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못다한 꿈에 대한 자기 연민일까? 아니면 팍팍한 현실에 발을 딛고 타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들의 공연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은 음악으로 포장됐지만 음악 영화가 아니다. 더불어 40대 허접한 가장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아니다. 세상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고 여기고, 꿈을 갖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이들에 대한 '격려'다.
전작 '라디오 스타'를 통해 스크린 속 감동을 세상밖으로 공명시킨 이준익 감독은 또다시 1년여만에 '즐거운 인생'으로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40대 가장들이다. 교사 부인에 중학생 딸을 둔 은행에서 실직한 기영(정진영), 역시 실직하고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고단함이 어깨를 짓누르는 성욱(김윤석),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 그리고 이들의 친구인 상우의 유일한 혈육 현준(장근석).
삶은 참 예측불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달려보면 뭔가 정답이 있을 법 했지만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더 꼬여있다. 그럴때 당신은 어떤 심정으로 이 '환난'을 극복할 것인가. 너무 많이 달려와 돌이킬 수 없다고 자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들 주인공이 처한 심정이 바로 그렇다. 친구 상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이들을 한데 불러모았다. 이들은 대학 시절 '활화산'밴드의 멤버들이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빛바랜 현실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내려한다. 그것은 활화산 밴드의 재결성으로 비로소 구체화된다.
이미 굳어버린 손가락의 감각을 되살리고 늘어진 기타의 줄을 조이면서 노래와 무대를 통해 살아있음을, 자신에게 꿈이 있었고 용기가 있었음을 새삼 일깨워 간다.
정진영의 곰살맞은 연기는 이제 어느 각도에서건 관객과 눈을 맞추는데 부족함이 없다. '타짜'의 아귀 역을 통해 재조명된 김윤석과 탄탄한 연기내공을 가진 김상호의 물 흐르는 듯한 연기는 영화의 기승전결, 고저 장단에 춤을 춘다 . 이준익 감독이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를 배우로 변신시켰듯, 이번에는 젊은 장근석을 히든 카드로 내밀었다. 영화가 자칫 진부한 아저씨 영화로 기울지 않게 장근석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창구 역할 이상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준익 감독은 유능한 젊은 감독들이 뽐내는 소위 테크니션이 아니다. 장면 장면의 컷트는 매끄럽지 않지만 어느 감독도 보여줄 수 없는 솔직한 인간 감성의 연결은 첫째 자리를 감히 양보하지 않는다. 그가 가진 인간에 대한 온기 넘치는 애정은 항상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즐거운 인생'이 만들어 낸 드라마와 음악의 배합은 잘 버무려진 비빔밥같다. 이준익 감독의 진한 인간 향기나는 이야기와 (촬영을 연주에 비유할 만큼)실감난 연주 실력으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땀이 묻어난다. 오래됐지만 그 소장가치는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깁슨 기타처럼 이들 주인공들은 오래됐지만 포기했거나 잊고 살았던 자신의 꿈을 음악을 통해 세상에 고하고 있다. 이들은 행복하다. 그렇지 않고 가슴에 품고만 있는 채 포커 페이스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현실에 더 많기 때문이다. 전체관람가. 9월 13일 개봉.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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