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출시장으로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미국을 제치고 두 번째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했으나 중국의 유럽 시장 신장률에 비해 우리나라의 신장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낮으며, 특히 서유럽에서는 수출 주력상품이 급속히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4일 발표한 보고서 'EU시장내 한.중 수출구조 변화와 시사점'을 통해 "2000∼2007년 한국의 대(對)EU 수출이 2백49억 달러에서 5백60억 달러로 2.3배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4백10억 달러에서 2천4백52억 달러로 6배가 늘었다"며 "이에 따라 한국의 대 유럽 수출은 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한국의 대 EU 수출이 대미, 대일 수출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최근 유럽으로의 수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EU에 새로 가입한 동유럽 등 신흥시장으로의 수출이 늘어난 것으로 실제로는 '원조 EU'인 서유럽 선진국으로의 수출은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2000년 우리나라의 각각 8위와 22위 수출대상국이었던 영국과 프랑스가 2007년에는 각각 10위와 27위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같은 중국시장의 강세와 한국의 제자리걸음 현상에 대해 "유로화 도입 이후 한국상품이 서유럽에서 가격경쟁력을 잃은 점과 중국에 비해 수출특화품목이 적은 점이 원인이 됐다"며 "제품의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을 수출액과 수입액을 합한 값으로 나눈 수출특화지수가 높은 품목수를 보면 서유럽시장에서 한국이 저기술제품을 중심으로 21개인 반면, 중국은 51개나 되고 신규가입 12개국 시장에서도 한국의 특화품목은 43개이나 중국은 62개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2003년 이후 서유럽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수출특화지수는 선박을 빼면 자동차, 전기전자, 섬유의류 등 주요품목에서 모두 약화됐다.
연구소는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중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이 필요하다"며 "FTA가 체결될 경우 협정발효후 15년간 128억 유로의 수출 증가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관세철폐로 인한 수출증대는 그냥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기업들이 그간 중국에 내준 자동차,화학,기계 등 중고(中高)기술, 선박,금속 등 중저(中低)기술 분야의 점유율 확대를 통한 시장복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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