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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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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경기지역 국회의원 공천에서 박근혜계 의원·당협위원장들이 대거 탈락한 것으로 드러나 박근혜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6일 오후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며 공심위의 해명을 직접 요구하고 나서는 등 영남권 50곳의 발표를 앞둔 한나라당에 한바탕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공심위는 이날 오후 공천 내정자 20명(경기 17, 제주 3)을 추가 발표했는데, 경기 지역에서는 4선의 이규택 의원(이천·여주)을 비롯해 이재창(3선, 파주), 한선교(용인 수지), 고조흥(포천·연천), 고희선(화성을) 등 5명의 지역구 의원이 탈락했다.
이들 중 이규택·한선교·고조흥 의원은 친박근혜, 이재창·고희선은 친이명박 성향인 것으로 파악됐다. 남양주갑에 공천을 신청했던 비례대표 배일도 의원의 탈락도 확정됐다.
21(친이) : 6(친박)으로 힘의 균형 깨져
공심위는 이재창 의원이 탈락한 파주에 친박근혜계의 황진하 의원을, 한선교 의원이 탈락한 용인 수지에서는 친이명박계의 윤건영 의원을 각각 공천하는 등 이번 결정의 충격파가 특정계파에만 쏠리지 않도록 안배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다. 공심위원을 맡은 임해규 의원은 "계파가 아니라 공천기준에 따라 합당하게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기지역 49개 지역구의 공천 판도를 한 눈에 조망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박근혜계의 공천 탈락율이 이명박계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당내 후보경선 당시만 해도 무려 20명의 의원·원외위원장들이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다. 박 전 대표가 우세를 보인 영남·충청과 함께 경기지역 위원장의 절반 가량이 친박 진영에 있었기에 박 전 대표가 경선 막판까지 이명박 대통령과의 호각지세 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대 계파가 힘의 균형을 이룬 곳인 만큼 이 지역의 공천 결과가 '공천=당선'이 통용되는 영남권 심사의 향배에도 투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6일 현재 경기지역의 이명박계 의원·원외위원장 21명이 공천을 받은 데 반해 박근혜계는 김영선(일산을)·유정복(김포)·황진하(파주) 의원을 비롯해 동두천·양주(김성수), 고양 덕양을(김태원), 군포(유영하) 등 6곳의 위원장만이 공천 경쟁을 통과했다. (그나마 군포지역 공천자의 경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공심위에 재심사를 요구한 상태다.)
반면, 공천 레이스에서 탈락한 박근혜계 인사는 11명에 이르렀고 이명박계는 5명만이 탈락했다. 공천 심사를 거치면서 21(친이) 대 6(친박)으로 양 계파간 힘의 균형이 완전히 허물어진 셈이다.
어느 쪽에도 서지 않았던 나머지 12명의 공천자들이 대선 전후 공천 경쟁에 뛰어든 것을 감안하면, 범이명박계가 경기도에서 압도적인 다수로 올라서게 됐다. 10곳의 공천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경기 지역의 박근혜계는 총선이 끝난 뒤 명맥만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계파간 맞대결에서는 박근혜계의 황진하 의원이 파주에서만 승리를 거두었을 뿐, 용인 수지(윤건영)과 연천·포천(김영우), 수원 영통(박찬숙), 고양 일산갑(백성운) 등 4곳에서 이명박계가 공천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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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표의 예비제부 신동욱 한나라당(서울 중랑을) 예비후보가 22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밀실공천, 내정공천의 강한 의혹을 제기하며 공천심사위원을 상징하는 금붕어를 들어 보이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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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공천 과정을 관망해온 박 전 대표도 6일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지금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로 보거나 의정활동에도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나를 도왔다는 그 이유로 탈락시켰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 전 대표는 "이런 것은 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며 이 같은 결과가 나온 데 대해 공심위의 해명을 촉구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한선교 의원도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심위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내가 윤건영 의원을 3배 이상 앞섰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런 정치 풍토를 내 한 몸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고쳐놓아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게 됐다"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공심위가 이 정도의 충격파를 예상하지 못하고 지역구 의원 5명의 탈락을 발표했을 리는 없다. 오히려 통합민주당의 '개혁공천 드라마'가 관심을 끄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도 쇄신의 몸부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속내를 반영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경기지역에서 박근혜계 당협위원장들의 무더기 공천 탈락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공심위도 박근혜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카드가 필요한 실정이다.
공천 미확정자가 많은 영남권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현역의원들의 탈락이 예상되기 때문에 공천 결과에 따라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영남권 50여명의 공천자 발표를 앞둔 한나라당은 지금 폭풍전야에 휩싸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