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고려대학교 총장으로 선출된 이필상교수(59·경영학)는 81년 9대 김준엽 총장(일본 게이오대 출신) 이후 25년만에 나온 타 대학 출신 총장이다. 국내 대학들이 타대학 출신을 좀처럼 총장으로 선출하지 않는 관행은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학내구성원들이 이교수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고 볼 수 있다. 어윤대 현 총장의 급진적 변화에 반기를 든 학내구성원들을 껴안아 내야 하는 것도 이교수의 몫이다.
이 신임 총장은 1972년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82년부터 고려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이 신임총장은 온건한 개혁성향으로 고려대의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 이 신임총장은 2002년 15대 총장 선거에서도 교수협의회의 추대를 받았다. 지난 13일 열린 자격심사에서는 9명의 후보 가운데 부적격표가 가장 적었다. 학내 구성원들의 신임을 확보한 상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총장 선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려대를 한국의 대표적 대학으로 만들겠다”면서 “지식을 수출하고 미래성장의 비전을 제시하는 고려대의 앞날을 지켜봐 달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신임총장은 발전기금 3천억원 유치, 교수 1인당 학생수 축소, 수요자 중심의 교육, 연구시설 확충 등을 임기 내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학문을 수입하는 입장에서 수출하는 위치로 나아가는 것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기 중 “노벨상 수상 가능 역량을 배양하는 한편, 미래 학문 연구 및 교육의 아시아 거점으로 고려대학교를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신임총장은 특히 발전기금 3천억원과 관련,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고려대 경영대학원장 겸 경영대학장을 거치면서 5백억원을 모금해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신임총장은 지난 6일 있은 총장입후보자 청문회에서 “고려대학교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를 면밀히 분석했다”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약점으로 분석된 행정의 비민주성과 상명하복식 구조를 개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임기 중 고려대의 체질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신임총장은 또 “자연대와 서창캠펴스를 살펴봤을 때 학교발전의 불균형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면서 “학제간·캠퍼스간의 불균형 해소와 구성원간 목소리 조율 등에도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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