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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틈타 되살아나는 대운하

이경희330 2008. 12. 4. 22:50
정부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정비사업 추진은 사실상 '접었다'고 공언했던 대운하 추진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지난 1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14조원을 투입한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해 '사실상의 대운하 추진이라고 본다'는 의견이 무려 55%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 지난 6월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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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정비 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예산이 잡혀 있으면 빨리 일을 하라"고 한 발언만 봐도 사실상 '이름만 바뀐' 대운하가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또 친이계 중 인사로 유명한 박승환 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입을 열었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 역시 '뱃길 복원'을 명분으로 낙동강, 영산강 하구언 철거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을 대상으로 4년간 모두 14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4조 3000억 원이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 물길을 정비하고 제방을 쌓거나 보강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특히 낙동강 정비에는 작년(1835억 원)의 2.5배 가까운 4469억 원이 배정돼 있다. 4대 강 정비 사업 예산은 오는 8일까지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조율된 후 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전히 원내에선 계수조정소위가 나흘째 파행을 겪는 등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 야당의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3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부·여당이 예산안에 대운하 관련 예산을 대폭 반영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하게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부터 해야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 사업과는 별개로 오래 전부터 기획되어 온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반대 여론을 뒤덮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대운하 추진 위해 국민 여론 움직이기 위한 단체 결성?

지난 5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의 "정부의 4대강 정비계획이 곧 한반도 대운하"라는 고백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당시 김 박사는 "친환경적 친문화적 물길 잇기 기본계획 및 5대강 유역 물관리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미 수자원공사 수도권사무실에서 연구팀을 모아 놓은 별도의 합동사무소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도
  •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 추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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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이 용역의 참여연구자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보안강화 지시를 여러 차례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처사는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반대를 모면하기 위해 '5대강 물관리 종합대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왔다고도 했다.

그런 일례를 상기해볼 때 최근 박승환 전 한나라당 의원이 '4대강 정비 사업'을 두고 '여론수렴과정'이라고 한 발언은 향후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의원은 진수희, 차명진, 강승규, 안홍준 의원 등 한나라당 현직 의원들과 함께 오는 10일 '부국환경포럼'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부국환경포럼에는 지난 해 대선에서 대운하를 지지한 환경.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만큼 내년 초부터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홍보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부의 대운하 추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일종의 '터'를 만들어 놓는 '조직체' 성격이 강하다. 박 전 의원은 '부국환경포럼'의 성격에 대해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순수 '우파환경운동'의 NGO 단체"라고 규정했지만 현직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여하는 점을 봤을 때 정치색을 배제하기에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박 전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나라당 의원의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사업의 제 1단계가 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지금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라며 "정부에서 예산 문제도 그렇고 좀 정확하게 전체의 프로그램을 밝힐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께서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할 수 없다는 말씀을 했지만, 지금 지방에 가보면 대운하든 혹은 치수사업이든 뭘 좀 해서 일자리 좀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높다 "면서 "4대강 정비사업을 함으로써 국민들이 조화롭게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전환이 되면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향후 국민들도 대운하 추진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대운하 카드', 파장이 너무 커 다른 이슈들이 묻힌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혼란에 대한 책임을 '면피'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다시 대운하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그러나 여당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혼란에 대한 책임을 '면피'해보고자 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다시 대운하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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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당 전.현직 의원들 중심으로 최근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지고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경기부양 차원의 대운하 사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추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정몽준 최고위원도 "사실 대운하에 관심은 있다"면서 "앞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볼 기회를 가질 생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친이계 인사인 한나라당 이춘식 의원도 최근 "개인적으로 내수진작을 위한 정부 지출 사업으로 대운하가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3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4대강 수질개선사업은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서 "4대강 수질 개선사업이 운하가 되느냐 안되느냐는 경북 북부에서 소백산맥을 넘어가는게 되면 대운하가 되는 것이다. (수질개선) 사업을 다 해놓고 대다수 사람들이 연결하자고 하면 말자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혀 대운하 구상이 유효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혼란에 대한 책임에 대한 화살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사실상 이름 바뀐 '대운하 카드'를 꺼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측 한 관계자는 "대운하는 지난 대선 캠프 내에서도 '말이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도 "어쨌든 당시 이슈 선점을 하기 위해서 내놓은 것인데 성공했다. 이명박을 안 도와주려면 아예 무시를 했어야 하는데, 되니 안되니 말이 많으니 다른 이슈들이 묻혔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미 안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앞으로도 안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또 '시끄러운 일'이 생기면 대운하에 대한 얘기를 꺼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대운하 추진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