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구속수사와 관련 ‘잡혀가지 않는 인터넷 글쓰기 요령이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한 바 있는 신민영씨는 12일 인터넷 신문 ‘레디앙’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성숙 누리꾼을 위한 행동강령”이라며 퀴즈와 문답 형식의 설명을 통해 미네르바 구속수사에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모욕죄(형법) 등에 대해 역설적으로 설명했다.
‘전기통신기본법 제 47조 1항 위반’에 따르면 “제47조 (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이와 관련 다음 중 어느 곳에 글을 올려야 ‘공연히’에 해당하지 않을까.
(1) 다음 아고라 (2)네이버 댓글 (3) 10명이 가입되어 있는 초등학교 반창회 인터넷 카페 (4) 싸이월드 미니홈피 1촌 공개 게시판(일촌숫자는 1명) (5) 내가 나한테 보내는 이메일
신 씨는 “대법원은 ‘공연히’를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한다”며 “이 해석에 따르자면 ‘(1)다음 아고라, (2)네이버 댓글’의 경우는 물론이고 ‘(3)10명이 가입된 초등학교 반창회 카페’의 경우도 ‘공연히’에 해당되게 된다”고 밝혔다.
친구끼리 보는 글과 관련해서는 “친구 10명은 잘 아는 사이이니 ‘불특정’의 상대방이라 할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다수인’”이라며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서는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또한 신 씨는 “우리나라 대법원은 한 술 더 떠 ‘전파성 이론’이란 걸 채택하고 있다”면서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유포하였다고 하여도 이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대법원 68도 1569)”고 관련 법을 소개했다.
그는 “한 명한테만 얘기했어도 이놈이 떠벌리고 다닐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히’ 떠든 걸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며 “1촌 1명에게만 내용을 공개했더라도 그 일촌이 그 글을 퍼갈 가능성이 있는 이상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범죄 해당’으로 결론 내렸다.
때문에 첫번째 퀴즈의 정답은 “(5)내가 나한테 보내는 이메일” 뿐이다. ‘공연히’라는 법 조항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혼자만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MB·장관 명예훼손 안 걸리고 정부 정책 비판하는 방법은?
전기통신기본법의 ‘공익을 해할 목적’과 관련해서는 신 씨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온 나도 이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건이라 피하는 방법 역시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 문구와 관련해선 신 씨는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사실 적시’에 해당되는 것을 고르시오”라며 퀴즈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1) MB는 정말 잘생겼다.
(2)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같은 놈이 잘 운영되어 가는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
(3) 내가 대통령이 되면 증시 5000도 가능하다.
(4) 나는 부시대통령 취임식에 초대 받았다.
신 씨는 “사실 적시가 아니라 단순한 의견 표현에 불과하다면 허위냐 아니냐를 따질 것도 없이 허위의 통신에 해당하지 않게 되어 전기통신법의 처벌을 면한다”면서 “‘(1)MB는 정말 잘생겼다’의 경우 의견 표현이기 때문에 사실의 적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2)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같은 놈이 잘 운영되어 가는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의 경우도 역시 사람마다 판단이 갈리는 의견 표현에 관한 부분으로 X표.
‘(3)내가 대통령이 되면 증시 5000도 가능하다’는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힌 것에 불과하므로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보고’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역시 X표라고 신 씨는 해석했다.
답은 (4)번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다’로 신 씨는 “과거의 사실로서 그 진실 여부가 증거에 의한 입증이 가능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 씨는 “증거에 의해 증명 가능한 과거 또는 현재 사실 관계를 언급할 때는, 반드시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소결론을 내리고 “전기 통신법의 적용을 피하려면 항상 맞는 말만 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하는 말이 사실을 적은 것인지 단순한 의견표명인지 고민하고, 전자라면 허위 정보가 아닌지 사전 조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과 관련해선 신 씨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경우에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으며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다”면서 신 씨는 “사실을 근거로 정부정책을 비판하여 정부의 위신이 다소 떨어졌다 해서 이를 처벌하는 건 민주주의 국가에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러한 비판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면서도 “단, 정부정책을 수행한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는 정부를 비판하되 공무원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슴살 1파운드를 자르되 피가 나오지 않게 자르라는 얘기와 같다는 것. 실제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이 쇠고기 협상단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MBC PD수첩을 고소하자, 이를 수사하겠다고 검찰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리기도 했다.
“사이버 모욕죄 도입되면 이외수는 그냥 잡혀간다”
형법상 모욕죄와 관련해선 신 씨는 “단순한 평가, 의견 표현의 경우는 전기통신기본법이나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 허나, 모욕죄가 기다리고 있으니 안심할 것 없다”고 모욕죄의 광범위함을 지적했다.
그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더라도 사람에 대하여 경멸의 의사를 표시하면 모욕죄는 성립한다”면서 “누군가를 쥐에 비유한다거나, ‘아무것도 아닌 똥꼬다리 같은 놈이 잘 운영돼가는 나라를 파괴하려 한다’는 말을 하면 충분히 모욕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씨는 “다행히 모욕죄는 친고죄인지라, 피해 당사자가 고소를 하지 않는 이상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친고죄가 아닌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된다면 어떨까, 국가원수를 쥐에 비유하는 이외수 같은 양반은 MB의 고소 없이도 단번에 처벌이 될 것이다”고 사이버 모욕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신 씨는 이같이 누리꾼들이 인터넷 상에 글을 올리는데 적용될 수 있는 법을 설명한 뒤 “한마디로 인터넷에서는 서도, 누워도, 앉아도 처벌된다는 뜻이다”며 “준법 누리꾼이여! 공중부양 능력을 갖추자!”고 비아냥했다.
그는 “혹 위에서 제시한 행동강령을 위반하여 죄를 짓더라도, 전두환 DNA를 가진 세력 눈밖에 나지만 않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마지막으로 “참고로, 현 한나라당 대변인 윤상현은 장군님의 사위이다. 이건 야사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고 소개하고 “(자신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미네르바 준칙’이라고 해야겠다”, “재치만점의 글이다”, “달달 외워서 잡혀가지 말아야겠다”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유용하면서도 맘이 찡하다”며 서글픈 모습을 보였다.
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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