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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친구 천신일 MB와 원수될까..여권 천신일 입에 떤다..

이경희330 2011. 2. 10. 23:02

 
▲ 지난해 12월 8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모습. 천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에게서 40여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을 받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여권 핵심부가 지난해 말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평생지기’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첫 재판을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천 회장이 현 정권에 치명타를 가할 ‘폭탄 발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여권 핵심부는 그동안 야권 등에서 주장했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의 ‘몸통 논란’이 천 회장을 통해 다시 점화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천 회장이 자신을 ‘희생양’으로 생각하며 억울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기류는 더욱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청와대를 긴장시키고 있는 천 회장 재판의 또 다른 ‘속살’을 들춰 봤다.

 

지난 1월 18일 천신일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지난해 12월 23일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구속 수감)로부터 47억 원 상당의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천 회장의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천 회장 측은 이수우 대표로부터 2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고, 백화점 상품권 등은 정당한 대가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2월 17일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인데 그 전에 천 회장 운전기사와 이수우 대표 등을 불러 신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천 회장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재판 전까지 추가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사실 천 회장이 100일간의 외유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30일 귀국할 때만 해도 정치권에선 현 정권와의 ‘교감설’이 파다했었다. 여권 핵심부와 천 회장 사이에 이미 ‘조율’이 끝났고 검찰 수사는 ‘형식적’인 차원이라는 시각이었다. 야권은 이를 놓고 더 큰 ‘몸통’을 덮기 위한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청와대 및 여권 고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천 회장 귀국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가 천 회장 거취에 부담을 느껴 해가 바뀌기 전 귀국을 종용했다고 한다. 또한 천 회장이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던 것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 정권 실세로 꼽혔던 천 회장이 자칫 ‘딴 마음’을 먹을 경우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여권이 설득에 나섰던 것이다.

 

국내로 들어온 천 회장은 두 차례 소환 조사 끝에 결국 구속 기소됐다.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비교적 강도가 셌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철저하게 수사해 혐의를 입증하라는 지시가 수사팀에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응하던 천 회장도 수사팀이 세게 나오자 당황해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고 귀띔하면서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천 회장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는데 기우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 회장 역시 변호인 및 면회를 온 지인들에게 “검찰이 너무 강압적으로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는 후문이다.

 

천 회장은 구치소 내에서 건강이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병이던 당뇨와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통증을 호소하며 검찰과 여권 고위층에 보석 여부를 타진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입장은 단호했다. 천 회장이 수사를 받을 때만 해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다고 판단, 수감 생활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결론을 내려 보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천 회장은 자료 준비 부족을 이유로 공판 날짜를 늦추고자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이처럼 자신의 의사가 번번이 좌절되자 천 회장은 크게 낙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천 회장의 한 지인은 “귀국하라고 설득했던 몇몇 여권 인사들을 철석같이 믿고 국내에 들어왔는데 검찰 수사나 재판이 애초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자 천 회장이 ‘배신당했다’며 노여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천 회장은 최근의 법조계 기류에 대해서도 불안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친노 인사 대부분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을 선고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자신에게 ‘역차별적’인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천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사건과는 별개로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미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받은 바 있는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는 상태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들이 친노 인사들과의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 내에서도 천 회장 재판을 벼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검찰이 천 회장에게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난 여론은 차치하고서라도, 후배 검사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의 사퇴 등으로 인해 여권 인사들에 대해 ‘비우호적’인 정서가 꿈틀대고 있기 때문. 여기에 천 회장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이 얼마 전에 있었던 검찰 인사에서 한상대 지검장으로 바뀐 것도 재판의 변수로 꼽히고 있다. 정권 고위층과 비교적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던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구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신을 둘러싼 여건들이 불리하게 조성되자 천 회장은 주변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 섭섭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몇몇 원로급 인사들을 향해서도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천 회장의 한 지인은 “(천 회장은) 지금 이대로라면 실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과연 천 회장이 순순히 귀국했을지 의문”이라면서 “천 회장에게 믿음을 줬던 이들이 끝까지 약속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천 회장은 그 누구보다 정권 탄생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자신이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되면 쉽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회장이 여차하면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관계자들 역시 천 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폭탄 발언’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천 회장은 변호인 접견에 잘 응하지 않으며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놓고 검찰 내에선 천 회장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검찰청의 한 고위 인사는 “변호인과 판사의 싸움이 아니라 자신과 현 정권의 ‘기 싸움’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천 회장이 법정에 나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 그동안 ‘설’로만 돌았던 ‘몸통론’의 실체를 ‘폭로’해주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민주당은 천 회장을 남상태 사장과 정권 실세들 간 ‘연결 고리’로 추정하고 연임 로비엔 다른 ‘몸통’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1월 1일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김윤옥 여사를 그중 한 명으로 언급해 파문이 인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이른바 ‘대우조선해양팀’을 꾸려 여러 의혹들에 대해 추적 중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천 회장 재판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천 회장을 ‘계륵’이라고 비유했던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천 회장이 ‘다 같이 죽자’고 하면 이명박 정부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면서 “천 회장을 달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천 회장이) 잘 안 만나준다. 재판 전에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대선캠프 출신의 한 여권 고위 관료는 “청와대가 사사건건 검찰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는 없다. 천 회장이 이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이 부분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료는 “현 시점에서 천 회장은 부담스러운 존재”라고도 했다. 이처럼 여권 내에서도 천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가운데 과연 첫 재판에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