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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미국 대통령 두 후보, 오바마 - 매케인

이경희330 2008. 7. 11. 23:56

미국 대통령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간 본선대결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쟁점도 점차 구체화,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남자'라는 사실 빼고는 공통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오바마와 매케인은 각종 정책과 현안 대응책에 있어서도 `극과극'이라는 평가가 뒤따를 정도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때문에 이번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후보 간에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거 핵심쟁점, 이라크전에서 경제로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번 미국 대선의 최대 쟁점은 이라크전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고유가, 부동산 시장 침체, 신용위기 등으로 미국 경제가 불황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문제가 주요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마침내 오바마 진영은 지난 1992년 대선 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현 부시 행정부의 경제실정을 부각시키고 `매케인 집권=부시 3기'라며 부시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를 매케인에게 덧칠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에 맞서 매케인 진영은 정작 미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바마라며 오바마의 경륜부족을 집중 언급, 오바마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두 진영은 통상정책과 세금문제, 에너지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통상정책과 관련, 오바마는 미국 내 일자리 감소, 무역적자 심화 등 미국 경제난의 근본원인을 자유무역 탓으로 돌리며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매케인은 자유무역 확대를 통한 수출확대만이 미국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오바마는 의회 비준동의를 앞두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 체결한 FTA를 반대. 재협상을 요구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이미 발효된 FTA도 손보겠다며 지지세가 약한 블루칼라 유권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매케인은 이미 체결된 FTA를 조속히 비준동의할 것을 의회에 촉구하고 더 많은 나라들과 FTA를 체결, 미국의 농산물과 공산품 수출을 늘리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오바마는 정부가 재원확보를 통해 각종 사회문제에 더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이른바 `일하는 정부론'을 강조, 세금인하에 반대하고 있으나 매케인은 오바마가 사회보장제, 자본이득세, 배당세 등 각종 세금을 높게 올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도 세금을 높게 부과할 것이라며 역공을 벌이고 있다.
매케인 진영은 오바마가 그동안 94차례나 세금을 인상하는 법안에 찬성했다며 오바마의 선거구호인 `믿을 수 있는 변화'를 패러디해 `용납할 수 없는 변화'라고 공격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 오바마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이 석유회사들의 배만 채워왔다며 자전거를 타고 유세를 벌이는 등 고유가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반면에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의 연근해 석유시추 금지해제 방침에 대해 당초 입장을 바꿔 지지하며 오바마와 차별화하고 있다.

이라크전, 무시할 수 없는 쟁점

특히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는 상반된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내 놓고 있다.
애초부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온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곧바로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착수, 18개월 내에 이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인 반면에 베트남전 당시 5년간 포로생활을 한 매케인은 이라크 미군의 조기 철수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이 명분도 없이 이라크에 미군 주둔을 영구화하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매케인은 차기 대통령의 4년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뒤 미군을 철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기적인 철군일정표를 제시했다.

인종문제, 투표율, 제3후보 등 변수 많아

이번 대선은 후보 간에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만큼 여러 변수들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대선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주목할 변수는 투표율. 이번 대선은 흑과백 인종대결은 물론, 세대대결의 성격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역대선거를 보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저조하고, 흑인들의 투표율이 낮았다는 점에서 투표율이 높을 경우 매케인보다 오바마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종문제가 어느 정도 작용하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들의 `오바마 쏠림 현상'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인종문제가 부각돼 백인들이 백인인 매케인에게 표를 몰아줄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대통령에 도전하는 오바마의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그 만큼 높아지게 된다.
미국 인구에서 백인 비율이 약 60% 차지하는 반면, 흑인 비율은 15%를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흑인들에 대해 경쟁관계를 갖고 있는 히스패닉계의 선택도 주목된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힐러리 상원의원에게 많은 지지를 보냈던 백인 여성표의 향배도 관심대상이다. 오바마나 매케인이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여성을 지명할 지 관심을 끄는 것도 백인 여성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대선에는 친공화당 성향의 봅 바 전 연방하원의원이 자유당 후보로, 친민주당 성향인 랠프 네이더가 무소속 후보로 나선다는 점에서 이들이 양당 지지층을 얼마나 잠식하고 득표할 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주(州)별로 할당된 선거인단을 승자가 독식하는 현행 선거제도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0년 대선 때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을 때처럼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더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는 뒤져 대권을 놓칠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sundayjournal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