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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ᆞ경찰ᆞ국정원ᆞ국세청 수장들 ‘충성’으로 기쁨 주고 사랑받을까 ..어청수 청장만 바늘방석

이경희330 2008. 9. 15. 22:47

   
▲ ‘경찰관 기동대 창설식’에서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시위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호다. 청와대나 정부·여당의 힘도 국민의 영향력을 벗어나서 발휘되기란 어렵다. 하지만 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 등 이른바 ‘4대 권력 기관’의 힘은 당·정·청으로부터 나온다. 바꿔 말하면 이들 권력 기관이 정권을 떠받치는 힘이 되는 것이다. 역대 정권들이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4대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자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첫 4대 권력 기관 수장들은 이채로운 특징을 가지고 시작했다. 모두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발탁된 인사들이라는 점이다. 임채진 검찰총장과 한상률 국세청장은 지난해 11월 나란히 당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올해 2월 내정되었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었지만,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패방지위 및 국가청렴위 사무처장(차관급)과 법무부장관을 지내는 등 요직을 거쳤다. 이를 빗대어 한 보수 성향 언론의 칼럼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5개월이 되어도 힘을 못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정권에서 혜택받은 사람들이 권력 기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통점은 모두 노무현 정권이 발탁한 인물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지금의 현실과 다소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현재 4대 권력 기관의 수장들은 나름대로 치열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로 양산되는 것이 지금의 ‘공안 정국’이라는 지적이다. 권력 기관의 수장들은 어쩔 수 없이 정권 유지의 희생양 혹은 일회용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나서지 않아도 얻어맞고, 너무 나서도 얻어맞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인사로 현재 부각되는 뉴스 메이커는 어청수 경찰청장이다. 어청장은 4대 권력 기관 수장 가운데 이대통령으로부터 가장 확고한 신임을 얻고 있다고 자랑했으나, 오히려 가장 먼저 경질될 위기를 맞고있다. 불교계의 거센 반발이 그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어청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여당 내에서도 눈 밖에 난 모습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조차도 “정국 안정을 위해서라도 어청장을 교체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 출신의 주성영 의원은 “참여정부의 사람인 어청장은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하지 말고 사퇴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의원의 목소리 가운데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주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경남 진주 출신인 어청장은 부산·경남 인맥이 득세한 노무현 정권의 경찰에서 ‘코드 맞추기’로 단물만 맛봤다. 노무현 정권의 언론 정책에 따라 지방경찰청 기자실에 ‘대못’을 박은 장본인이기도 하다”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실제 어청장은 지금 국회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지도부를 만나기 위함이다. “정복을 입고 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사복 입고 정치인 접촉에 왜 그렇게 바쁜가”라는 비아냥이 들려오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성호 국정원장 임명장 수여식을 갖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어청장에 대한 청와대의 신임은 강력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은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목소리로 감지된다. 그는 당 안에서 “경찰의 사기와 공권력의 확립을 위해서라도 어청장의 교체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며 비판론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있다. 노정권의 사람이라고까지 불리는 어청장을 청와대가 이처럼 끝까지 싸고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정 기관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대통령과 어청장의 남다른 인연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청장을 노무현 정부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이대통령과 상당히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경찰 정보 계통에 오래 몸담은 어청장은, 이대통령이 1992년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부터 친분을 쌓아왔다. 이대통령이 1996년 종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 어청장은 종로경찰서 정보과장으로 깊은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3년에는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을 맡으며 접촉했다. 그 전인 2000년 서울 은평경찰서장을 맡을 때에는 이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난 2월 경찰청장 인선을 주도한 MB측에서 이 전 의원이 어청장을 강력히 천거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다시 여권 내부에서 어청장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에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청와대의 핵심 인사가 사견을 전제로 우리들에게 갑자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찬사를 하더라. 뭔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김청장은 차기 경찰청장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다.

경찰의 행보와 맞물려서 주목을 받는 곳이 검찰과 국정원이다. 특히 검찰 쪽의 분위기는 무겁다. “우리 쪽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못마땅한 기류가 그대로 느껴진다”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검찰 주변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임채진 총장의 거취다. 임총장은 무색무취의 성향으로 역대 총장 가운데 가장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검찰 수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임총장의 거취에 대해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삼성 특검 이후 깨끗하게 사퇴를 표명하고 이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는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라고 전했다. “현 정부에서 임총장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느낌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는 것이다.

임채진 검찰총장, 사퇴 타이밍 기다리나

당초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쥘 기관으로는 검찰이 단연 첫손에 꼽혔다. “지난 10년 정권의 각종 의혹과 비리 제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라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막상 검찰의 수사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평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이것저것 건드리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어째 좀…”이라며 슬쩍 웃어넘기는 데서 실망감도 묻어나온다. 검찰 출신인 홍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공권력이 여론의 눈치, 언론사 눈치, 방송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며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하고 나섰다. 자신의 검찰 선배인 임총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좀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피력했다. 일선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이 자리 보전을 위해서 권력의 눈치나 보고 복지부동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리더라. 이는 검찰의 생리를 몰라도 한참 몰라서 하는 소리다. 솔직히 검사가 총장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다소 눈치도 보고 입맛에 맞추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일단 총장에 오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런 것 없다. 임기를 다 채우든 못 채우든 전직 검찰총장의 타이틀은 남는 셈이다. 오히려 굴욕적으로 자리를 지키는 것보다는 명분만 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이 내부의 신망으로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아서나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에서 김종빈 전 총장이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 그 단적인 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보면 임총장 역시 그 명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청주지방검찰청이 청주 수곡동 시대를 마감하고 산남동 새 청사로 이전해 7월16일 준공식을 가졌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충북 기관장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위 왼쪽). 한상률 국세청장이 9월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위 오른쪽).
ⓒ연합뉴스

김성호 국정원장, 대통령 신임 두터워

향후 공안 정국의 주도권은 국정원이 틀어쥐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국정원 역시 홍원내대표 등 정치권으로부터 불만의 표적이 되어 왔다. 일각에서는 ‘이대통령의 관심권에서 벗어났다’라거나 ‘김성호 국정원장이 신임을 잃었다’라는 말들이 떠돌았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정원은 가장 치열하게 지난 10년 정권의 때를 벗기는 작업을 해왔다. 이제 그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앞으로 국정원의 활약이 주도적으로 전개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가 주목하는 인물은 김주성 기조실장이었다.

일각에서는 코오롱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인 그의 이력을 빗대 이상득 의원의 인맥이라고 분류하고 있으나, 실제 그는 이대통령의 강력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발탁되어 인상적인 내부 조직 장악 능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현재 내부 구조 조정 작업도 김실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원장과의 갈등설이 새어나오기도 했으나 국정원측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에 불과하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실제 김원장은 이대통령과 독대를 하면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장은 지난 5월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간첩 보안사범 수사 분야를 강화해 안보 수사 기관 본연의 정체성을 되찾겠다”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정원이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국내 정보 수집 및 분석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한나라당 등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원의 국내 파트가 너무 취약해졌다. 제 기능을 너무 못한다”라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최근의 촛불 정국 등 일련의 정국 불안 현상에 대해서도 이대통령에게 자문을 하는 원로그룹에서는 “KBS 등 방송 언론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것과 함께 국정원 등의 정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 파트와 대북 파트의 수장인 전옥현 1차장과 한기범 3차장이 국정원 내부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인물인 것과는 달리 국내파트를 담당하는 김회선 2차장은 검찰 출신으로 김원장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김원장-김2차장이 실세 라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사정 기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은 이미 범죄 정보 외에는 자체적인 정보 수집 기능을 거의 하지 않고 있고, 경찰과 기무사 역시 방대한 정보 수집 인력을 갖고 있지만 그 전문성이나 깊이 면에서는 국정원을 쫓아가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잃었던 정보 수집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는 것을 급선무로 삼고 있다”라고 전했다.

국세청은 현재의 공안 정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상률 국세청장 또한 이명박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른 권력 기관의 수장과는 달리 국세청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국세청장도 바뀌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한청장에 대한 교체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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