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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수출하는 대학, 미래성장의 비전을 제시하는 대학을 만들겠다.”
20일 고려대 제16대 총장으로 선출된 이필상 교수(59·경영학)의 취임 일성이다. 신임 이총장은 “앞으로 대학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창출하는 기관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의 세계화와 첨단을 이끌어내는 총장이 될 것”이라는 다짐도 내놓았다.
-‘급진개혁 내홍’ 속도조절 시사-
신임 이총장은 이날 고려대 재단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총장에 선출됐다.
이총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고려대에서 모교 출신이 아닌 타 대학 출신을 총장으로 선출한 것은 1982년 9대 김준엽 총장(일본 게이오대학 출신) 이후 25년 만이다.
국내 대학들이 타대학 출신을 좀체 총장으로 선출하지 않는 관행에 비추어볼 때 이총장의 선출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학내 구성원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어윤대 현 총장의 급진적인 개혁에 반기를 든 구성원들을 껴안아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됐다.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으로 불리던 어총장과의 차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총장은 “대학 총장은 CEO의 경영능력과 학자로서의 학식을 함께 갖춰야 한다”며 “학교의 외형적인 발전과 학문의 내실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중 3천억 발전기금 조성”-
그는 영어 강의 등 어총장의 발목을 잡았던 일련의 혁신방안들에 대해 “국제화 등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고 고려대가 밟아온 과정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것들을 진행하며 발생했던 부작용들은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개혁의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이총장은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은 뒤 82년부터 고려대 경영학 교수로 재직해왔다. 경제개혁실천시민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이총장은 온건한 개혁성향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총장은 2002년 15대 총장 선거때도 교수협의회의 추대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 13일 열린 자격심사에서는 9명의 후보자 가운데 부적격표가 가장 적었다. 학내 구성원들의 신임은 확보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총장에 취임하면 지금 활동하는 시민단체는 떠날 수밖에 없지만 항상 정의와 진리라는 정신은 마음에 담고 학교 발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학생선발 자율성 필요”-
이총장이 차기 총장에 대한 ‘출사표’를 내면서 내세운 학교 발전계획의 핵심은 ‘지식 경쟁력의 강화’. 구체적으로는 교육 내용의 국제화, 교수 1인당 학생수 축소, 수요자 중심의 교육, 연구시설 확충 등이다.
이총장은 이를 위해 “임기 중 3천억원 이상의 발전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면서 “기금 조성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영대 학장시절 5백억원을 모금한 경험을 되살려 최대한의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현행 대학입시제도에 대해선 “대학이 인재를 자율적으로 뽑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에 자율성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발전계획에서 제안했던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기여입학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임기) 4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니 2~3년 안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장기적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또 “자식을 가진 부모로서, 또 스승으로서 출교생들을 보며 항상 마음이 아팠다”면서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처벌보다 교육을 우선하는 교육기관의 입장에서 일단 학생들을 만나볼 계획”이라고 말해 출교생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도 준비했음을 시사했다. 신임 이총장은 다음달 21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들어가 2010년까지 4년간 총장직을 맡게 된다.
〈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 이필상 교수 약력
▲78년 5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
▲82년 10월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학 박사
▲86년 2월∼88년 2월 고려대 경영대학 경영학과장
▲88년 7월∼90년 4월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학부장
▲90년 4월∼93년 7월 고려대 대학원 교학부장
▲93년 7월∼94년 6월 고려대 기획처장
▲95년 9월∼97년 8월 한국선물학회장
▲97년 3월∼99년 8월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장
▲98년 4월∼99년 2월 (사)경제정의연구소장
▲98년 11월∼99년 11월 한국재무학회장
▲99년 3월∼2001년 3월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대학원장
▲2000년 3월∼2004년 5월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회 위원
▲2001년 3월∼2002년 2월 한국NGO학회 공동대표
▲2004년 4월∼2004년 12월 국민연금기금운용 마스터플랜 기획단장
▲2006년 2월~현재 대한금융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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