 겁니다. 내색하고 있지는 않지만 심 감독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렇다면 미 전역 2000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이때에 최소 몇 명의 관객에게라도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홍보하고 싶었을 욕심이 컸을 겁니다. 상영중간에 우리 배우들이 등장한 분량이 적지 않았다는 점, "이것은 한국의 전설이다."라는 대사를 듣고 심 감독이 끝내는 눈시울을 붉혔다는 점, 마지막으로 아리랑을 엔딩곡을 끝까지 고집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주는 대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들이 착각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 중국과 다른 나라이며, 아주 아름답고 멋진 문화와 역사를 가진 나라라는 사실을 단 몇 명의 미국인들이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라고 심 감독은 생각했을 겁니다. 어쩌면 생애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그는 조금이라도 이러한 욕심을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욕심과 집념, 장인정신은 영화 속의 CG에서 멋진 모습으로 재창조 되었습니다. 그가 만들어낸 CG의 퀄리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영구와 공룡쭈주'를 만들며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우리나라 SF 영화 수준이 이제는 트랜스포머와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올라섰다는 사실은 D-war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분명히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구와 공룡 쭈쭈를 만든 게 93년이었을 겁니다. 용가리를 지나 D-war가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4년 걸렸습니다. 죽도록 고생한 세월이었겠지만.. 헐리웃과의 격차를 생각해볼 때 14년에 이정도 퀄리티면 생각보다 빨리 따라잡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94년도에 쥐라기 공원과 비교했을 때는 처참히 무너졌지만 D-war를 만들어 낸 지금의 CG수준은 트랜스포머의 기술력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면 제가 너무 점수를 후하게 준 것일까요?)

성경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도 맺을 수 없다.'

그렇습니다. 시도해봐야 불가능하다고 애초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돈만 낭비할 게 뻔하니까 어차피 우리는 못한다고 손을 놓고 있었다면 우리가 이런 멋진 결과물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설사 이번 시도마저 실패로 끝난다고 해서 우리가 얻은 게 아무것도 없었노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 고미생각
심 감독은 힘주어 말합니다. "나의 꿈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에 전혀 뒤지지 않는 컨텐츠 강국으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저는 D-war에서 그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으리라는 강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헐리웃 부럽지 않은 멋진 영화 한 편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희망과 기대를 저는 D-war에서 보았습니다. 그저 가능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 이상을 노릴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작품이 바로 D-war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D-war는 우리 영화사에서 정말 큰일을 해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박한 글솜씨로 써내려간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가능하다면 많은 분들께서 D-war를 보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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