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교수 강의에 대해서 학생들이 매긴 점수를 공개하는 게 좋은지, 요즘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흐름은 공개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방법이 좀 더 치밀해야 한다는 지적들을 하고 있습니다.
남상호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은 어젯밤 경영 전문대학원, 즉 MBA 수업에 대한 강의 평가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작년 MBA 과정을 담당한 교수와 강의 과목, 그리고 학생들이 스스로 수업에 얼마나 흥미를 느꼈는지를 평가한 A문항과, 수업이 질적으로 어느정도 인지를 평가한 B문항의 점수 평균이 적혀있습니다.
이런 평가 공개를 가르치는 교수나 수업을 받는 학생이나 모두 별 무리가 없는걸로 받아들였습니다.
주로 실용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강의이기 때문에 강의의 특성을 우선 아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거로 보입니다.
● 이필상 교수 (고려대학교 경영대) : "전문적이고 배우고 싶은 지식을 배우러 오기 때문에 MBA는 수요자들의 평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 니콜라이 (고려대 MBA 학생) : "실제 수업에 참여한 교수와 학생들이 그 수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이미 서울대는 2006년 8월부터 MBA 과정에 대해서 강의 평가를 공개하고 있고, 연세대 MBA도 올해 1학기가 끝나고나면 학생들의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가 교수에 대한 평가 공개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 외국은 오래전부터 시행해왔습니다.
외국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입니다.
미국 테네시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 평가는 물론 학점 분포까지 담긴 최근 몇 년간의 강의 정보를 백서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공개합니다.
미국 스탠포드나 버클리, 노스웨스턴 대학같은 경우도 웹사이트를 통해 이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어떤 소감을 남겼는지까지 볼 수 있습니다.
이런데도 우리나라에선 학부 과정 전반에서 교수들의 강의 평가를 공개하는 것은 아직은 논란거리입니다.
얼마 전 동국대는 지난 학기의 수업 전체에 대한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서강대도 강의 평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대학들도 대학가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동국대만 해도 강의 평가는 당연하다는 입장입니다.
● 오영교 총장 (동국대학교) : "랭킹이 높은 대학들은 강의 평가 공개하고있고,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계속 높다."
하지만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장시기 교수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 "평가는 받겠지만, 이런 식으로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수업정보를 알려주고, 수업의 질을 높인다는, 평가 공개의 대전제는 학교측이나 교수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와 공개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교수들은 지적합니다.
과목의 특성에 따라 평가 기준을 만들고 점수를 매겨야 하는데 모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점수를 매기고 일괄적으로 공개하면 불합리하다는 겁니다.
또 수업 평가가 인기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합니다.
● 장하성 경영대학장 (고려대학교) : "전문 대학원은 그럴 염려가 적지만, 교양과목 평가에 점수를 매기면 미인대회식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를 맡기느냐 마느냐를 두고 대학사회가 한차례 홍역을 앓았던 게 불과 7,8년 전입니다.
평가의 취지는 좋다고 하지만 평가와 공개 방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지 않을 경우 또 한 차례 진통을 겪다가 결국 학교측이나 교수들 모두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 뉴스 남상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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