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兆: 먹물의 곡학아세와 패거리의 떼법
성리학밖에 몰랐던 조선의 먹물들은 배우면 배울수록 더 강퍅해지고 더 우둔해졌다. 그들은 지위가 올라갈수록 가렴주구의 장기가 빛났고 안보불감증의 고질병이 깊어갔다. 오늘날의 먹물들은 교수와 언론인과 고시(考試)족이다. 이들은 조선의 예법 대신 민주와 평화와 통일과 정의와 평등을 귀신으로 섬긴다. 이들의 특기는 욕이요, 취미는 냉소요, 포부는 정치다.
조선의 먹물들이 붕당을 지어 국익의 미명 하에 붕당의 이권을 영속시켰듯이, 오늘날의 먹물들은 학회, 향우회, 동창회, 시민단체, 노조, 시민단체, 정당 등 각종 단체를 만들거나 주도하거나 접수하여 국익과 민생의 미명하에 패거리의 이익을 쟁취하고 유지하고 확산한다. 조선의 먹물들이 꼭두각시 임금을 내세우고 수렴청정했듯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먹물들은 얼굴마담 대통령을 내세우고 각종 곡학아세법을 제정하여 합법적으로 나라를 말아먹고 공공연하게 국민을 괴롭혔다.
그 전에 이들의 감언이설에 홀딱 넘어간 자들이 무시무시 패거리를 지어 시도 때도 없이 떼법을 강요했다. 이들 패거리는 전국 어디나 달려가 안하무인 경찰도 패고 군인도 때렸다. 그들은 어디서 경비를 마련했는지 엄청 큰 바다를 건너 외국에도 갔는데, 거기서는 양처럼 순하고 병아리처럼 귀엽게, 나란히 오와 열을 맞추어 삐약삐약 소리만 내고 왔다.
나라의 얼굴마담은 그 때마다 어정쩡한 태도와 모호한 말로 깽판을 모른 척했고, 먹물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곡학아세법을 진상하여 얼굴마담의 뜨거운 가슴에 역사적 사명감을 불러일으켰다. 고약한 악법과 악랄한 규제가 이렇게 양산되었다. 이런 악법과 규제일수록 법철학은 거창하기만 하다. 그 철학대로라면 지상낙원이 도래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도리어 이전의 갈등은 더 커지고 새로운 갈등은 비온 뒤의 잡초처럼 마구 생겨난다.
급기야 안보의 초석이 되는 법을 폐지하고 교육의 버팀목이 되는 법마저 유린하려 들었다. 국가보안법은 제1야당의 거센 반발로 간신히 지켰으나 이미 오래 전에 유명무실해졌고, 사학법은 제1야당의 길거리 투쟁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어용 언론법과 매국 과거사법은 어깨와 주먹과 고함과 거수기로 기어코 통과되어, 친북좌파 먹물들의 입을 귀밑까지 찢었다.
교수와 언론인은 한국에서 과대평가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학문을 숭상하는 전통 때문이다. 엎어지면 코 닿는 일본에선 역사상 학자 출신으로 대신이 된 사람이 단 두 사람밖에 없다. 길비(吉備眞備 기비)와 관원(菅原道眞 스가와라)이 각각 8세기와 9세기에 우대신(右大臣)에 올랐을 뿐, 모름지기 일본의 정치는 군인의 몫이었다. 17세기에 유학자인 신정(新井白石 아라이)이 여러 정치개혁을 주도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장군(쇼군)의 어릴 적 스승으로서 고문 역할에 그쳤을 따름이다.
학자나 언론인은 말은 번드레하지만,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각양각색인 사람을 선생님 말씀이면 깜박 죽는 초등학교 1학년 또는 소대장이 깃발만 들면 졸졸 따라오는 졸병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부분에는 강하지만 전체에는 약하고, 입씨름에는 강하지만 실천에는 약하다. 따라서 반드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고시족도 문제가 많다. 그들은 조선시대 과거 급제자가 사서오경을 달달 외웠듯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고 내일의 부귀영화를 위해 법전을 달달 외운 인내력이 유독 빼어날 뿐 눈부시게 정보와 지식이 쏟아지는 현대사회를 따라가기가 아주 힘들다. 배움이 도리어 방해가 된다. 이들은 대체로 육법전서의 시제인 과거에 집착한다. 현재도 미래도 모른다. 암기력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쓸데없이 콧대만 높다. 배운 바보다. 이들도 반드시 검증 받아야 하고 재교육 받아야 한다. 외국에 2년 정도 유학하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기업과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에 파견되어 현재와 미래를 배워야 한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나 언론인, 심지어 연예인이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의 칭찬을 들으며 장관이 되고 수석이 되고 차관이 된다? 이건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수 출신이 중용되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미국도 반드시 정부의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한다든지, 과장 정도의 직급에서 차근차근 올라간다든지 하여 이론과 현실을 접목시키는 능력을 검증 받은 후에 높은 자리에 등용된다.
당연히 세계 13위 강대국인 한국도 그래야 된다. 전세계 공무원 중에 싱가포르 공무원이 가장 경쟁력이 높은데, 그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기른 인재들이다. 전국 학생의 성적을 일렬로 세운 다음 상위 3%는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을 시킨다. 이들은 대학은 무조건 이과로 가야 한다. 문과 갈 자격이 없다. 대신 굳이 문과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원에서 하면 된다. 대학공부도 유학도 정부서 다 무료로 시켜준다. 전원 국가 장학생이다. 최상위 학생은 장교 훈련을 받고 일정기간 군복무도 한다. 이들은 성적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탈락하고 도덕적 흠결이 있어도 바로 생매장된다. 대신 공무원이 되면, 세계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르고 그들의 겸손은 땅도 움직인다. 신라의 화랑처럼 싱가포르의 최우수 학생은 국가의 동량이다.
이명박 정부는 교수 정부다. 언론인 정부다. 고시족 정부다. 거기에 군 면제자 정부요, 강부자 정부다. 도덕성이 국민의 평균 수준도 안 된다. 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한반도 유일합법 국가에 이념도 없고, 현장 지식이 태부족한 정부에 말뿐 실은 실용도 없다. 검증 받지 않은 교수와 언론인이 실용을 알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보 홍수시대에 너덜너덜 교과서와 누르죽죽 기자수첩을 들여다보며, 연일 터지는 사건사고에 웅성웅성 소문과 솔깃 귓속말을 믿고 연방 개탄하고 연신 짜증낸다. 이명박 정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청계천에서 대형 유전이 터지길 고대하는 격이요, 한강에서 집채만한 고래가 잡히길 소망하는 격이다.
참고로 곡학아세법과 떼법이 아예 발도 못 붙이는 싱가포르는 인구는 한국의 10분이 1도 안 되지만, 2007년 무역흑자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361억 달러다. 더욱 부러운 것은 싱가포르는 서비스 부문의 발달로 무역 외 수지에서도 약 100억 달러 흑자다. 그래서 경상흑자가 463억 달러다. 반면에 한국은 무역 외 수지가 약 80억 달러 적자다. 기껏 물건 팔고는 여기서 다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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