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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국세청장의 사의 표명 사실이 알려진 1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직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청사 건물을 나서고 있다.
이제원 기자
국세청은 과세권한과 함께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지녔다. 이 때문에 외부의 유혹에 항상 노출될 수밖에 없고 집행기관으로서 ‘상명하복’의 특성 때문에 편파인사나 비리가 움틀 소지도 많다. 이런 치부를 어떻게 떨쳐버리고 개혁을 해나가느냐가 이제 국세청이 직면한 과제다.
◆추락한 국세청의 도덕성=군 출신이 아닌 ‘문민청장’이 시작된 1988년 7대 서영택 국세청장부터 한상률 현 청장까지 10명의 전·현직 청장들 가운데 6명이 구속되거나 추문에 휩싸였다. 10대 임채주 청장과 12대 안정남 청장, 13대 손영래 청장, 15대 이주성 청장, 16대 전군표 청장에 이어 17대 한 청장마저 고가의 그림 상납과 인사 청탁 의혹에 휩싸이면서 불행한 국세청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국세청 수장이 추문에 휩싸이면서 세정조직이 전체적으로 흔들리지만 최근 진행된 한 청장의 개혁조치는 적지 않은 의미가 있었다. 과거에는 세무서 직원들이 기업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조사하는 지역담당제가 운영됐다. 비리가 싹트기 쉬운 이 제도를 없앤 것은 한 청장의 공로다. 한 청장은 취임 이후 선호 직위 공모제와 지방청장·세무서장에 지역인사를 배제하는 향피(鄕避)제를 실시하고 고위직 사정을 전담하는 감찰팀을 설치했다. 세무조사 및 대상 선정에서의 투명성도 높였다.
그러나 정작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던 한 청장 자신이 ‘그림 로비’ 의혹과 고위층의 주변에 인사를 청탁했다는 설에 휘말리면서 낙마해 개혁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인사시스템 개선·조세행정 투명성 높여야=국세청이 새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려면 정권이나 기업의 압력과 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하고 조세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국세청 내부의 상납 문화를 근절하고 특히 정권에 줄을 대는 인사풍토를 하루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청장들의 연이은 비리의혹 연루는 조세행정의 불신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정치적 독립을 위한 임기 보장이나 사후 감독장치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세청은 정치권력의 토대로서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통제 수단으로 사용되다 보니 인사가 로비나 권력의 이해관계로 이뤄져 왔다”며 “국세청은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독립돼야 하며 차기 청장도 정말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세청장의 임기 보장이 필요하며 그래야 정권에 줄을 대지 않고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투명성을 높이도록 정보공개가 일반화돼야 하고 조세행정의 사후 감독장치도 개선돼야만 국세청장의 불명예 퇴진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도 지난해 국세청 개편관련 보고서에서 지방국세청을 폐지하고 세무서 조직을 축소·개편하는 한편 외부 감시위원회를 둬 국세행정의 투명성·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바 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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