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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칩거정치' 뭘 얻고 뭘 잃었나>

이경희330 2008. 4. 8. 00:56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정치적 파워는 증명, 이미지는 손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 공천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내려온 지 7일로 보름째. 4.9총선 선거운동을 빌미로 시작된 박 전 대표의 대구 칩거가 끝나가고 있다.

   이 기간 박 전 대표의 동선은 전날 측근인 강창희 후보 지원을 위해 대전 서구를 방문한 외에는 달성으로 한정됐다. 쇄도하는 지원유세 요청에는 응답하지 않았고 일부 측근들에게만 유세를 대신해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행보를 통해, 현재까지 박 전 대표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득(得)'의 측면에선 무엇보다 영남 및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단단한 대중성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정작 선거 기간 본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대구 지역구에 내려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남권을 중심으로 `친박(친박근혜)' 무소속 바람이 일어나면서,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신드롬이었던 `박근혜 마케팅'이 그 단적인 예다.

   게다가 전후 맥락이야 어찌됐든 본인이 잘못된 공천의 책임자로 강재섭 대표를 지목하자마자, 강 대표가 바로 당직을 사임했다. 물론 강 대표의 정치적 판단이 고려됐겠지만 박 전 대표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확인시켜준 대목이다.

   또 박 전 대표가 대구 달성에 칩거하며 한나라당은 선거 기간 전국단위 유세를 소화할 마땅한 인물 하나 내세우지 못했다. 고육지책으로 강 대표를 비롯해 김덕룡, 박희태, 맹형규 의원 등 불출마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세단을 꾸렸지만 그 영향은 박 전 대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 늘 회자되던 광범위한 대중성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가장 큰 `실(失)'은 이미지에 입은 상처라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주요한 정치적 자양으로 삼아온 그로선, 어찌됐던 공천이라는 `밥그릇' 싸움의 한 가운데 상당히 오랜 기간 서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그는 당과 탈당한 측근들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 본인 입장에선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몰라도 `살아 돌아오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자신의 지역구를 찾는 탈당 인사들을 수수방관한 것은, 한나라당 입장에선 사실상 해당 행위였고 측근들 입장에선 무책임한 행동으로 비칠 개연성이 농후했다.

   게다가 지원유세는 하지 않으면서 일부 측근들에겐 지원 동영상을 보냈고, 강창희 후보에 대해선 선거사무소 방문이란 우회적 방법을 통해 사실상 지원하기도 했다. 과연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한 측근은 "한나라당 내에 대중적 기반을 가진 정치인은 박 전 대표밖에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결정의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당과 무소속 친박연대 사이에서 모호한 상황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고, 본인 자체의 명분 측면에서나 대외적 이미지 측면에서 손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자평했다.

   물론 전체 대차대조표는 총선 결과가 나와야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과반 확보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당이 170석 이상의 안정된 과반을 확보한다면 그의 당내 위상은 현저히 줄어들 수 밖에 없고 150석 안팎의 의석에 머물 경우는 당안팍에 포진한 그의 계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국을 좌우할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리고 이 구도가 정해진 다음에야 그가 칩거정치를 통해 당과 측근들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하며 소기의 성과를 획득했는 지 여부가 사후적으로 증명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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