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필상 교수 불안한 은행산업 빅뱅, 경영능력도 없이 몸집만 불린다..

이경희330 2010. 12. 10. 16:04
지배구조 개선 경쟁력 길러야
  •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신한금융을 제치고 국내 3위의 금융그룹이 되었다. 이로써 국내 은행산업은 우리, 국민, 하나, 신한의 4대 지주체제로 바뀌었다. 우리금융이 독자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어 이 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당연히 금융시장은 독과점체제가 되고 있다. 상위 4개 은행의 시장점유율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42%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하나, 외환의 합병을 계기로 83%까지 치솟게 되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그러면 은행의 대형화는 바람직한가. 은행이 대형화하면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동시에 실현하여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대형의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은행들이 자금중개와 위험관리 등 건전한 내부기능과 경영능력이 있을 때 국한되는 논리이다. 우리나라처럼 단순한 예대업무를 주로 하는 은행들에 대형화는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비만을 낳는다. 특히 업무의 쏠림 현상과 치열한 금리경쟁으로 경제 전체를 부실 위기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경쟁력을 가진 미국 은행도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한 후 연쇄부도의 함정에 빠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사실은 대형화의 위험이 얼마나 큰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기업금융과 국제금융이 강한 외환은행이 합쳐지면 서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은행의 국제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와 외환의 단순한 결합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문어발식 확장의 의미가 크다. 소매금융을 함께한다고 해서 기업금융과 국제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또 기업금융과 국제금융을 함께한다고 해서 소매금융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리한 인수자금 조달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에서 모든 금융을 함께 취급함으로써 기존의 전문성마저 떨어져 각 부문이 연쇄적으로 부실화하는 전이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두 은행을 합칠 때 조직문화의 충돌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사실 외환은행은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2003년 론스타가 헐값에 인수할 당시 외환은행은 부실채권이 많아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의 충격 속에서도 9000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냈다. 지난해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도 14.89%로 시중은행들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이는 철저한 전문경영체제 하에 기업금융과 외환 분야의 전문성을 최대한 살렸기 때문이다. 이런 은행이 하나금융 산하에서 어떤 경쟁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한편 은행 대형화의 또 다른 우려는 경영자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은행의 합병은 보통 경영자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은행합병을 연쇄적으로 성사시켜 대형화에 성공하면 경영자는 막강한 은행지배력을 갖는다. 이렇게 되면 경영자의 자의적 의사결정에 따라 은행의 운명이 달라지는 경영위험을 안는다. 심하면 경영자의 전횡으로 부실채권이 양산되고 비리와 부패도 낳는다.

    그렇다면 향후 우리나라 은행들은 내부경쟁력부터 길러야 한다. 또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투명한 전문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다음 단계로 해외 은행을 인수하는 등 국제적 차원의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하나금융은 우선 내부조직 결속과 통합경쟁력을 강화하여 외환은행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다음 효율적인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분산 제거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기르고 해외은행 등을 합병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