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경제

민간금융위 "산업자본 은행지분 4% 제한 완화해야"

이경희330 2007. 10. 12. 00:05
전문가그룹서 4%제한 폐지 첫 주장
산업자본도 은행 경영감시 가능
금산분리 원칙은 당분간 유지의견

지난달 HSBC가 론스타와 외환은행 조건부 인수 계약을 했다고 발표한 이후 금산분리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금산분리 완화ㆍ폐지론자들은 금산분리 정책이 국내 산업자본의 발을 묶어 역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유지론자들은 금산분리 원칙을 없앨 경우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때 발생하는 폐해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금융 이슈를 진단하는 민간금융위원회(위원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가 최근 정기 회의를 열어 금산분리 원칙은 유지하되 산업자본의 4% 지분 제한을 완화하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즉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서 소유할 수 없고, 의결권 없는 주식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 은행법은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 민간금융위 절충안 제시

= 민간금융위는 금융시장 환경이 바뀐 데다 금융감독이 예전에 비해 강화돼 현 시점에서 금산분리를 조금 완화해도 될 정도라고 판단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산분리를 엄격히 적용하다 보니 주주가 분산돼 경영진을 감시하는 주주가 거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산업자본이 은행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 한도에서 주식 소유를 더 늘리도록 해줘 경영 감시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사지 않다 보니 외국인 지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이 80%를 넘고, 신한금융지주 외국인 지분도 60%대(재일동포 지분 20%까지 포함하면 80%대), 하나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은 70%대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 보니 경영을 감시하는 눈초리가 덜 매서워 전문경영인이 대기업 오너처럼 은행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폐해도 생겼다.

또 금산분리가 완화되지 않은 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매각이 추진될 경우 국내 금융자본의 여력이 부족해 이들 은행이 외국계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4% 제한을 어느 정도까지 풀어야 할까. 민간금융위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증권거래법상 금융감독기관에 사전 보고하는 기준인 5%에서 과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한도였던 8%까지 다양한 수치가 제시됐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민간금융위는 금산분리의 원칙을 뒤흔드는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시기 상조`란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간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ㆍ폐지론자들의 `금산분리로 인해 국내 산업자본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과거 외국 자본의 국내 은행 지배는 금산분리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금융위기 사후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이라며 논리적인 모순을 들었다.

◆ 은행 지배구조 제도 개선 필요

= 민간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것과 함께 은행 지배구조 선진화를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능한 경영진 확보를 위해 외국의 유수한 금융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가 감시ㆍ견제 역할을 강화해 경영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

특히 현행 은행법령에 은행의 대주주, 주요주주,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자가 사외이사가 될 수 없음을 규정하지 않은 문제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법과 보험업법에서 이해관계자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한 데 비해 은행법령은 이 규정이 없어 논란이 돼 왔다.

민간금융위는 이 밖에도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 대부분 1년인 사외이사 임기를 3년 정도로 장기화, 감사위원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