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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칼럼]한국대학의 ‘패거리 문화’

이경희330 2007. 8. 13. 00:18

일본 대학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교수는 전혀 없고 학생도 거의 없으며, 자가용을 타는 학생은 물론 교수도 전혀 없고, 짙은 화장은커녕 브랜드 옷을 입은 여교수 물론 여학생도 없고, 특이하게 멋부리는 교수는 물론 학생도 없고, 함께 다니는 남녀 학생은커녕 동성 학생도 교수도 없이 모두 개인 개인이다.

 

한국대학에 가득한 고교동창회 광고가 전혀 없고, 교수들도 동창회, 등산회, 골프회, 각종 종교회니 뭐니 하며 서로 어울리는 기회가 전혀 없다. 즉 어떤 패거리도 없다. 등하교도 출퇴근도 식사도 공부도 모두 혼자 한다. 우리처럼 교수가 대학에서 끼리끼리 테니스를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헬스를 하는 경우도 없다. 운동서클에 속한 학생들 외에 작은 운동장은 너무 조용하다. 야구부고 축구부고 씨름부고 간에 우리처럼 전문적으로 하는 특기학생이 아니라 대학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아마추어뿐이다.

 

대학 전체는 물론 단대별, 학부별, 학과별 학생회도 없고, 요란스러운 선거도 없고, 대학 앞에 술집 등 소위 대학촌이라는 것이 전혀 없고, 신입생 환영회도 없고, 학과나 고교동창이나 출신 군 등등 매일 저녁 만나서 퍼마시는 술자리도 없고, 그런 자리에서 무리하게 술을 마시다가 죽는 학생도 없고, 학교 안팎에서 술에 취해 고함을 지르거나 싸우거나 쓰러져 자는 학생도 없다.

 

- ‘끼리끼리’ 없는 日 대학-

 

학교방송이 없고, 학생들의 꽹과리 소리가 없고, 데모나 집회는 물론 없고, 축제가 있지만 이름뿐 너무 조용하고, 학교에 가수가 오거나 방송국 이벤트 같은 것이 없고, 학교신문은 학생이 아니라 학교에서 만드는 소식지고, 학교 앞에서나 학교 안에서 아이스크림이나 김밥 등을 먹는 학생도 없고, 그런 걸 파는 노점상이나 할머니도 없고, 복도를 하이힐로 뛰어다니는 여학생도 없다. 대학생들 사이에 선후배 관계도 없고, 학과별 학부별 연대의식도 없고, 화려한 졸업여행에다가 총천연색 졸업앨범도 없고, 가족이 총출동하고 가끔 이상한 쇼도 벌어지는 졸업식도 없다.

 

솔직히 말해 일본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이 다른 점이 없다. 교복처럼 거의 비슷한 소박한 옷을 입은 학생들이 아침 일찍 전차를 타고 학교에 걸어와서 오로지 수업만 하고 저녁이면 모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밤늦게 집에 돌아가 잠자고 다시 다음날 똑같은 생활을 되풀이한다. 우리나라 대학처럼 더운 한여름 대낮에도 껴안고 다니며 입까지 맞추며 눕기는커녕 커플티를 입은 쌍쌍도 수업시간은커녕 교정 벤치에서도 볼 수가 없어서 도대체 일본대학에서는 연애니 사랑이니 낭만이니 자유니 하는 말조차 없는 듯하다. 아니 남녀커플은 물론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간에 함께 걷는 경우나 수업시간에 함께 자리해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거의 못 본다. 그래서 수업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시험 때만이 아니라 언제나 만원인 도서관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내는 듯하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교수회는 그야말로 공식 회의여서 사적인 성격이 전혀 없고, 무슨 문제이든지 간에 출신대학별로 패거리를 지어 찬반으로 대립하지도 않고, 따라서 고함을 지르는 교수나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 교수도 없고, 내가 한국에서 자주 본 깡패 같은 폭력은 물론 폭언도 없고, 교수인사에도 사적인 개입은 절대 불가능하고, 사적인 감정이 있다고 하여 공공연히 채용후보자를 낙마시키거나, 아무 내용이 없는 회의를 30분 했다고 밤새도록 먹고 마시는 공식 회식이 전혀 없다는 점 등등, 한국대학과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외국학위조차 인정 안해-

 

무엇보다도 일단 교수가 되면 공부는 뒷전이고 교수들끼리 각종 인연으로 서로 매일 모여 밤낮 함께 놀거나 돌아다니거나 쑥덕거리거나, 그것도 모자라 주말이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구호와 함께 폭탄주를 제조 소비하며 다음 총학장을 노리는 선거패거리 행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리처럼 자기 대학의 논문집은 연구업적에서 아예 제외하고 심지어 자국어로 쓰는 논저의 가치조차 스스로 부정하고 오로지 미국잡지에 영어로 쓰는 것만 평가하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아가 자기가 키운 제자는 물론 아예 한국 대학에서 받은 학위를 무시하고 오로지 외국학위만을 선호하는 짓은커녕, 외국대학의 학위조차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강의를 영어로 하는 짓도 하지 않고,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성경처럼 거의 유일하게 들고 다니는 토익이나 영어수험서를 들고 다니거나 도서관에서 그것만을 공부하는 경우도 못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대학 수업이나 도서관에서 일반시민들, 특히 80, 90된 노인들이 연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한국대학과의 가장 큰 차이이다. 아무런 실익도, 목적도 없이, 나이고 지위에 관계없이, 오로지 좋아서 즐겁게 하는 공부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공부가 또 있겠는가? 그 중 한 사람은 30년 전에 교수를 그만둔 사람이었는데 아무도 그를 몰랐고 그도 아무도 몰랐다. 내 유일한 소원은, 퇴직 후는 물론 지금부터도 아무도 모르고 혼자 살며, 오로지 매일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만 읽다 홀로 죽는 것이다. 어떤 패거리와도 관련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