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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시대가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엄격했던자격심사가 없어지면서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경희330 2008. 11. 24. 22:42

지난 17일부터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는 이른바 ‘무비자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 방문이 보다 쉬워졌다.(관련기사 32, 33면) 그 동안 비자를 받기 위해 서울 세종로 미국대사관 앞에 몇 시간씩 줄을 서던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미국 방문이 쉬워지면서 이전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관광 등의 목적으로 미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미간의 보다 많은 경제·문화적 교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비자 시대가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엄격했던 자격심사가 없어지면서 그만큼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실제로 본국에서는 무비자 입국을 틈타 조직폭력배나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단체로 미국으로 건너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무비자 시대 개막 뒤에 있는 어두운 단면들을 살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현재 본국에서는 경찰과 윤락업소 간의 ‘성전’(性戰)이 한창 진행 중이다. 미아리, 청량리, 영등포 등 예전부터 속칭 ‘사창가’로 잘 알려진 지역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성매매근절이라는 목표 아래 단속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변종 성매매업소인 안마시술소, 대딸방 등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구 장안동이나 강남역 일대, 부천 상동 일대에도 강력한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수 십 개의 안마시술소가 모여 있는 장안동은 이미 상당수 업소들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시술소가 밀집해 있는 거리 입구에는 CCTV를 설치해 성매매를 찾는 사람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性戰과 무비자

그렇다면 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전’과 ‘무비자’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장안동 등에서 시작된 성매매와의 전쟁은 강남 일대의 룸살롱까지 확전되고 있다.
성매매를 단속하는 경찰은 최근 유흥업소 입구에서 잠복하고 있다 이른바 2차를 나가는 손님과 여종업원을 쫓아가 그들이 숙소에 들어가면 숙소직원의 협조 하에 현장을 덮친다. 보통 유흥업소가 아닌 모텔과 같은 숙소에서 이뤄지는 성매매 현장은 잡아내기가 거의 쉽지 않지만 잠복까지 해가면서 단속을 하면 이를 빠져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
실직한 이들은 다른 업소 혹은 업종을 찾아나서는데 이 중 잘 나가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 이른바 ‘텐프로’라 불리는 종업원들 중 상당수는 미국행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무비자가 실시된 지난 17일 이후 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미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유흥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선데이저널>이 몇 차례에 걸쳐 보도했던 한인타운 유흥업소들의 불법행위가 극에 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조폭들도 미국행

조직폭력배들의 미국행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LA에는 이미 본국에서 넘어 온 조폭들이 각종 범죄행위에 가담하고 있는데 최근 무비자 시행은 어떻게 보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어 버렸다.
본국에서 넘어 온 조폭들은 미주 현지 조직과 합세해 거대 조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동안 LA와 뉴욕 등 현지 동포들의 폭력 조직이 세력이 미약했었으나 한국의 거대 조폭 세력들과 연계하면서 무서운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본국 출신 조폭들의 숫자는 20여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이 현지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각종 이권행위에 개입하는 등 광범위한 활동을 벌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들 조직적으로 채무, 채권 관계는 물론 자동차 사고로 위장한 보험사기사건, 개인 간의 원한관계, 각종 이권관계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한인타운에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 가짜 고급 양주, 담배 유통, 마약에 까지 관여하는 등 돈이 되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사채업이다. 현재 한인타운에서 비밀리에 고리대금업을 하는 조직들은 대데 3개파 정도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 중 2개 정도가 일본의 야쿠자들의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정보가 있으며 이들은 한국으로 들어가는 돈을 세탁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보고 있다.
이들 조직들은 고리대금업뿐 아니라 사설 도박판을 운영하면서 도박꾼들을 상대로 가게, 주택 등을 담보로 저당잡고 1활의 꽁지 돈 장사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한인타운 주변 카지노 도박장을 무대로 돈 장사를 하고 있다. 현재 놀만디 카지노와 커머스, 허리우드 카지노를 무대로 꽁지 돈 장사를 하고 있는 이른바 전주들은 모두 3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일본으로부터 들어 온 ‘야쿠자’의 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들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사채 쓰실 분/ 환전하실 분/ 급전이 필요한 분’이라는 광고를 내고 연락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실제적으로 이 돈의 원천은 모두 야쿠자의 자금이라는 것.
무비자 시대의 개막과 현 정권의 조폭과의 전쟁으로 인해 미국행을 택하는 조직폭력배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비자 시대의 어두운 단면

무비자 시대의 개막은 한인사회나 본국 국민들에게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이처럼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특히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나 조직폭력배가 무차별적으로 한인사회에 침투한다면 이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다면 나중에 가서는 한미간의 비자면제프로그램 협약도 다시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부정적인 이미지로 덧칠되어 다시는 무비자 혜택을 받을 수 없을지 모른다. 무비자 시대를 맞아 벌어질 수 있는 위와 같은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한인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다.

선데이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