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세계의 지도자들 그리고 리더십
스포츠(sports)는 이미 우리들의 삶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스포츠 경기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화제 중의 하나이며, 많은 국민들을 생활체육으로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 경기가 열리게 되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야구나 축구 그리고 농구와 같은 프로경기가 열릴 때는 각자가 좋아하는 팀을 위해 개별적으로 응원에 참여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도 국가대표팀의 경기나 박지성과 같은 스타들의 동향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들이 팬들의 관심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올려 놓았던 히딩크 감독이 가장 좋은 예이며, 가장 최근에는 프로야구의 김인식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스포츠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지도자들이 보여 주었던 지도력 즉,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2007년의 한국 사회는 새로운 지도력(leadership)에 목말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비전(vision)을 갖고, 목표의 실현을 위해 조직원들을 구성하고 훈련시켜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 조직과 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체 스포츠(team sports)경기만큼 지도자의 지도력이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의 세계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지도자의 리더십인가?
흔히 스포츠(sports)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스포츠 경기가 갖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따라서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던 선수나 팀이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패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스포츠 세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과 가변성은 보는 이들에게 더욱 커다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게 된다.
사실 결과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은 개인 경기보다는 단체 경기(team sports)에서 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여러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단체 경기에서는 경기결과에 대한 선수 개인별 기여도가 나누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 선수가 경기의 결과를 완전하게 장악할 수 없다. 그리고 여러명이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명의 선수라도 역할분담에 실패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간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연계가 필요하게 되는데, 선수들 간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연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수들간의 역할분담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흔히 팀 워크(team work) 또는 팀 분위기(team chemistry)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에 직접 나서는 선수들은 경기 흐름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와 지도자(감독 및 코치)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해지는 하는 것이다. 감독과 코치들은 경기장 내에서 직접 경기를 하는 선수와 달리 경기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경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고, 경기흐름과 변화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는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이를 선수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본전략(strategy) 내지는 경기계획(game plan)에 따라 경기가 흘러갈 수 있도록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본전략과 경기계획에 바탕을 두고 감독 및 코치의 조언에 따라 경기흐름을 장악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교육받고 훈련받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수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경기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경기에서 패하게 된다. 설령 감독이나 코치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본전략과 경기계획에 따라 선수들을 준비시키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흐름에 대한 의사전달을 통해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를 장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지도자의 역량이며,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팀의 성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스포츠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자격요건
그렇다면 팀 스포츠에서 지도자 즉, 감독이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 내지는 덕목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지도자는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담당하게 될 팀의 선수구성, 선수보강 가능성, 그리고 다른 팀의 전력변화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팀에 대한 단기, 중기 및 장기계획(plan)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프로풋볼리그(National Football League, NFL)에서 세인트 루이스 램즈를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었던 딕 버밀 감독은 항상 3개년 계획을 갖고 팀을 맡는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이는 자신의 전략이 선수들에게 체화되는 시간과 선수 상호간의 연계가 탄탄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연봉상한제(salary cap) 제약 하에서 연계된 선수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 고려한 치밀한 계산 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그만큼 리그의 특성과 프로풋볼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며, 또한 자신의 전략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자신의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갖고 있었다.
다음으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전략(strategy or game plan)일 것이다. 사실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전략은 비전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비전이 궁극적인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전략은 실질적으로 조직의 운영에 투영되어 성과를 창출하게 될 조직 구성원의 행동강령(action plan)이라 할 수 있다. 즉, 팀성적의 향상이나 우승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업적을 남겼던 지도자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신만의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전략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여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자질은 과연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또 다른 자질을 논의하게 된다. 먼저 지도자는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어떤 선수들이 자신의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물론 평가의 기준은 운동선수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생활태도와 같은 인간적인 측면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지도자는 자신이 직접 뽑거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경기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의 특성이나 생활에 대한 파악과 함께 선수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만이 선수들은 지도자의 전략을 체화할 수 있고, 지도자의 전략이 선수들에게 체화되어야만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지배하는 경기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은 경기장 내에서의 불확실성 및 가변성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 또는 성공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에서 열거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전을 갖고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에 맞춰 끊임없이 선수들을 교육 및 훈련시키고 또한 훈련과 경기에서 나타난 결과를 평가함으로써 기존의 전략과 교육방식을 진화시킬 수 있어야만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경기장에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알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가끔씩 경기장에서의 장면들과 결과만을 가지고 감독이나 코치를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미국 프로풋볼리그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세 차례나 우승시켰던 조 깁스에게 작전에 대한 훈계를 했던 한 택시 운전사처럼 말이다. 눈 앞에서 보이는 결과가 쉬울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2002년 월드컵의 기적, 거스 히딩크(Guus Hiddinx)
이제 우리는 스포츠 세계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았던 지도자들의 예를 통해서 이들 지도자들이 보여줬던 지도력 즉,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며, 첫 번째 사례로서 2002년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히딩크는 1998년 조국 네덜란드의 국가대표팀을 맡아 네덜란드를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올려놓으며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공동 주최한 한국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2000년 부임하게 된다. 히딩크는 한국대표팀 감독을 제안받고 코치 및 선수선발에 대한 전권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는 감독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코치 및 선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치와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최상의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토털사커(total soccer)의 본고장인 네덜란드 출신답게 히딩크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는 압박축구를 선호했다. 따라서 국가대표팀을 선발할 때도 압박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지닌 선수들을 선발하기로 결심했으며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지명도(name value)는 철저하게 무시되었으며 또한 한국축구의 개선대상으로 거론되던 학연과 지연 역시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오로지 히딩크와 그 코치진의 냉정한 평가만이 적용되었다.
이렇게 선발된 국가대표팀을 히딩크는 혹독하게 조련했다. 압박축구로 표현되는 히딩크 축구를 소화할 수 있도록 부단한 훈련과 교육이 이어졌고,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position)을 소화하도록 길러졌다. 이 모든 과정들이 확고한 전략을 바탕으로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예측불가능한 흐름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친 히딩크는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강호들과의 친선경기에 나서게 되는데, 잇따른 참패에도 불구하고 히딩크는 강팀들과의 친선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전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으며, 강한 팀보다 더 좋은 연습상대는 없기 때문이었다. 젊은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강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무엇이 부족하며 어떤 부분들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된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월드컵 4강에 오르는 기적 아닌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다.
히딩크의 스승, 현대축구의 창시자 리누스 미첼(Rinus Michels)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의 축구는 토털 사커(total soccer)의 창시자인 리누스 미첼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1974년 네덜란드의 국가대표팀을 맡은 리누스 미첼은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긋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오게 된다. 리누스 미첼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축구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을 하는 것이 당시 축구의 철칙이었다. 리누스 미첼은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를 들고 나오면서 기존의 철칙과 전통을 혁명적으로 파괴했으며 전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을 경악시켰다.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는 네덜란드의 전매특허가 되었고, 네덜란드는 토털사커를 구사하여 전통의 축구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리누스 미첼이 창안했던 토털사커는 이후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었고, 이탈리아는 기존의 강력한 수비축구과 토털사커를 결합하여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독일이 토털사커의 전통을 계승하여 강력한 압박축구를 선보이며 1990년 월드컵 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히딩크에 이르기까지 토털사커의 전통은 현대축구의 흐름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으며, 리누스 미첼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축구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혁명, 빌 월시(Bill Walsh)
미국이 프로풋볼리그는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케이블 TV를 통해서 미국의 프로풋볼이 소개되면서 일단의 마니아(mania) 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대중적으로 소개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프로풋볼만큼 복잡하고 세밀한 경기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경기도 없으며, 미국의 프로풋볼만큼 지도자의 역량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기도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미국 프로풋볼에서도 많은 훌륭한 지도자가 배출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이 바로 빌 월시이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빌 월시는 혁신적인 공격전략을 선보이며 오랫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를 최강의 팀으로 이끌게 된다. 그 결과로 빌 월시의 샌프란시스코는 세 차례나 슈퍼볼 정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빌 월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프로풋볼에서는 러닝백(running back)을 활용하는 런닝게임(running game)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체격이 좋고 어깨가 강한 쿼터백(quarterback)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 당시의 정설이었다. 체격조건이 좋은 쿼터백을 보유해야만 러닝게임을 보완할 수 있는 긴 패스(pass)를 시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빌 월시는 이와 같은 기존의 관념을 깨고, 짧고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ball controlling game을 창안해 냈다. 그리고 체격조건이 훌륭한 쿼터백만이 패싱(passing) 공격을 이끌 수 있다는 기존관념까지 뒤엎게 된다. 어깨가 강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부드럽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쿼터백을 발굴하고 그에 적합한 공격전술을 활용하여 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나갔다.
빌 월시는 이와 함께 기존의 훈련방식과는 전혀 다른 훈련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팀들은 일정한 형식의 공격 및 수비전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빌 월시는 경기 중에 발생가능 한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이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들의 적응력을 높여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방식은 후에 감독이 되었던 빌 월시의 코치들을 통해 프로풋볼 리그 전체로 이전되었다.
새로운 공격전략의 창안과 그에 적합한 선수들의 발굴 및 육성 그리고 훈련방식의 개혁을 기반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빌 월시는 지금도 NFL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훗날 다른 팀의 감독으로 승격되었던 그의 후계자들과 함께 이른바 웨스트 코스트 공격(West-Coast Offense)의 본류가 되었던 것이다.
2007 한국 프로야구의 양대 산맥, 김경문과 김성근
마지막으로 2007년 한국 프로야구의 패권을 놓고 격돌했던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과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랜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SK 와이번스의 감독으로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관리야구의 주역으로 불린다. 즉, 김성근 야구는 감독의 야구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러한 측면은 올해 보여준 SK의 성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SK지만 올스타 투표에서는 팬들의 외면을 받았고, 시즌 후에 주어지게 될 골든 글러브 투표에서도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규시즌 1위팀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야구 전문가들은 이를 김성근 야구의 특성에서 찾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주전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상대팀에 따라 투수운용과 타순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로 한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올스타 투표와 골든 글러브 예상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자율야구의 대명사로 불린다. 일단 믿음을 준 선수는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경문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일단의 무명선수들을 주전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김경문 감독을 중심으로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믿음과 자율 그리고 뚝심이 바로 김경문 야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와 직결된다. 어떤 지도자를 갖느냐에 따라 지도자가 지닌 비전과 전략 그리고 교육능력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결정된다. 어떠한 지도자를 갖느냐 아니 어떠한 지도자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며, 최소한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스포츠(sports)는 이미 우리들의 삶과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다. 스포츠 경기나 유명 스포츠 스타들은 온라인(on-line)과 오프라인(off-line)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화제 중의 하나이며, 많은 국민들을 생활체육으로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국가대항 경기가 열리게 되면 대다수의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야구나 축구 그리고 농구와 같은 프로경기가 열릴 때는 각자가 좋아하는 팀을 위해 개별적으로 응원에 참여하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도 국가대표팀의 경기나 박지성과 같은 스타들의 동향에는 어느 정도 관심을 보이게 된다.
지난 6월28일 4년 만에 국내 프로야구 사령탑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SK)이 한국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끌고 기념 꽃다발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포츠 지도자들이 팬들의 관심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올려 놓았던 히딩크 감독이 가장 좋은 예이며, 가장 최근에는 프로야구의 김인식 감독이나 김성근 감독 그리고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이 스포츠 지도자들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지도자들이 보여 주었던 지도력 즉, 리더십과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사실 2007년의 한국 사회는 새로운 지도력(leadership)에 목말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비전(vision)을 갖고, 목표의 실현을 위해 조직원들을 구성하고 훈련시켜 이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 조직과 사회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단체 스포츠(team sports)경기만큼 지도자의 지도력이 조직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의 세계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지도자의 리더십인가?
흔히 스포츠(sports)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스포츠 경기가 갖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스포츠 경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따라서 경기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던 선수나 팀이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패하는 경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스포츠 세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과 가변성은 보는 이들에게 더욱 커다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게 된다.
사실 결과의 불확실성과 가변성은 개인 경기보다는 단체 경기(team sports)에서 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여러명의 선수가 참여하는 단체 경기에서는 경기결과에 대한 선수 개인별 기여도가 나누어지기 때문에 하나의 특정 선수가 경기의 결과를 완전하게 장악할 수 없다. 그리고 여러명이 역할과 책임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단 한명의 선수라도 역할분담에 실패해서는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간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연계가 필요하게 되는데, 선수들 간의 유기적이고 조직적인 연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선수들간의 역할분담과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흔히 팀 워크(team work) 또는 팀 분위기(team chemistry)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측면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에 직접 나서는 선수들은 경기 흐름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고,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와 지도자(감독 및 코치)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해지는 하는 것이다. 감독과 코치들은 경기장 내에서 직접 경기를 하는 선수와 달리 경기에서 한 발짝 비켜서서 경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볼 수 있고, 경기흐름과 변화를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감독과 코치는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이를 선수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본전략(strategy) 내지는 경기계획(game plan)에 따라 경기가 흘러갈 수 있도록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기본전략과 경기계획에 바탕을 두고 감독 및 코치의 조언에 따라 경기흐름을 장악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교육받고 훈련받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감독이나 코치가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수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경기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에는 경기에서 패하게 된다. 설령 감독이나 코치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본전략과 경기계획에 따라 선수들을 준비시키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기흐름에 대한 의사전달을 통해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를 장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지도자의 역량이며,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팀의 성과가 좌우되는 것이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히딩크가 이끄는 호주는 일본전에서 극적인 3-1 역전승을 거둬냈다. |
스포츠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자격요건
그렇다면 팀 스포츠에서 지도자 즉, 감독이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 내지는 덕목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지도자는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담당하게 될 팀의 선수구성, 선수보강 가능성, 그리고 다른 팀의 전력변화 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팀에 대한 단기, 중기 및 장기계획(plan)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 프로풋볼리그(National Football League, NFL)에서 세인트 루이스 램즈를 슈퍼볼 우승으로 이끌었던 딕 버밀 감독은 항상 3개년 계획을 갖고 팀을 맡는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이는 자신의 전략이 선수들에게 체화되는 시간과 선수 상호간의 연계가 탄탄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 그리고 연봉상한제(salary cap) 제약 하에서 연계된 선수단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모두 고려한 치밀한 계산 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는 그만큼 리그의 특성과 프로풋볼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며, 또한 자신의 전략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과 자신의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갖고 있었다.
다음으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경기에 대한 전략(strategy or game plan)일 것이다. 사실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있어서 전략은 비전에 못지 않은 중요성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 비전이 궁극적인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전략은 실질적으로 조직의 운영에 투영되어 성과를 창출하게 될 조직 구성원의 행동강령(action plan)이라 할 수 있다. 즉, 팀성적의 향상이나 우승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이 경기장 내에서 실천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업적을 남겼던 지도자들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자신만의 분명한 전략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의 전략을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여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전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자질은 과연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또 다른 자질을 논의하게 된다. 먼저 지도자는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어떤 선수들이 자신의 전략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물론 평가의 기준은 운동선수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생활태도와 같은 인간적인 측면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지도자는 자신이 직접 뽑거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경기전략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의 특성이나 생활에 대한 파악과 함께 선수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만이 선수들은 지도자의 전략을 체화할 수 있고, 지도자의 전략이 선수들에게 체화되어야만 불확실성과 가변성이 지배하는 경기에서 지도자와 선수들은 경기장 내에서의 불확실성 및 가변성을 최소화하고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 또는 성공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에서 열거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비전을 갖고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에 맞춰 끊임없이 선수들을 교육 및 훈련시키고 또한 훈련과 경기에서 나타난 결과를 평가함으로써 기존의 전략과 교육방식을 진화시킬 수 있어야만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경기장에서 보는 것은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 일련의 과정들은 알지도 못하고 볼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가끔씩 경기장에서의 장면들과 결과만을 가지고 감독이나 코치를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 미국 프로풋볼리그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를 세 차례나 우승시켰던 조 깁스에게 작전에 대한 훈계를 했던 한 택시 운전사처럼 말이다. 눈 앞에서 보이는 결과가 쉬울 것처럼 보여도 사실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2002년 월드컵의 기적, 거스 히딩크(Guus Hiddinx)
이제 우리는 스포츠 세계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았던 지도자들의 예를 통해서 이들 지도자들이 보여줬던 지도력 즉,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며, 첫 번째 사례로서 2002년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히딩크는 1998년 조국 네덜란드의 국가대표팀을 맡아 네덜란드를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올려놓으며 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을 공동 주최한 한국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2000년 부임하게 된다. 히딩크는 한국대표팀 감독을 제안받고 코치 및 선수선발에 대한 전권을 요청하게 되는데, 이는 감독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충실하게 실행할 수 있는 코치 및 선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치와 선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최상의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토털사커(total soccer)의 본고장인 네덜란드 출신답게 히딩크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하는 압박축구를 선호했다. 따라서 국가대표팀을 선발할 때도 압박축구를 실현할 수 있는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지닌 선수들을 선발하기로 결심했으며 이를 실천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지명도(name value)는 철저하게 무시되었으며 또한 한국축구의 개선대상으로 거론되던 학연과 지연 역시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오로지 히딩크와 그 코치진의 냉정한 평가만이 적용되었다.
이렇게 선발된 국가대표팀을 히딩크는 혹독하게 조련했다. 압박축구로 표현되는 히딩크 축구를 소화할 수 있도록 부단한 훈련과 교육이 이어졌고, 선수들간의 의사소통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position)을 소화하도록 길러졌다. 이 모든 과정들이 확고한 전략을 바탕으로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예측불가능한 흐름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이와 같은 준비과정을 거친 히딩크는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강호들과의 친선경기에 나서게 되는데, 잇따른 참패에도 불구하고 히딩크는 강팀들과의 친선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실전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으며, 강한 팀보다 더 좋은 연습상대는 없기 때문이었다. 젊은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강팀들과의 경기를 통해 무엇이 부족하며 어떤 부분들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된 한국 국가대표팀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월드컵 4강에 오르는 기적 아닌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다.
히딩크의 스승, 현대축구의 창시자 리누스 미첼(Rinus Michels)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의 축구는 토털 사커(total soccer)의 창시자인 리누스 미첼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1974년 네덜란드의 국가대표팀을 맡은 리누스 미첼은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긋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오게 된다. 리누스 미첼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축구는 공격수와 수비수의 역할과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공격수는 공격만 하고 수비수는 수비만을 하는 것이 당시 축구의 철칙이었다. 리누스 미첼은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를 들고 나오면서 기존의 철칙과 전통을 혁명적으로 파괴했으며 전 세계의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을 경악시켰다.
강한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전원공격 전원수비의 토털사커는 네덜란드의 전매특허가 되었고, 네덜란드는 토털사커를 구사하여 전통의 축구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리누스 미첼이 창안했던 토털사커는 이후 유럽 각국으로 전파되었고, 이탈리아는 기존의 강력한 수비축구과 토털사커를 결합하여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후 독일이 토털사커의 전통을 계승하여 강력한 압박축구를 선보이며 1990년 월드컵 정상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히딩크에 이르기까지 토털사커의 전통은 현대축구의 흐름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으며, 리누스 미첼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축구 지도자로 기억되고 있다.
오랫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는 빌 월시의 혁신적인 공격전략으로 세 차례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
샌프란시스코의 혁명, 빌 월시(Bill Walsh)
미국이 프로풋볼리그는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케이블 TV를 통해서 미국의 프로풋볼이 소개되면서 일단의 마니아(mania) 층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나, 아직은 대중적으로 소개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프로풋볼만큼 복잡하고 세밀한 경기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경기도 없으며, 미국의 프로풋볼만큼 지도자의 역량이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기도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을 갖는 미국 프로풋볼에서도 많은 훌륭한 지도자가 배출되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사람이 바로 빌 월시이다. 1979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한 빌 월시는 혁신적인 공격전략을 선보이며 오랫동안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샌프란시스코를 최강의 팀으로 이끌게 된다. 그 결과로 빌 월시의 샌프란시스코는 세 차례나 슈퍼볼 정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빌 월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프로풋볼에서는 러닝백(running back)을 활용하는 런닝게임(running game)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체격이 좋고 어깨가 강한 쿼터백(quarterback)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그 당시의 정설이었다. 체격조건이 좋은 쿼터백을 보유해야만 러닝게임을 보완할 수 있는 긴 패스(pass)를 시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빌 월시는 이와 같은 기존의 관념을 깨고, 짧고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는 ball controlling game을 창안해 냈다. 그리고 체격조건이 훌륭한 쿼터백만이 패싱(passing) 공격을 이끌 수 있다는 기존관념까지 뒤엎게 된다. 어깨가 강하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부드럽게 공을 던질 수 있는 쿼터백을 발굴하고 그에 적합한 공격전술을 활용하여 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나갔다.
빌 월시는 이와 함께 기존의 훈련방식과는 전혀 다른 훈련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당시 대부분의 팀들은 일정한 형식의 공격 및 수비전술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빌 월시는 경기 중에 발생가능 한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이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선수들의 적응력을 높여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훈련방식은 후에 감독이 되었던 빌 월시의 코치들을 통해 프로풋볼 리그 전체로 이전되었다.
새로운 공격전략의 창안과 그에 적합한 선수들의 발굴 및 육성 그리고 훈련방식의 개혁을 기반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빌 월시는 지금도 NFL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훗날 다른 팀의 감독으로 승격되었던 그의 후계자들과 함께 이른바 웨스트 코스트 공격(West-Coast Offense)의 본류가 되었던 것이다.
2007 한국 프로야구의 양대 산맥, 김경문과 김성근
마지막으로 2007년 한국 프로야구의 패권을 놓고 격돌했던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과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랜 야인생활을 청산하고 SK 와이번스의 감독으로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관리야구의 주역으로 불린다. 즉, 김성근 야구는 감독의 야구라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이러한 측면은 올해 보여준 SK의 성적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SK지만 올스타 투표에서는 팬들의 외면을 받았고, 시즌 후에 주어지게 될 골든 글러브 투표에서도 수상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규시즌 1위팀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인데, 야구 전문가들은 이를 김성근 야구의 특성에서 찾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주전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상대팀에 따라 투수운용과 타순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그 결과로 한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고 올스타 투표와 골든 글러브 예상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두산의 김경문 감독은 자율야구의 대명사로 불린다. 일단 믿음을 준 선수는 지속적으로 기회를 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경문 감독은, 이를 바탕으로 일단의 무명선수들을 주전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김경문 감독을 중심으로 야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믿음과 자율 그리고 뚝심이 바로 김경문 야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와 직결된다. 어떤 지도자를 갖느냐에 따라 지도자가 지닌 비전과 전략 그리고 교육능력에 따라 조직의 명운이 결정된다. 어떠한 지도자를 갖느냐 아니 어떠한 지도자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며, 최소한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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