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MB)이 돌아왔다. 이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안전과 신뢰, 법치를 내세우면서 향후 국정운영의 강경 드라이브를 예고했다. ‘실패한 6개월’에 마침표를 찍고, 초심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마이 웨이’의 천명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잠시 주춤했지만 뒷걸음질치지 않는다”는 등 중간 중간 ‘역사’를 거론하며 실천 의지를 다졌다. 며칠 전에도 이 대통령은 “너무 서둘렀을 뿐 우리가 추진한 정책 중 크게 잘못된 것은 없다”며 내각을 다잡았다는 전언이다. 국정을 다시 추스르되 변화가 아닌 복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얘기다. 기세가 워낙 거세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의 ‘오버’를 우려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 6개월간 수세에 몰렸다 올림픽 이후 강경 일변도의 정국 운영을 예고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대반전 카드를 짚어봤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촛불 정국 때 10%까지 떨어졌던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율은 최근 일부 일부 여론조사에서 30%까지 반등했다. 불과 1개월만에 두 배가 넘는 지지율 반등을 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베이징올림픽을 꼽는다.
올림픽 특수
과거 정권에서도 큰 국제스포츠 대회 때면 어김없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때 김영삼 대통령이 그랬고, 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때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다. 이명박 대통령도 올림픽 특수를 누리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정권은 호기를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으로 이용했다.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낸 올림픽 특수를 이용해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를 계기로 극우 보수층을 결집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간 극우 보수가 이 대통령을 질타한 것은 촛불정국에 대한 타협적 대응이라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촛불은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한 좌파정권의 한풀이요, ‘국민과의 눈높이’ 맞추기는 항복이라는 게 극우 보수세력의 인식이다. 동시에 ‘법치를 세우라’는 주문은 촛불시위를 강경 진압하라는 촉구였고, 타협하지 말라는 ‘지상명령’이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리멸렬한 데다 거대 보수언론들이 응원하고 나선 마당이니 지지율 반등은 당연한 이치다. 청와대도 지지율 반등의 원인중 하나가 올림픽이라는데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반짝 상승이라는 의견에는 반박한다. 청와대에서는 그 동안의 지지율 하락이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였지 근본적인 정책 실패는 아니라고 해석한다. 광복절을 전후해서 이 대통령과 정권 실세들의 말에 잘 나타나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앞으로는 웬만해서는 국정운영의 일정과 계획을 변경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예전의 'MB다움'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일련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에서 터지고 있는 사건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감사원과 검찰을 내세워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을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한 야당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장관 3명의 임명을 강행했고, 북한과의 관계 악화가 눈에 보이는 데도 한미정상회담 성명서에 '북한 인권문제를 포함시켰다. 또 반대측의 반발과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先) 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표명한 것과 지난 11일 공기업선진화 방안의 1단계 조치를 발표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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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바람도 한 몫
최근 여의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사정바람도 이 대통령이 내비치고 있는 자신감의 바탕이다. 9월 이후 본격적인 사정바람을 통해 전 정권의 비리를 들춰내면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권에서만 돌던 각종 ‘설’과 ‘괴담’은 이제 야권에서도 무성하다. ‘언니 게이트’, ‘유한열 사건’ 등 여권의 비리사건은 실은 야권 사정을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사정설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검찰의 병원 인·허가 로비 의혹과 관련한 김재윤 의원에 대한 소환통보를 야권 사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천명한 비리 관련자 엄단 방침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여의도에선 이미 ‘미확인 루머’가 여러 갈래로 떠돌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진억 전북 임실군수가 “민주당 지도부에 구명로비 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했다”든지, “열린우리당 시절 친노 실세 의원에 대한 검찰의 내사가 마무리 단계”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뿐이 아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 헌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가 예고된 상태다. 친박연대 역시 공천 헌금 문제로 서청원 대표와 양정례·김노식 의원이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여권 인사는 “지난 정권과 관련해서도 뭔가 큰 게 곧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각료인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일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국세청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이 소유한 태광실업과 정상컨트리클럽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 세무조사는 지난 2006년 휴캠스 헐값 매각 의혹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상황에 따라서는 노 전 대통령까지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검찰의 공기업 비리 수사에서 참여정부 고위 인사들이 개입된 혐의가 포착됐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여권에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대한 수사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권 핵심 인사는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 펀드 중 상당부분이 국내자금이고 그 중에는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비리 사건에 이어 민주당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0년 정권의 적폐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차명진 대변인)며 일단 반기면서도 찜찜한 표정이다. 전례에 비춰볼 때 정치권 사정이 진행된다면 여야간 형평성이 고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당 안팎에서 공천심사에 관여했던 한 인사의 10억원 수수설이 떠돌고 있는 터다. 여권 관계자는 “유한열 사건과 관련해서도 몇몇 사람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전 가능할까
하지만 청와대의 자신감과는 달리 최근 정국을 볼 때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의 의지와는 별개로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최근 악재와 설화가 잇따르면서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8.15 대사면은 법질서와 국민화합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선데이저널 653호 보도) 실제로 사면 이후 여론을 급속도로 악화됐다. 최근 인사에 대한 비판도 부쪽 작아지고 있다. 특히 `회전문·보은 인사`는 국민 신뢰를 떨어뜨려 장기적으로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기보다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가상승과 고환율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던 최중경 기획재정부 1차관이 아시아 주요 국가의 공관장으로 내정됐다. 이를 두고 7.7개각이 단행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보은인사라는 비난이 여전하다. 쇠고기 사태 등 국정운영의 책임을 물어 6월 물러난 김중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특임 공관장 임명 또한 마찬가지.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까지 장관급인 미래기획위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비판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도 뭇매를 맞고 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정몽준 최고위원이 "공기업 개혁과 선진화, 이것은 이명박 정부의 제일 중요한 아젠다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할 정도다. 이명박 정부가 겉으로 선진화를 표방하고, 감사원 등을 통해 공기업 방만 경영을 질타하면서도 한편으로 `제식구 챙기기`에 나서면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기업 개혁의지가 낙선·낙천한 MB맨들의 포진으로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용학 전 의원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에, 부산 사상구로 출마했다 낙천한 한나라당 정광윤 전 의원은 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동해·삼척에 신청했다 낙천한 이이재 전 의원은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으로 내려앉았다. 낙하산 시비는 언론 부문에서 이미 쟁점화됐고, 문화관광, 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종 시빗거리를 낳고 있다.
‘사르코지 지지율 반전’에 자신감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사르코지와 닮은 꼴 대통령으로 비유됐다. 좌파(진보)세력의 강력한 도전을 물리치고 비슷한 시기에 당선된 우파(보수) 대통령인데다 강력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친기업에 친미노선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비슷한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됐다. 특히 한동안 바닥을 헤매던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지난 6월 이후 반전된 것을 놓고 청와대 일각에서는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사르코지는 튀는 언행과 사생활 탓에 최임초 65%에 이르던 지지율이 20%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이것 역시 취임초 쇠고기파동으로 인기가 급락했던 이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그러나 지난 6월 이후 사르코지의 지지율이 40%대로 급반전했다. 1년여간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개혁정책을 추진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최근 “반대파의 저항과 지지율 추락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일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모습에서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대통령도 최근에는 지지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르코지의 지지율 회복의 겉만 보고 핵심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최근 사르코지가 1년여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던 동력에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리더십의 방향은 인사문제에서 도드라진다. 우파인 사르코지는 당내 정적인 시라크 계열의 수장격인 쟝 프랑수아 코페를 의원대표로 임명했고 내무부와 보건부장관에도 시라크 계열을 등용했다. 이들은 당내 화합을 이루는 중심축이 됐다. 심지어 외교부와 문화부장관에는 좌파인 베르나르 크슈너와 쟈크 랑을 기용, 유럽연합 내 외교적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당내 정적이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대표를 포용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불도저식 추진력’ 뿐만 아니라, ‘통합과 절제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지지율 회복의 관건인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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