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아가리

베드로의 ‘헛소리’와 이명박 대통령..모르면 제발 입 좀 다무세요. 함부로 말하지 말고

이경희330 2008. 11. 8. 11:07

예수의 제자 가운데 베드로란 사람이 있다. 그는 성격이 경박하고 급한 탓에 어디서나 나서기 좋아했다. 요즘 말로 하면 대책없이 들이대는 친구였다.

하루는 동료인 야고보와 요한과 더불어 예수를 따라 높은 산에 올라 갔다가 거기서 스승의 거룩한 변신을 목도하게 된다. 마가복음은 당시의 광경을 이렇게 서술한다.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희어졌더라. 이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에게 나타나 예수와 더불어 말하거늘..."(막 9:3~4)

이를 보고 가만히 있을 베드로가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이 나가 그는 이렇게 소리친다.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v.5)

자! 여기서 문제 하나. 베드로는 무슨 의도로, 아니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했을까? 마가가 들려주는 답은 이렇다. "이는 그들이 몹시 무서워하므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못함이더라."(v.6)

같은 장면을 기록한 누가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더 분명해진다.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되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눅 9:33b)

종합하면, 하도 놀라고 경황이 없어서 베드로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였다는 얘기다. 헛소리의 달인 '반석' 베드로다운 행동 아닌가.

▲ KBS 1TV 뉴스화면 캡쳐 
'개독'이다 뭐다 해서 분위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느닷없이 성경얘기를 끄집어 낸 것은, 최근 경제위기 와중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들이 베드로의 헛발질을 뺨치고 있어서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말을 하는' 이 대통령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 보자. 지난 10월 중순 이 대통령은 ‘세계 지식포럼’에서 국제 금융체제 개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가들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국제 금융기구의 창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 뒤 프랑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의하면,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IMF나 세계은행 등 여러 국제기구가 있지만 새로운 금융거래 환경에서는 현재의 체제를 대개혁하든지, 완전히 새로운 기구를 만들든지, 보완을 해야 할 시점에 온 것만은 틀림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체제 논의의 필요성을 주창하던 사르코지의 프랑스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유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의 흐름에 우리나라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와대가 즉각 손사래를 치고 나섰다. 그건 오해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사실 이번 소동은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발언이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그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고 내지른 이 대통령의 무개념 안드로메다 사고에서 비롯된 중대한 오해였다.

새로운 금융체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미'로 소문난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미국을 배신하고 유럽을 편들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미국과 좀더 가까워지지 못해 안달하는 판에 미국 중심의 '유일 달러 기축통화체제'에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터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자신이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고 일단 내지르고 보는 이 대통령에게 있다. 새정부 들어 '오해' 시리즈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기실 이 때문 아닌가.

치명적인 경제위기에서 한국을 구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는 작금의 '통화스왑' 건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의 뻘짓이 더 두드러진다.

미 FRB는 왜 국제적으로 유통가치가 크지 못한 한국의 원화를 달러 스왑 대상에 포함시켰을까? 왜 처음에 시큰둥하다가 나중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했을까? 이에 대해 청와대와 보수 언론들은 "구원의 나라 미국이 한국을 어여삐 여겨 크낙한 선물을 베풀어 준 것"이라며 감격에 겨워 눈물 콧물을 뿜어댔지만, 그러나 그것이 결정된 과정을 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못 된다.

한국의 구애를 거들꺼 보지도 않던 미국의 고압적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전세계로 번진 금융위기 와중에서 유럽이 주도하는 신체제 논의, 달러를 배제한 중국 러시아의 통화스왑, 라틴아메리카의 탈달러동맹, 아시아 다자간 통화스왑 체제 구축 등 '다극 기축통화체제'로 나아가려는 '탈-미국'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이를 방치했다간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미국의 경제패권에도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이 선삼쓰듯이 주요 경제국들을 '달러 우산'으로 긴급히 끌어들인 데에는 이런 위기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가 자화자찬하듯이, 한국이 이뻐서 혹은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천사같아서 통화스왑을 허락해 준 것이 아니란 얘기다.

한국은 이번 통화스왑 계약을 통해서 단기적으로 득을 봤지만,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훨씬 불리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미 의존도가 이번 조치로 치명적으로 높아져서 미국 경제가 다시금 위기에 빠질 경우 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를 미국식 세계화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는 한미FTA는 약이 되기는 커녕 그야말로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런 것이나 제대로 인지하고서 '한미FTA 선비준'을 주문하는 것일까? 오바마가 한국말을 몰라서 다행이지, 알아 들었으면 아마 배꼽 쥐고 뒹굴었을 게다.

글을 맺기 전에, 경제의 달인 '쪽박' 이 대통령에게 '개콘'에 출연하는 모 개그맨의 말투를 빌어 한 마디 한다. "발마사지 말고 경제, 이코노미 알아요? 모르면 말을 하지 마세요."

문한별/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