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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패한’ 구제금융…‘빗나간’ 경기부양..오바마 당선인이 내놓은 실제 처방은 말 만큼 강하지 않다. 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

이경희330 2009. 1. 17. 11:43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의 딜레마 ‘어느 장단에 춤추라고?’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부도 기업이 줄을 잇는 등 미국 경제가 바닥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막대한 구제금융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현재 계획 중인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 향후 2년간 일자리 300만~400만개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90%는 민간 부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바마 당선인은 일주일 전 라디오 연설에서는 일자리 300만개를 창출하고 이 가운데 80%가 민간 부문에서 생겨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일자리 창출 규모를 100만개나 늘려 발표한 셈이다. 이는 소비를 살리기 위해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로 실업자 수를 억제하겠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칼럼에서 “대공황 이후 가장 위험한 경제 위기에 맞서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오바마 당선인 말은 맞다”면서도 “오바마 당선인이 내놓은 실제 처방은 말 만큼 강하지 않다. 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오바마 경제팀은 수정된 전망 내용을 설명하면서 친환경에너지 분야 투자를 통해 일자리 50만개 정도가 새로 생기고 도로 교량 학교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해 대략 4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 경제팀은 친환경에너지 분야 투자도 향후 3년 안에 대체에너지 생산을 두 배로 늘리고 200만 가구에 대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제 활성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일자리 창출 시급, 실현 가능성은 ‘글세’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씨티그룹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분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20억~30억 달러를 씨티그룹에 지급하고 씨티그룹과 증권 영업부문 합작 회사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작 법인 설립은 씨티그룹 증권 영업부문 스미스 바니를 따로 분리해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이 각각 51대49 지분비율로 합작 법인을 설립한 뒤 향후 3~5년 내에 씨티그룹 나머지 지분을 모건스탠리가 인수하는 형식을 취할 예정이다.
사실상 씨티그룹이 증권 영업부문을 모건스탠리에 매각하는 것으로 여전히 미국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대기업들의 상황은 살얼음판을 걷는 모양새다.
경기부양책을 통한 재정지출은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따른 직접적인 수요 창출 효과와 함께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활성화라는 간접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당선인의 부양책은 공공지출이 60% 정도고 나머지는 감세로 구성돼 있다.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등이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갖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부양책을 전혀 안 쓰는 것보다는 일부라도 쓰는 것이 낫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보면 경제 잠재력과 실제 성과 간 격차가 워낙 크다. 이것은 오바마의 강력한 경제적 언변과 실망스러운 계획 간에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오바마 당선인이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그의 계획은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구제금융 실패론? ‘소외된 서민’

이런 가운데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의 구제금융이 실패했다는 진단이 대두되고 있다. 폴슨 장관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속에 단행한 은행 구제금융 조치가 납세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향후 주식을 일정가격에 사들일 수 있는 워런티 등을 조건으로 174개 은행에 우선주를 사들여 자금을 수혈해왔다. 문제는 폴슨 장관이 느슨한 조건으로 공적자금을 은행에 퍼준 흔적이 역력하다는 점이다.
지난 해 10월 골드만삭스에 투자한 주식가치는 한 달 앞서 이뤄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50억 달러 투자조건이 적용될 경우 고작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미국 정부는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서 25개 금융기관에 자본을 투자해

<용어설명>

▶미국 구제금융법안의 공식 명칭은 ‘2008 긴급경제안정화 법령(EESA. Emergency Economics Stabilization Act of 2008)’ 이다. 무너진 금융 산업을 살리기 위한 법안으로 2008년 10월 3일 최종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 증권을 통해 마련한 7,000억 달러로 금융 부실 자산 매입 △자산을 인수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진 스톡옵션과 연봉 제한, 정부가 해당 기업의 주식 매입(의결권은 없음)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개인당 10만 달러에서 25만 달러로 확대 △주택 보유자들에게 최대 1,000달러까지 세액 공제, 세금 1,490억 달러 감면 △미국 연방정부 재무부가 민간 부문의 지급보증 펀드를 조성하여 부실자산 보증.

약 13억달러 가치 상당의 워런티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버핏의 골드만삭스 조건이 이들 금융기관에 모두 적용될 경우 그 가치는 1308억 달러에 이른다.
버핏은 주당 82.18달러에 4350만주 또는 36억 달러 규모의 워런티를 받았다. 이에 비해 폴슨은 한 달 뒤 이보다 배나 많은 돈을 쏟아 붓고도 주당 72.33달러에 1220만주 또는 8억8200만 달러의 워런티를 받았다는 게 블룸버그의 계산이다.
이 같은 부실 구제금융은 워런티 규모 자체가 작은 데다 초기 5년간 우선주 배당수익률도 5%로 버핏(1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스은 분석했다.
향후 5년간 25개 금융기관의 자본투입 과정에서 우선주 배당만으로 미 재무부는 버핏에 비해 약 480억 달러의 불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가 향후 5년간 147달러를 기록할 경우 버핏은 워런티 행사로 약 14억 달러의 수익을 낸다. 이에 비해 미 재무부는 버핏보다 2배의 자금을 투자하고도 이익 규모가 5분의 1 수준인 2억94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월가와 미 경제계에서 폴슨의 구제금융 조치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월가에서는 내년부터 이들 기관의 주가가 회복되면서 워런티 행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미 재무부의 ‘상대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동성 위기 씨티그룹 증권부문 매각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의 증권 영업부문이 합병될 경우 총 인원이 2만 2000명의 거대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BOA(2만명)를 제치고 최대 증권사가 되는 것이다.
씨티그룹 웹사이트에 따르면 스미스 바니는 미국에 사무실 600여 개와 직원 1만4133명을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현재 고객 자산은 1조3200억 달러 정도다. 현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그동안 씨티그룹의 덩치가 너무 커 경영 압박을 초래했다며 그룹 분할을 요구해왔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씨티그룹은 자본 확충을, 모건스탠리는 매출원 다각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2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으며 미국 정부에서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 또 5만3000여 명에 이르는 추가 감원을 발표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등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누구를 위한 구제금융인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부가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구제금융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7000억 달러의 거액을 투입해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을 매입하기로 가장 먼저 결정했다. 독일은 5000억 유로, 프랑스는 3600억 유로를 쏟아부었고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던 중국마저 19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했다.
소제-미국인이 구제금융을 반대한 이유
그러나 각국의 구제금융 결정에 대해 국민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인 금융회사만 구제해주고 정작 피해를 받게 되는 서민을 위한 구제책은 담겨있지 않다는 이유다. 미국의 구제금융법이 하원에서 한 번 부결됐던 것도 국민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소제-위기를 경제 구조 변화의 기회로
미국인들이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국민을 구제하라”고 주장한 덕에 그나마 ‘예금보호 한도 25만 달러 상향’ 등의 민심 수습용 조항이 법안에 추가됐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우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한국경제의 구조전환 기회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계기를 놓쳐버렸다. 최근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sundayjournal황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