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스태그플레이션이 사실상 시작됐다,정부는 경제파국 막아라..세계일보에서 이필상교수

이경희330 2008. 7. 7. 00:34
관련이슈 :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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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침체, 물가상승, 금융불안의 3중 압박이 경제의 숨을 막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서자 공장 문을 닫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생활물가가 폭등하여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여기에 계속 느는 빚 때문에 가계부도가 속출하고 있다. 경제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 경제는 연초부터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사실상 시작됐다.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성장정책만 펴면 된다는 단순논리로 고환율정책을 펴고 추경편성을 추진하는 등 팽창위주의 정책을 폈다. 그러자 경제가 성장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주저앉는 현상이 나타났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 선까지 가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중단 위기를 맞고 유통과 소비는 마비에 이른다. 경제가 붕괴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유가상승과 금융불안으로 침체일변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부도위험이 높아지고 경기침체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가들은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리고 주가가 폭락하는 등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수출로 버티던 우리 경제가 11년 만에 무역적자국으로 돌아섰다. 경제전망이 어두워지자 외국자본도 앞을 다투어 나가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도가 170억달러나 된다. 또한 해외투자 손실과 기업경영 악화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가 1600억달러가 넘는다. 여기에 증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주저앉으며 기업과 가계부문의 연쇄부도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산업현장의 노사불안이다. 최근 민주노총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 물가폭등 대책 촉구, 대운하사업 폐기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지속돼 산업현장의 기계가 멈추면 우리 경제의 파국은 시간문제이다. 국민의 건강권과 민생이 걸린 중대사안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실직하고 생계가 불안한 상황에서 파업해 경제를 파국으로 내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구나 파업의 피해는 그렇지 않아도 경제위기로 고통이 큰 서민과 근로자에게 돌아간다.

    경제의 총체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태도는 안일하다. 모든 것을 석유파동이나 촛불시위 탓으로 돌린다. 먼저 정부는 그동안의 실책을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동시에 내각을 전면 개편하고 경제팀을 국민의 신망을 받는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의 진정한 머슴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서민경제 안정과 경제발전의 청사진을 새로 그려야 한다. 현재 서민경제는 붕괴직전이다. 물가 폭등을 이기지 못하고 생계가 불안한 서민들이 많다. 더구나 중산층은 서민층으로 무너지고 서민층은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회붕괴현상이 뚜렷하다. 따라서 물가와 민생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건설 등 정부의 경제공약은 백지상태나 다름없다.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신산업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정부의 대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노사협력이다. 노사가 희생과 양보의 정신을 발휘해 무슨 일이 있어도 산업현장을 지켜야 한다. 동시에 노사가 힘을 합쳐 창업을 하고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희망찬 삶의 기회를 열어 줘야 한다. 이것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무한경쟁시대에 나라경제를 살리는 시대적 사명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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