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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의 ‘특수목적고 우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1단계 전형에서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

이경희330 2008. 10. 29. 13:17
고려대 수시, 영어·등급조정이 당락 바꿨나
"영어성적 기재한 비교과영역이 교과성적 차 뒤집어"
내신 등급 조정한 ‘고려대式 성적산출법’도 도마 위
대교협 “고려대 해명 받아 고교등급제 여부 판단”
고려대의 ‘특수목적고 우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1단계 전형에서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시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논란은 내신등급이 더 높은 일반고 학생이 떨어지고, 등급이 낮은 특목고 수험생이 합격했다는 데서 불거졌다. 특히 동일한 고교에서도 지원자 간 내신 점수 차가 뒤집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먼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비교과 영역이다. 고려대는 이번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교과영역 90%·비교과영역 10%를 반영, 1단계에서 17배수를 선발했다. 수험생 등은 이 과정에서 이른바 ‘내신 뒤집기’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수험생 서모군은 “나는 2점 중반 정도의 등급으로 떨어졌는데, 외고에서 3점대 등급을 가진 사람이 합격한 것을 봤다”며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비교과영역은 학생부에 기재된 △출결 △수상실적 △자격증 및 인증 △창의재량활동 △특별활동 △세부능력 특기사항 △봉사활동 등 10개 항목을 평가한다. 고려대 이정석 입학관리팀장은 “수험생들이 몰린 인기학과의 경우 교과영역에서는 차이가 적었던 반면 오히려 비교과영역에서 변별력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교과영역에서 상위등급을 가진 학생이 비교과영역에서 밀렸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교 교사들은 학생부 비교과영역에 기재되는 공인영어성적(토익, 토플, 텝스)이 교과 성적을 뒤집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한 고교 교사는 고려대 게시판에 “내신차이가 1.2등급 이상 벌어지는 학생들이 동일한 학교에서 동일한 학과를 지원했는데 더 낮은 등급의 학생이 합격했다”며 “고려대가 비교과 영역의 반영방법을 비밀로 해놓고 토익, 토플, 텝스 성적으로 교과 성적을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영어성적에 과도한 가산점을 부여해 특정 고교에 혜택을 줬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는 “비교과영역은 10개 항목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에 공인영어성적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과영역 900점 만점에 895점이 기본점수였다고 주장하지만, 서태열 입학처장은 “교과영역(90%)·비교과영역(10%)을 합해 총 500점 만점에 내신 실질반영비율은 20% 내외였다”며 “기본점수 895점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고려대의 ‘교과영역 성적산출 방법’이다. 일부 수험생과 고교 교사들은 고려대가 특목고 출신을 우대하기 위해 교과성적을 가공했다고 주장한다.

고려대는 학교마다 내신성적의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교과성적을 자체 기준에 따라 보정(補正)한다. 전 입학처장인 박유성 통계학과 교수가 2006년 보직을 맡으면서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박 교수는 “표준편차가 지나치게 낮은 데는 변별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등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었다”며 “예를 들어 평균점수가 60점인데 59점이 최하위고, 61점이 최상위 성적이라면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성적산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열 입학처장도 ‘미세한 범위 내에서 (지원자들의) 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특목고와 일반고에 똑같이 적용했고, 성적산출방식을 미리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 밝혔다.

그러나 고려대의 사정방식은 통계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한 고교 교사는 고려대의 내신산출 방식을 이용해 우리 학교 지원자들의 점수를 내려고 했지만, 3단계 변수인 k 값이 무엇인지 몰라 포기했다고 말한다.

고려대는 고교마다 시험문제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과목별 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상수 값 α와 k 값을 활용했다. α값은 ‘등급 조정 범위’를 뜻하고, k값은 ‘얼마나 조정할 것이냐’를 결정한다. 총 지원자 중 몇%를 조정대상에 넣을 것인지를 정하고, 얼마만큼 등급을 조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런 방식은 지난해에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다단계 전형을 실시하지 않았다. 올해처럼 1단계에서 17배수로 지원자를 거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수시에선 내신 성적과 논술고사 성적을 종합해 합격자를 발표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도 작았다.

아울러 당초 1단계서 15배수를 선발하기로 했다가 17배수로 높인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특목고 학생들을 더 많이 선발하기 위해 1단계 선발인원을 늘려 잡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이정석 입학관리팀장은 “작년에는 지원자가 너무 많이 몰려 논술고사를 치르는 데 문제가 있어 1단계에서 15배수를 거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단계서 선발인원을 늘린 것에 대해서는 “입학설명회를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배수 제한에 대한 항의가 있었고, 논술시험을 합리적으로 치를 수 있는 최대 선이 17배수라는 판단 하에 지난 7월 22일자로 변경했다”고 해명했다.

공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옮겨졌다. 대교협은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번 논란에 대한 고려대측의 해명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박종렬 사무총장은 “일단 고려대측에 공식적인 해명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교협 입학전형위원회에서 고려대의 해명서를 검토해 고교등급제 적용여부가 드러나면 대학윤리위원회에서 제재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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