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과학전문잡지 <네이처>가 인터넷판에 '점차 강해지는 한국의 운하 프로젝트 반대 움직임, 야심찬 대운하 계획에 반대의견 봇물 일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주장을 상세히 실어 한반도 대운하 비판 여론이 국제사회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실린 이 기사는 미국과 한국에 있는 생태학자들과의 한반도 대운하 관련 이메일 인터뷰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게재됐다. 인터뷰에 참여한 생태학자들은 미국 델라웨어대 유경수 교수, 미국 조지메이슨대 안창우 교수, 캘리포니아 버클리주립대 박사과정생 류영렬씨, 아이오와주립대 박사과정생 김동길씨 등 여섯 명.
이들은 미국 네바다대 박사후과정 고동욱씨와 델라웨어대 토양학과 및 지질학과 조교수 유경수씨가 지난 1월 블로그와 이메일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젊은 생태학자들에게 대운하 건설시 생태적 영향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연구를 시작했다. 다음은 <네이처>에 실린 기사 번역 전문.
제목: 점차 강해지는 한국의 운하 프로젝트 반대 움직임: 야심찬 대운하 계획에 반대의견 봇물 일어(Korean waterway project gathers opposition, Flood of complaints hits ambitious canal plan)
리포터: 데이비드 시라노스키(David Cyranoski)
한국의 주요 강을 연결하려는 신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에 한국 내외의 과학자, 경제학자 그리고 환경론자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2월 25일 취임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의 모든 주요 강을 운하로 연결하는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줄기차게 추진해 왔다.
대운하 프로젝트 구간 중 유일하게 알려진 계획은 한국의 가장 큰 두 강인 한강과 낙동강을 여러 개의 댐과 보를 통해 연결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540 km 길이의 운하는 북쪽에 위치한 한국 최대의 도시 서울과 남동쪽에 있는 한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연결하여 바지선이 운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구상은 그 첫단계에서부터 거센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홈페이지에는 내륙 도시인 대구를 번창하는 무역항으로 변화시키는 등, 대운하 건설이 가져올 여러 이익이 나열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조원(약 140억 달러)에 달하는 공사 비용 중 반은 민간 투자로, 나머지 반은 공사 과정에서 채취한 골재를 팔아 충당될 것이라고 한다. "세금은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획기적인 물류비용 절감, 교통 비용 절감, 홍수 예방, 수질 및 환경 개선, 관광 유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 홈페이지는 소개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운하의 건설 비용이 예상을 넘을 것이며, 지역에 따라 홍수를 유발하고, 멸종 위기 생물종의 서식지를 파괴할 것이며, 별다른 경제적 편익조차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국 대학 교수 연합체는 다음주 초 대운하 계획에 반대하는 공식 의견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네이처> 뉴스에 밝혔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토사 이동 전문가인 유경수는 대운하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대운하가 영향을 끼칠 유역의 규모는 남한 총면적의 반이 넘는 50,000 km^2에 달한다. 유교수는 수계의 토양 침식으로 매 10년마다 평균 80cm의 토사가 운하에 퇴적됨으로써 홍수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운하의 일부 구간이 10년이 아니라 심지어 1년 안에 퇴적물로 막혀버려도 놀랄 일은 아닐 겁니다."
강 하류의 삼각주 지역도 퇴적물의 공급을 받지 못하게 될텐데, 이로 인한 문제를 중국 삼협댐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미국 조지메이슨 대학의 습지 생태학자 안창우 교수는 지난 100년간 일리노이와 미시시피강 상류에서상류에서 수많은 댐과 둑을 건설함으로 인해 범람원이 파괴됨에 따라 야기된 결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미국 정부는 매년 수백만불을 들여 범람원의 야생동물 보호지를 관리하고 철새의 먹이가 되는 특정 식물들을 길러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예전의 자연적인 강의 흐름에서라면 모두 저절로 이루어지던 일이었습니다".
대운하는 야생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주립대에서 생태계 생태학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생 류영렬은 대운하 건설로 인해 서식처 파괴, 외래종 유입 및 확산 가능성, 고유종의 사멸 가능성등을 제시하며 결과적으로 종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운하 운송을 통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운하 건설 과정에서 식생 및 다른 탄소 흡수원이 사라짐에 따라 그 효과는 상쇄될 것이라고 아이오와 주립대 박사과정생 김동길은 주장한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는 14조라는 건설비용은 침수지역의 이주 비용처럼 명백하게 필요한 비용조차 빼고 계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총 비용은 40-50 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제학자인 한양대학교 홍종호 교수 또한 경제적 편익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운하 찬성측 전문가들이 내놓은 화물 수송, 관광,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그리고 환경 개선등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에 대한 추계는 모두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독립적인 연구 기관을 통한 철저한 검토를 요구하면서, 이 작업이 3-5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의 일정을 맞출 수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업 시행 일자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대통령은 자신의 5년 임기 안에 이 사업을 완성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운하 반대측은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겨주는 것만이 이 사업의 시행을 막을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3월 10일, 서울대학교 교수 381명은 운하에 반대하기 위해 모임을 구성했다. 홍종호 교수는 "이대통령과 새 정부는 운하에 대한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운하에 대해 언급하기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운하 사업을 강조할 경우 다가오는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총선이 끝나고 나면 이 정권은 운하건설을 용이하게 만들 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것으로 많은 사람은 예상하고 있는데, 이것이 아마도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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