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이슈 부채질

<"남자가 임신?"..美성전환남성 7월 출산>

이경희330 2008. 3. 28. 01:03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임신한 남자가 된 기분이 어떻냐고요? 정말 굉장해요!"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출산하는 남자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1994년작 영화 '주니어'를 연상시키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26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미 동성애잡지인 '디 애드버케이트' 최신호를 인용, 오리건주(州) 벤드시(市)에 사는 토머스 비티라는 남성이 임신에 성공해 오는 7월초 딸을 출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원래 '트레이시 래건디노'란 이름의 여성이었던 비티는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받아 현재는 법적으로 남성이며, 10년 전 정상적인 여성인 낸시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랬던 그가 임신을 결심한 것은 아내 낸시가 자궁적출 수술을 받아 임신이 불가능하기 때문.

   반면 비티는 과거 성확정 수술 당시 자궁 등 여성 고유의 기관을 제거하지 않아 임신이 가능했다.

   "불임은 성확정의 필수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난 가슴 재성형과 남성호르몬 요법을 받으면서도 생식(生殖)의 권리를 유지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임신을 위해 남성호르몬 투여도 중단했다는 비티는 "생물학적 자손을 갖고자 하는 건 남녀를 불문한 인간의 욕구"라면서도 "내가 마지막으로 생리를 했던 건 거의 8년 전이라 이번 결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사들과 주변의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도 많았다.

   정자은행에서 제공받은 정자로 임신을 시도한 비티는 "의사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시술을 거절하는 등 우리 부부를 차별했는가 하면 의료보장 전문가들은 날 여자로 취급하고 낸시를 내 아내로 인정하길 거부했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한 의사는 그에게 수염을 깎을 것을 요구했고, 자궁외 임신으로 첫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로부터 "차라리 잘됐다. 어떤 괴물이 나왔을지 어떻게 아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비티는 두번째 임신 시도에 성공해 오는 7월3일 건강한 딸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다스-시나이 메디컬 센터의 산과의(産科醫) 리사 매스터슨 박사는 성전환 남성은 여성 기관을 모두 갖추고 있기에 이번이 최초로 남성이 임신한 사례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매스터슨 박사는 그러나 이들이 임신기에 남성호르몬을 투여할 경우 여자아기에게 남성적 특성이 나타나는 등 특수한 건강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주의를 촉구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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