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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조현범, 한국도자기 김영집 사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왜?

이경희330 2008. 9. 20. 00:5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

지난 2006년 해외유학을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기억하는가. 당시 노 씨의 유학은 갑작스럽게 이뤄져 정가에서는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노 씨의 유학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노 씨 주변의 인사들이 큰 사업을 꾸미고 대통령의 아들인 노 씨를 유혹하고 있었으며 이를 안 청와대에서 ‘그냥둬선 안되겠다’고 판단, 예정에 없던 해외유학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시 민정실에선 내사까지 벌였으며 여기에는 놀랍게도 현재 ‘엔디코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이사(한국도자기 창업주 3세)가 관련이 돼 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이름도 나와 관심을 끈다.

노 씨의 유학과 민정실의 조사는 과연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그들 간에는 과연 아무 ‘거래’도 없었던 것일까. 당시 민정실에 근무했던 관계자와 민정실에서 조사를 받았던 인사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그 비밀을 추적해본다.

재계 인사들에 따르면 코디너스 대표이사 김영집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는 이전부터 상당히 친한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확실치 않다. 재벌가 자제들과 정계 자녀들의 모임을 통해서 알게 됐다는 얘기도 있고 대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 대표의 지인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2005년 중순경부터 ‘노건호’란 이름을 주변에 팔고 다녔다고 한다. 그가 지인들에게 “건호가 밀어주기로 했다”며 “할 만한 사업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녔다는 것. 김 대표에게 부탁을 받고 직접 사업을 알아봐줬다는 A 씨는 “김 대표가 나와 몇몇 지인들에게 ‘건호와 얘기가 잘되고 있다’며 ‘사업아이템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했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표의 한 지인은 “주변에서 김 대표에게 처음 권했던 것은 인천 카지노 사업권이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이 오갔는지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김 대표가 노 씨를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런 일은 나중에 문제가 된다. 정권이 바뀐 후 누구처럼 감옥에 갈 일 있냐. 티 안 나고 합법적이며 무리가 가지 않는 것으로 하자”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신호등 사업’ ‘가로수 사업’ 등 몇 가지 사업구상을 했었다고 한다. 그 중에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재벌 테마주’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김 대표가 맘에 뒀던 일은 건축 시공사의 ‘형질변경사업’이었다고 한다. 이 일을 알아봐줬던 이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A 씨다. A 씨는 “잘 알고 지내던 한 건축시공사 대표에게 공사를 하기로 계획된 곳의 형질변경 작업권을 김 대표에게 주기로 약속받았고 실제로 진행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민정실에 알려지면서 김 대표는 민정실의 조사를 받게 됐고 그후 노 씨는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김 대표가 민정실로부터 내사를 받은 시점은 2005년 6월경부터 2006년 초. 그런 가운데 노 씨는 2006년 6월 갑작스럽게 LG에 휴직계를 내고 미국 유학 계획을 밝혔었다. 당시 “무슨 문제가 생겨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지만 청와대에서는 “오래 전부터 노건호 씨가 유학을 계획해왔고 더 늦기 전에 가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도가 없다”고 해명했었다.

이 시기 청와대 민정실에서 근무했던 L 씨는 노 씨 관련 내사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만큼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철저했다. 내가 근무하던 시절에 노건호 씨의 일이 ‘사고’로까지 이어진 적은 없었다”고 전제한 뒤 “민정실은 수시로 친·인척에 관련된 조사를 요구받았고, 특히 노건호 씨 주변에 대해선 거의 모든 것을 조사해 수시로 보고해야 했다. 김영집 씨도 이 무렵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노 씨의 갑작스런 유학이 민정실 조사내용과 관련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김 대표에게 사업을 소개시켜 준 이유로 민정실의 내사를 받았다는 A 씨는 “노건호 씨가 김 대표와 관련된 내사가 진행된 이후에 쫓겨나듯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이전 정권에서처럼 친·인척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것을 우려한 노 전 대통령이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서둘러 노 씨를 외국에 보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민정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유학을 권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A 씨는 김 대표와 함께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당시 민정실의 내사 대상에 올랐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민정실에서 나를 조사할 무렵엔 이미 노 씨에게 접촉한 사람들을 다 파악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꾸미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정황을 포착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당시 민정실에서는 김영집 대표와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의 이름을 ‘뚝섬개발계획’과 관련지어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A 씨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중앙지검에서 주가조작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김 대표와 조 부사장 모두 노건호 씨와 관련돼 최소한 민정실의 내사대상에 올랐던 셈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건호 씨가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관계자는 답변을 회피했다. 김 대표와 조 부사장을 조사하고 있는 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코디너스 김영집 대표이사 역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사무실에 없다”며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

 
<일요신문> 8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