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축구스타 안정환(31)이 경기 도중 관중석에 뛰어들었다가 퇴장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 삼성 소속의 안정환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치뤄진 FC서울과의 2군리그에서 전반 경기 중 자신을 향해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FC서울 서포터에 격분해 경기장을 이탈하고 관중석으로 난입했다.
안정환은 다행히 몸싸움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욕설을 한 상대편 서포터에게 큰소리로 항의하며 언쟁을 벌였다.
▲ `안정환 관중석 난입 사건`을 보도한 방송 영상
● 서포터 여성 "개X끼야, 마누라 좀 빌려줘, 한번만 줘"
사건이 터지자 언론들은 안정환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며 `프로선수로서 자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내용의 기사를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언론과 정 반대다.
물론 안정환의 행동이 경솔했다는 이견도 적지 않지만 대체로 안정환을 옹호하는 분위기다. 반면 안정환에게 욕설을 퍼부어 분노를 유발한 상대편 서포터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불을 뿜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은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목격자들과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안정환과 언쟁을 벌인 FC서울 서포터 권모(23/여)씨의 욕설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들에 따르면 권씨가 경기 내내 안정환에게 외쳐댔던 욕설은 안정환 본인의 인신공격은 물론 아내인 이혜원씨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수위 높은 내용이었다.
▲ 안정환에게 욕설을 퍼부운 FC서울 서포터 권모(23)씨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권씨의 욕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니가 월드컵 스타냐?" "출전수당 2천만원짜리가 왜 2군에서 뛰고 있냐" "얼굴로 축구하냐 병신 같은 X아" "쪽 팔려서 세리모니도 못하냐? 반지 해야지 또!" "개X끼야 마누라가 예쁘면 다냐" "이혜원(안정환 아내)좀 빌려줘라" "한번만 줘라! 한번만 줘라!"(음까지 넣어 노래 부름) "병신 같은X 개X끼"(계속 반복)
안정환은 자신에 대한 인신공격성 야유와 욕설은 모두 참아 냈지만 자신의 아내를 성적으로 비하한 발언에 분을 참지 못해 결국 경기장을 이탈해 관중석으로 돌진하고 말았다. 그러나 안정환은 물리적인 충돌이나 욕설 없이 큰소리로 항의한 후 되돌아 나왔다. 안정환에 대한 네티즌의 관대한 여론에는 이 같은 그의 자제력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권씨는 안정환이 자신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씨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정환이) 제 앞으로 와서 저한테 거의 위협을 하다시피 했다"며 "그러면서 저한테 하는 말이 `씨X! 뭐라고 그랬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권씨의 행동과 발언에 분노한 네티즌들은 권씨의 신상 정보를 추적했고, 현재 사진은 물론 미니홈피 주소와 집주소 휴대전화 번호까지 일부 사이트에 유포된 상태다.
● 안정환, "참았어야 했는데. 아내가 더 힘들어 한다"
사건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안정환은 11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토로했다.
안정환은 "`너는 얼굴만 잘나면 다냐?`라고 시작된 야유는 어지럽게 계속됐고, 심지어 선제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고도 조롱을 받았다"면서 "결국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한 욕을 들었을 땐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축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한국축구에 뭘 잘못했길래 나에게 이러는가`라는 생각에 속이 상했고 충격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관중석에 올라가기까지 마음 속으로 몇 번을 참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관중석 난입의 계기를 밝혔다.
안정환은 `이번 같은 경험이 처음이냐`는 질문에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유럽을 두루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며 "정규리그 경기장은 관중석과 거리가 있어서 안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심한 욕을 한꺼번에 듣기는 처음이었다"고 털어놨다.
안정환은 이어 자신에게 욕을 했다는 권씨의 주장에 대해 "무슨 소리인가. 아무리 흥분했어도 그 정도는 컨트롤할 수 있는 연륜이다. 마찰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고 자제를 요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왜 선수에게 그렇게 욕을 하느냐고 했고, 이어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한국축구가 발전 못하는 거 아니냐고 덧붙인 게 전부다"라고 반박했다.
안정환은 특히 "(개인과 가족의 신상에 대한 욕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입에 담고 싶지도 않다"면서 "아내가 나보다 더 속상해 하더라. 밤새 울며 잠도 제대로 못 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안정환은 "축구를 못한다고 야유하는 것은 언제든지 받아들이지만 축구 외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너무 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회스럽고 많은 반성을 했으며 어떻게든 심려를 끼쳐드려 축구 팬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 상벌위원회 12일 개최, 추가징계 불가피 할 듯
그러나 안정환은 추가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환은 12일 오전 11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개최한 상벌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안정환은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 도중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물의를 일으킨 행위는 잘못됐고, 반성도 많이 했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환은 "이번 기회에 한국축구의 응원문화를 되돌아 보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축구선수도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점도 이해해 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정도 내비췄다.
한편,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아고라`에 청원을 발의해 안정환의 추가징계를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20000명 목표로 11일 발의된 청원은 12일 오전 12시 현재 10047명의 네티즌이 서명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