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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에 선 ‘노무현 발명품’, 이지원 시스템..참여정부 자랑거리,하지만 자료 유출 도구로 지목돼 ‘수난’

이경희330 2008. 7. 17. 16:12
안성모 asm@sisapress.com
   
▲ 지난 2005년 2월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이지원 시스템 설명회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 간 청와대 자료 유출 공방이 가열되면서 청와대 업무 관리 시스템이었던 ‘이지원(e知園)’이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측이 지난 1월 ‘유령회사’ 명의로 별도의 이지원 시스템을 구입한 후 이를 내부 문서 유출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정원 ‘녹지원’에서 이름을 딴 이지원은 ‘디지털 지식 정원’이라는 뜻을 지녔다. 업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내부 전산망 운영 체계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공한 발명품으로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는 국유특허를 취득했다. 개발은 삼성SDS가 맡았다.

2003년 3월 게시판 위주로 주요 정보를 제공하는 그룹 웨어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는 같은 해 11월 업무일지 기록 방식 중심의 초기 버전 이지원을 개설했다. 이후 문서 관리 시스템, 과제 관리 시스템 등을 차례로 구축하면서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는 이지원을 통해 모든 업무 내용과 문서, 자료 등을 처리해 업무 과정과 추진 실적을 표준화된 일지 형식으로 기록하고 통합 관리했다.

2005년 2월23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이지원은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주목을 받았다. 가령 어떤 정책이 대통령에게 보고될 경우 누가 처음 정책을 입안했는지, 중간 결재자들의 의견은 무엇인지, 관련 부처와는 어떤 협의를 거쳤는지, 이 과정에서 수정이 되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등 모든 기록이 그대로 남는다.

모든 의사 결정 과정 수록…정책 실명제 자연스럽게 실현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한 후 지시 사항을 내려보낼 때에도 중간 결재자들의 보완 지시가 함께 실무자에게 전달된다. 이 모든 과정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 관리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이지원의 도입으로 의사 결정이 빨라지는 한편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알 수 있어 정책 실명제를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었다.

또 다른 장점은 정보 수집·분석, 의제 관리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정책 과제별로 업무의 인수 인계가 수월하다는 점이었다. 당시 브리핑을 통해 이지원을 소개한 강영태 업무혁신비서관은 “국가의 정책 결정 기록의 모든 것이 이 시스템에 그대로 남아서 하나의 국가 지식 자산이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인수위원회에서 인수받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내다보았다.

노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이지원에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청와대에서 이지원을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유저가 노 전 대통령이었다. 당시 ‘청와대 브리핑’에 올라온 노 전 대통령의 하루 일과를 담은 글을 보면 이지원이 청와대 일상에 얼마나 밀접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아침에 일어나 이지원에 접속해 일정을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후 각 수석실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검토했다. 보고서는 단순 참고, 반드시 열람, 지시 필요 등 처분 용도를 달아 놓아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두며 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스템 개편해 ‘위민’으로 개명

보고서를 다 읽은 노 전 대통령은 지시 사항이나 의견을 달아 발송자에게 되돌려 보냈다. 답신을 받은 발송자는 때로는 칭찬에 으쓱해지기도 하고, 호된 질책에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다. 보고서의 디지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비서진은 “반드시 문서 관리 카드를 사용하라”는 대통령의 엄명에 한때 고충을 겪어야 했다. 대통령부터 이지원을 켜며 하루를 시작해 이지원을 끄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할 정도로 이지원은 노무현 정부가 자랑해온 업무 혁신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노무현 정부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던 이지원은 자료 유출의 도구로 지목되는 ‘수난’을 겪게 되었다. 앞서 지난 5월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이 시스템을 개편해 이름도 ‘위민(爲民)’으로 바꾸었다. 청와대는 전 달에 있은 해킹 사건을 계기로 보안 기능을 강화하고 디자인도 새롭게 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 정부의 색깔 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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